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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아마존, 불매운동으로 막을 수 있나?


 제품이 경쟁력에서 밀려나 팔리지 않는 것과 달리 제품에 문제가 있거나 다른 이유를 통해 '저 회사 제품은 구매해선 안 된다.'고 나서는 것이 불매운동입니다. 그리고 서비스 영역까지 포함하게 된다면 인터넷 시대의 불매 영역은 훨씬 넓어지죠. 불매운동의 타격은 규모마다 다르지만, 크다면 회사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일이 됩니다.
 


아마존, 불매운동으로 막을 수 있나?
 
 아마존은 1999년 말에 불매운동을 겪었습니다. 발단은 '원클릭' 기술을 반스 앤 노블이 사용하면서 아마존이 소송한 탓이었는데, 이에 자유 소프트웨어 재단의 설립자인 리처드 스톨먼 (Richard Stallman)은 '원클릭 기술을 특허로 내걸어 경쟁사들이 완전히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월드와이드웹의 기본 정신을 어기는 것'이라며, 불매를 주장했습니다. 그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전개되었고, 한동안 아마존은 불매운동 기사를 맞이해야 했습니다. 스톨먼은 '반스 앤 노블의 소송 결과와는 상관없이 아마존의 행동이 전자상거래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불매운동의 이유로 밝혔는데, 14년이 지난 지금, 아마존은 다시 심각한 불매운동에 휩싸였습니다.
 
 


 시작은 영국입니다. 영국 의회는 '아마존이 막대한 이익을 취하면서도 매출 대부분 세율이 낮은 외국으로 이전하고 있다.'면서 세금회피를 근거로 '소비자들이 아마존을 불매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세금을 회피해서 문제 되는 회사가 아마존뿐만 아니지만, 영국 하원은 이들 기업을 거론하며, 전반적인 불매운동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 탓에 세금을 내겠다고 바뀐 기업들도 있고, 아마존은 이번 표적으로 선정된 것입니다.
 
 문제는 이것과 함께 발생한 미국에서의 불매 운동입니다. 미국에서 발생한 아마존 불매 운동은 세금 문제가 아닌 '아마존이 소매 서점과 인디 작가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아마존이 전자책 유통으로 소매 서점을 위협하는 것을 물론이고, 대형 서점이나 출판 영역까지 밀고 들어오자 아마존의 출판 업계 독점을 우려한 것입니다.
 
 해리포터의 J.K. 롤링과 세계적인 저널리스트이자 아웃라이어 티핑 포인트의 말콤 글래드웰 등 유명 저자들도 이번 아마존 불매운동에 참여했습니다. 무엇보다 J.K. 롤링은 영국인이자 영국의 불매운동과 겹치고 있다는 점에서 아마존이 받는 타격도 불어나고 있습니다.
 
 펜타곤 페이퍼를 폭로한 다니엘 엘스버그가 아마존이 위키리크스 접속 차단에 가담했다는 것을 들어 2010년에 불매운동이 진행한 적도 있지만, 그다지 큰 영향을 끼치진 못했는데, 이번 불매운동은 직접 소비자와 연결지어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마존도 타격을 입게 될 거란 예상이 많습니다.
 
 


 그런데 아마존 불매운동이 확산하고 있는 중에도 아마존의 주가는 고공행진입니다. 특히 아마존이 스마트폰을 선보일 것이라는 보도가 휩쓸자 주가는 폭발적으로 상승했습니다. 불매운동의 이유가 책에 집중하고 있지만, 아마존은 이미 책을 넘어서 전자상거래와 콘텐츠, 그리고 하드웨어 시장까지 영역을 넓혔습니다. 아마존에서 책을 사지 않는 것으로 타격을 입을만한 기업이 아니라는 겁니다.
 
 더군다나 소매 서점들이 아마존을 반대하고 나섰지만, 아마존은 지난해 '아마존 소스(Amazon Source)'라는 소매 서점 지원 프로그램을 내세워 소매 서점에서 킨들을 판매하고, 여기서 나온 매출의 10%를 서점에 지급하고 있습니다. 소매 서점으로서는 아마존에 계속 반대를 던질 것인지, 아니면 아마존과 손을 잡고, 수익을 나눠 먹을 것인지 갈림길에 있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아마존 소스를 품더라도 결국에는 아마존이 모든 걸 앗아갈 것'이라면서 불매운동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미 아마존이 직접 소매점을 마련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아마존이 불매운동만으로 운명이 좌지우지될 범위를 넘어섰다는 것이며, 엘스버그가 지적했던 것처럼 아마존이 로비, 그러니까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불매운동을 상쇄하고 있는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미국의 불매운동이 탄력받도록 영국의 불매운동이 성공하길 바라는 의견도 나타납니다. 미국에서의 불매운동만으로 아마존을 막을 수 없다고 이미 판단하고 있는 겁니다.
 
 아마존 소스만 하더라도 당장 어려워진 소매 서점들의 선택지로써 상당히 유혹적이니까요.
 
 


 그나마 이 불매운동이 심각한 건 역시 영국의 존재입니다. 덕분에 J.K. 롤링의 참여에 많은 관심이 쏠리기도 했고, 이유는 다르지만, 아마존이 이전의 불매운동들과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기도 합니다.
 
 다만, 현재 아마존을 비판하는 의견들을 아마존이 수용하기 위해선 불매운동이 아닌 미 정부의 제재가 필요하며, 영국조차 불매운동의 주체가 하원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쉬운 싸움은 아닙니다.
 
 미국의 많은 소매 서점이 아마존 불매를 뜻하는 붉은 스티커를 붙이고 있습니다. 커질 대로 커진 아마존이 이 스티커의 영향을 얼마나 받게 될지, 그리고 어떻게 마무리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