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 소식이 들리면 '합쳐진 기업이 서로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하는 얘기가 주요 쟁점이 됩니다. 예상은 할 수 있지만, 갑작스럽게 합쳐진다면 더더욱 쟁점은 커지고, 많은 얘기가 오가기 마련입니다. 26일 이뤄진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도 그렇습니다.
다음-카카오, 오로지 모바일을 위한 합병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카카오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합병했습니다. 누가 이득인가, 합병을 통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가 등의 전형적인 쟁점이 화제가 되고 있지만, 사실 다음과 카카오의 결합은 매우 단순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만으로 둘의 합병을 설명하기에 충분합니다.
합병 소식이 전해지자 직후 모든 사람이 입 모아 얘기했던 것이 '네이버와의 경쟁'입니다. 다음은 '만년 2위 포털'로 불렸고, 카카오는 모바일의 네이버로 불렸음에도 라인과 밴드로 밀어붙이는 네이버에 쫓기고 있었습니다. 그랬던 둘이 합쳤으니 최대 경쟁자인 네이버를 겨냥했다고 보는 쪽으로 몰렸던 겁니다.
더불어 네이버가 웹 포털과 모바일에서 동시에 괜찮은 성과를 보이는 것처럼 '같은 웹 포털인 다음과 모바일 기반의 카카오가 뭉치게 되면 두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예상을 하기 쉬웠습니다. 표면적 그렇게 합쳐지는 것이니 말입니다.
먼저 다음과 카카오 합병의 주된 효과 중 하나는 '투자'입니다. 카카오는 IPO를 해야 할 시점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상장 없이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선 새로운 수익 모델이 필요했고, 수익 모델은 기존 모델과 달리 독자적인 경쟁력을 지녔어야 합니다. 그러나 여태 카카오가 선보였던 서비스들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확장한 것이며, 이는 카카오톡 자체의 경쟁력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즉, 안정적인 투자 상황을 만들기 위해선 IPO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꼭 그 방법이 안정적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웠습니다. 사업이 거의 국내 시장을 겨냥하고 있었고, 그와 다르게 네이버는 글로벌 시장에서 훨훨 날고 있는 탓에 규모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두고 봤을 때는 카카오는 비교 상대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음과의 합병은 이런 문제를 유연하게 풀도록 했습니다. 물론 다음이 글로벌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건 아니지만, 카카오에 대한 투자 방향을 다음으로 돌려놓게 하면서 훨씬 안정적인 투자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덕분에 27일, 주가가 급등하면서 다음의 시가총액은 1조 2천 억 원을 넘었고, 실제 합병 이후에는 시가총액이 5~6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비율이 1 : 1.5557456이라는 점에서 '카카오가 더 이득이 아닌가?'라는 말이 많지만, 실상 글로벌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두 업체가 발판을 마련할 기회를 합병으로 잡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막상 카카오조차 IPO를 통해 글로벌 발판 마련에 어려움을 느꼈다면 그 뒤로는 합병의 메리트가 사라지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럼 글로벌 시장 대응에서도 카카오가 이득을 보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카카오는 그럭저럭 여러 지역으로 진출하면서 파이를 키워나가고 있지만, 다음은 국내에서도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다음은 카카오의 투자를 위한 포석이고, 실질적 발판으로 삼은 건 카카오라는 의미가 됩니다. 그럴까요?
'카카오에 부족한 웹을 다음이, 다음에 부족한 모바일을 카카오가'라고 보통 바라보고 있으나, 모바일 쪽에서 실제 강세를 보였던 건 다음입니다. 모바일 앱의 완성도나 멀티 플랫폼 지원, UI/UX 디자인 연구 등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모바일에 힘을 실었고, 사용자 평가에서도 경쟁사인 네이버보다 나은 평가를 들어왔습니다. 그나마 캠프모바일을 설립하고 나서야 네이버의 모바일 서비스가 나아질 기미를 보였으니 말이죠.
반면, 모바일 강자처럼 보이는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사업이 주력입니다. 카카오톡의 영향이 절대적이고, 제품의 품질이나 지원 방안, 기술 연구의 폭은 상대적으로 좁은 편이었습니다. 플랫폼 확장을 토대로 서비스를 늘려온 것이며, 꽤 야심 차게 준비했던 서비스 중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많습니다. 가령 카카오의 게임 사업이 카카오톡 없이 진행되었다면 어땠을까요? 혹은 카카오톡이 아닌 다른 메신저가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선점하고, 게임 사업에 뛰어들었다면 어땠을까요?
달리 말하면, 다음은 모바일에서 역량을 발휘하긴 했지만, 카카오처럼 기반 플랫폼을 가지지 못했고, 카카오는 확장해 나갈 수 있는 플랫폼은 마련했지만, 총체적인 모바일 접근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그리고 둘이 손을 잡았습니다.
둘의 합병을 웹과 모바일의 결합으로 볼 것이 아니라 곱씹어 생각해보면 남아있는 건 모바일밖에 없습니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데 필요한 건 느슨한 기반이나 얕은 접근이 아니라 더욱 탄탄한 기반, 사용자 중심의 깊은 고민을 해야 합니다. 고로 여태까지 양쪽에서 더 많은 고민을 하던 두 업체가 중심점을 잡기 위해, 오로지 모바일을 위한 합병을 결정한 것입니다.
다음과 카카오는 합병을 발표한 뒤 기자간담회를 했습니다. 간담회에서 다음의 최세훈 대표와 카카오의 이석우 대표는 '모바일'과 '글로벌'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성공 키워드로 '플랫폼'을 내세웠습니다. 플랫폼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무한정 반복해도 입이 아플 정도지만, 다음과 카카오에 절실한 열쇠라는 걸 합병이라는 카드가 방증했습니다.
결국, 국내에서 네이버나 넘겠다는 좁쌀만 한 포부로 손을 잡은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붙어보기 위함이며, 이제 첫 단추를 끼웠습니다.
사실 필자도 둘의 목표가 무엇인지 얘기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제대로 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생각도 일부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훨훨 날아다니는 모습을 절박하게 기대하는 건 필자가 아닌 다음과 카카오일 것입니다. 지켜볼 차례입니다. 두 업체가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모바일 시장에 어떤 화두를 던져놓을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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