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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Google

구글 글래스가 사생활 침해를 피할 수 없는 이유


 구글 글래스가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시제품이 등장한 시점부터 계속해왔습니다. 카메라가 탑재되었고, 시선을 언제든 촬영할 수 있다는 점이 스마트폰보다 더 심각한 침해로 번질 수 있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촬영한 영상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바로 업로드해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구글 글래스가 사생활 침해를 피할 수 없는 이유
 
 착용자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더라도 착용자를 본 상대방의 생각은 다를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샌프란시스코의 한 술집에서 구글 글래스를 착용한 여성이 폭행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자신의 사생활을 녹화하는 것 아니냐?'면서 여성을 폭행하고, 구글 글래스를 벗겨 달아난 사건인데, 구글 글래스 사용자가 더 늘어난다면 어떨까요?
 
 


 구글 글래스가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이어지는 순서를 보면 '카메라가 탑재되었다.'에서 '언제든 촬영할 수 있다.'로 이어집니다. 카메라가 장착되었다는 점만으로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카메라가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되는 건 구글 글래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도 마찬가지입니다. 구글 글래스를 착용한 뒤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이나 스마트폰 카메라로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을 같다고 한다면 이는 착용자의 시선 처리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점과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착용자가 계속해서 시선을 땅에 두거나 하늘을 보고 다닐 순 없으니까 현실적이지 못한 것도 있지만, 벗는 방법도 있으니 장소나 사람에 맞춰 조절해야 합니다. 이렇게 보면 구글 글래스의 사생활 침해 논란이 순전히 카메라가 탑재된 탓에 있는 듯 합니다.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할 수 있다는 점도 딱히 구글 글래스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니까요.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구글 글래스에 왜 카메라가 달렸는가?'하는 질문을 던져놓게 됩니다. 구글도 사생활 침해 논란을 피하려고 하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굳이 안경형과 카메라를 고집한 겁니다. 예를들어 인텔이 CES 2014에서 선보였던 것처럼 이어피스 형태에 음성명령을 통한 조작이 가능한 기기였다면 굳이 사생활 침해로 이어지지 않았을 테지만, 구글 글래스를 그렇지 못합니다.
 
 


 구글 글래스는 안경형 스마트폰 같지만, 자체로만 보면 카메라를 이용해야 할 일이 전체 기능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이어피스처럼 못만들어서라기 보단 카메라를 중점으로 제품을 디자인했다는 것이죠. 또한, 얼굴에 착용한 채 디스플레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 가장 적합한 형태는 안경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구글 글래스에 카메라가 탑재되었으므로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본래 그러한 개념으로 개발된 것이므로 사생활 논란을 피할 수 없는 제품이라는 얘기입니다.
 
 당장 구글 글래스에 카메라를 빼버리면 어떨까요? 기능의 대부분을 상실하게 됩니다. 구글 글래스를 여러 방면에서 사용할 수 있긴 하지만, 가장 높은 활용도로 주목받는 건 카메라이며, 카메라가 빠져버리면 구글 글래스를 증명할 요소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카메라를 탑재한 채 디스플레이를 제공하기 위해선 안경 형태를 취해야 하니 이어피스 형태로 만들 수도, 카메라를 빼버릴 수도 없는 제품이 되었습니다.
 
 즉, 구글 글래스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사생활 논란을 피할 순 없다는 것입니다. 가령 구글 글래스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고프로  카메랄 장착하고 다닌다고 해서 주먹질을 하는 이는 찾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자동차의 블랙박스도 같은 범주에 넣어야 하니까요.
 
 그러나 유독 구글 글래스가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이어지는 건 구글 글래스 자체가 그걸 피할 수 없도록 제작되었으며, 이어서 이것이 네임태그 등의 기능으로 이어지는, 나타나는 아이디어와 기능들이 결과적으로 카메라와 디스플레이를 중점으로 동작하는 쪽으로 이어지는 정체성을 가졌으므로 다른 카메라들과 비교하여 심각한 우려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구글은 이 논란을 끝내 피할 수 없습니다. '신기술에 대한 거부감'정도로 얼버무리려 하지만, 신제품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제품의 개념에 대한 거부감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인텔의 이어피스처럼 제품의 정체성을 돌릴 수 없는 것도 개발 방향을 이미 카메라와 디스플레이에 두고 있는 탓입니다.
 
 구글도 이걸 제품 방향에서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구글 글래스 착용 매너에 대한 사용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기술적인 부분이 아닌 사용상의 예절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예절에 맞춰 구글 글래스를 벗는다면 구글 글래스를 착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또한,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착용자가 아닌 상대방이 느끼는 건 전혀 다를 수 있겠죠.
 
 모든 사람이 구글 글래스를 착용할 수 없는 노릇이고, 그런 세상이 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기에 구글 글래스의 사생활 침해 논란은 제품에서 묻어날 것이며, 뒤를 이어 개발하는 안경형 웨어러블 제품들이 이 사실을 간과하지 않고, 제품의 방향을 잡아야만 같은 논란에 휩쓸리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