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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이베이의 비트코인 검토, 가상화폐 수면 위로 올라오나?

 가상화폐라는 말이 그리 낯설진 않습니다. 지금도 현금을 디지털 캐쉬로 바꿔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실제 화폐와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완전히 가상에 존재하는 화폐 시스템인 '비트코인(BitCoin)'은 가상화폐의 의미를 바꿔놓았습니다.

 



이베이의 비트코인 검토, 가상화폐 수면 위로 올라오나?


 월급날이면 노란 봉투에 만 원짜리 지폐를 두둑이 담아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탓으로 월급봉투를 도난당하거나 잃어버리는 사건도 많았었죠. 지금은 통장으로 지급되다 보니 실제 현금을 만지려면 ATM을 찾아야 합니다. 마치 가상화폐 같은데, 그 단위를 원이나 달러가 아닌 비트코인으로 바꿔놓으면 비트코인을 이해하기 쉽습니다.




이베이


 

 이베이(eBay)는 결제할 수 있는 수단의 범위를 넓힐 생각입니다. 존 도나호(John Donahoe) 이베이 회장은 파이낼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페이팔 지갑(PayPal wallet)의 시스템을 이용해 이베이 유통업체들의 포인트 카드를 하나로 통합할 계획이며, 비트코인의 도입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비트코인 외 다른 가상화폐로도 결제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새로운 화폐 등장도 예고했습니다.


 P2P 방식으로 거래되는 비트코인은 범국가적인 화폐로 주목은 받고 있지만, 불법적인 자금 유통에 대부분의 힘이 쏠리면서 가상화폐의 암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는 비트코인의 거래 추적이 어렵다는 것에서 발생하는 것이지만, 암만 보였던 것은 밝은 부분으로 끌어낼 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정부의 간섭을 피하면서 디지털 자유 운동 등을 벌이는 단체들이 비트코인을 통한 기부를 받는 등으로 '나쁜 것만은 아니다'는 인상을 주었지만, 아직 생소한 가상화폐 개념과 부정적인 인식으로 딱히 사용처의 개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진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베이가 비트코인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크게 주목할 부분입니다.

 



수면


 

 비트코인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구현 방식이 뭐든 간에 실제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다는 겁니다. 채굴이라 불리는 비트코인 습득 방식이 더는 개인 차원에서 불가능한 영역에 이르자 채굴보다는 현금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하는 방식으로 차액을 불리는 일종의 신용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캐나다에는 아예 비트코인 ATM까지 등장했습니다. 비트코인 ATM은 캐나다 달러를 비트코인으로 환전할 수 있으며, 또는 비트코인을 캐나다 달러로 환전할 수도 있습니다. 벤쿠버는 15개의 기업과 매장이 비트코인을 실제 화폐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그 덕분에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ATM이 설치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베이입니다. 세계 최대의 경매 사이트이자 세계 최대의 결제 서비스인 페이팔을 가진 이베이가 비트코인을 사용한다면 말이죠. 몇몇 매장에서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을지언정 그것이 실제 화폐가치로 인정되기에는 부족합니다. 하지만 이베이 자체가 범국가적인 서비스이고, 비트코인조차 범국가적인 가상화폐라면 이 둘의 조합은 비상합니다. 어쨌든 이베이를 통해 비트코인의 사용량 자체는 늘릴 수 있고, 이것이 비트코인의 환율에 영향을 끼친다면 그야말로 비트코인의 화폐로서의 가치가 지금과는 달라지는 것일 테니까요.


 물론 당장 정착은 어려울 것입니다. 비트코인에 얽힌 단체나 조직이 하나둘이 아니다 보니 이들 탓으로 발생하는 환율 조작이나 가치의 상승과 급락이 한순간이라 잘 쓰던 페이팔을 두고 비트코인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일은 없습니다. 까딱 잘못하면 가치가 내려간 비트코인을 환전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죠. 대신 아직 출렁이는 비트코인이 이베이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게 될 때 사용량이 점차 늘고, 늘어나면서 유통에 안정화가 이뤄진다면 현재의 경제 상태를 비틀어버릴 지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이런 얘기는 계속 있어왔습니다만, 이베이의 비트코인 도입 검토로 현실에 다가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이런 상황을 미국 정부나 중앙 은행이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겠으나, 그렇다고 마땅히 막아낼 재간도 없다보니 당장은 이베이의 움직임에 주의할 것이 전부일겁니다. 달러를 중심으로 제도적 방안을 펼치던 이전과 달리 비트코인은 국가의 범주가 없다보니 간섭 자체가 어려우니까요.


 비트코인으로 이베이를 통해 범국가적인 소비가 이뤄진다는 가정하에 가상화폐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역할 자체는 해낼 것으로 보입니다.

 


 

비트코인



 필자는 여전히 비트코인의 방식이 옳은 것인지 정확한 판단을 내리진 못하고 있습니다. 꽤 많은 거래가 이뤄지곤 있지만, 실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미미하고, 큰 영향을 끼치는 수준이 되었을 때 신자유주의자들의 말처럼 이뤄질지 의심스럽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비트코인을 통한 거래가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지금도 비트코인 환전을 노린 사기 행각도 벌어지는 등 꽤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는 통에 비트코인이 확산했을 때 더 끔찍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다만, 비트코인이 화폐의 한 축으로써 현재 가진 자의 영향력을 무너뜨리고, 범국가적인 화폐 조율이 이뤄질 수 있다는 비트코인의 일종의 염원이 이뤄진다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베이의 비트코인 검토는 이를 앞당겼으며, 꽤 큰 조각을 쥐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