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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모바일 게임의 수명 늘리기


 피처폰 시절부터 스마트폰 초기까지 모바일 게임은 '킬링 타임', 짧은 시간, 반복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주류였습니다. 지금도 크게 바뀌진 않았지만, 주류라고 할 수 있는 게임들의 수명은 크게 늘었습니다. 오히려 수명이 늘어 지속해서 사용자를 확자한 게임이 더 큰 매출을 올리고 있죠.
 


모바일 게임의 수명 늘리기
 
 간혹 모바일 게임을 두고, '한탕'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빠른 개발 이후 출시 초반에 인기를 모아서 이익을 보면 끝이고, 이를 반복한다는 겁니다. 그도 그럴것이 모바일 게임의 한계, 사용자가 쏟아지는 게임 틈에 한 가지 게임을 질리지 않고 즐기도록 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고, 그걸 유지하고자 투자하는 것보다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쪽이 이익면에서는 안정적입니다.
 
 


 '퍼즐앤드래곤'은 겅호가 개발한 퍼즐 게임입니다. 퍼즐에 RPG 요소를 더했으며, 2012년 2월에 일본 앱스토어를 통해 처음 출시됩니다. 퍼즐앤드래곤의 인기는 겅호의 매출로 그대로 이어졌는데, 2013년 3월 한달 수익이 100억 엔, 지난해 성적은 530% 성장한 15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 중 10억 달러가 퍼즐앤드래곤에서 나온 것이며, 분석으로는 하루 45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독특한 게임성으로 출시한지 2년이 넘은 지금도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있어서 한탕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입니다.
 
 최근들어 광고에도 힘을 쏟고 있는 슈피셀의 모바일 게임 '클래시오브클랜(이하 CoC)'도 2012년에 출시한 게임입니다. 워낙 유명한 게임이고, 앱스토어 매출 1위 자리를 벗어날 생각이 없어보이는 모바일 게임의 최강자입니다. 재미있는 건 CoC를 과거 앵그리버드와 비교하곤 한다는 것인데, 앵그리버드가 킬링 타임용 게임으로서 한동안 높은 매출을 기록하며, 매출 1위 자리에 올랐던 것과 CoC가 2년 동안 꾸준히 콘텐츠를 추가하면서 매출 1위 자리에 오른 것이 모바일 게임의 과거와 현재를 보는 듯하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건 슈피셀이 소프트뱅크에 인수되기 전까지 어떤 특별한 홍보도 없이 꾸준히 순위가 올랐다는 겁니다. 그리고 매각 이후 100억 원의 대규모 마케팅을 벌였고, 덕분에 기존 환경에 새로운 이용자가 붙으면서 매출 1위를 공고히할 수 있었던 것인데, 앵그리버드가 초기 성공 신화와 함께 장기적으로 순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과는 다른 부분입니다. 또한, 출시 후 한달이 고비라는 모바일 게임이 2년 동안 꾸준히 성장했다는 건 모바일 게임이라는 특징이 문제가 아닌, 모바일 게임에 대한 이해도의 차이라고 보는 것이 훨씬 타당할 것입니다.
 
 퍼즐앤드래곤과 CoC는 꾸준한 브랜딩으로 앵그리버드처럼 거대한 프렌차이즈를 형성하기 시작했고, 관련 상품이나 두 게임의 인기를 지난해 콜라보레이션으로 풀어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기존 프렌차이즈를 활용해서 오랜시간 사랑받는 게임도 있습니다.
 
 '심슨가족:스프링필드(이하 심슨가족)'도 2012년에 출시한 게임입니다. 원작의 요소를 소셜 게임으로 재현한 것으로 초기에는 레벨 제한이 20까지였습니다. 개발사도 이 게임이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될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으니 처음에는 한탕할 게임으로 개발했는지 모를 일이죠. 어쨌든 심슨이라는 매우 유명한 프렌차이즈를 이용한 게임이지만, 간판만으로 성공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매번 새로운 영화가 개봉하면 영화의 인기에 편승한 모바일 게임이 등장하거나 기존의 프렌차이즈를 활용한 게임들이 반짝하고 사라지는 걸 생각해보면 심슨가족의 상황은 특이합니다.
 
 대신 기존 프렌차이즈의 영역을 게임으로 확장하면서 득을 보는 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며, 심슨의 열정적인 팬이라면 심슨가족은 심슨이라는 프렌차이즈에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이런 확장은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벌어졌으며, 심슨가족을 위한 온라인 포럼이 개설되거나 위키가 따로 존재하기도 하며, 국내에도 이용자를 위한 카페가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식지 않으면 앞으로도 장수할 수 있는 게임으로 분류될 만큼 기존 프렌차이즈를 활용해 성공한 대표적인 게임입니다.
 
 


 앞서 소개한 세가지 게임은 모두 2012년에 출시했고, 아직까지 사랑받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들의 특징은 지속한 업데이트, 브랜딩에 있습니다. '이들이 한탕을 위한 게임보다는 게임성을 중시한 게임이다.'이라는 건 아닙니다. 가령 심슨가족은 확률이 들어간 유료 아이템을 판매하거나 기간 한정으로 얻을 수 있는 요소들을 점점 늘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용자가 떨어져 나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부분들이 매출을 올리는 작용을 하고 있는데, 이부분이 수명이 늘어난 모바일 게임의 특징입니다.
 
 오랫동안 유지한 모바일 게임은 이용자와의 상호작용이 특별합니다. 개발사 시점에서 보면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겠지만, 만들어도 이용자가 유지되지 않으면 쉽게 무너질 것입니다. 그러나 이용자 시점에서 보면 쉽게 무너질 것처럼 보이는 게임에 많은 시간을 쏟고 싶지 않으며, 한계가 정해진 게임에 투자하는 건 바보같은 짓입니다. 특히 반복적인 게임이나 비슷한 노선으로 진행할 수 밖에 없는 게임은 처음부터 짧게 진행하는 게임으로 기획하는 일이 많고, 그렇지 않다고 했을 때 필요한 건 상호작용입니다.
 
 개발사가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상황을 이용자가 마련해야 하고, 새로운 콘텐츠, 그리고 콘텐츠가 재미를 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개발사가 이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기간 한정이든 확률을 집어넣은 도박성 아이템이든 그것이 재미로 이어지고, 유지될 수 있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준다면 이용자는 기꺼이 돈을 지급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건 기존 PC 게임이 안고 있던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장르의 개척이라는 부분에서 헤매었던 개발사들이 장르가 확립되는 시기에 수명이 긴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점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을뿐입니다.
 
 이를 우후죽순 늘어나는 국내 카카오 게임에 대한 비판으로 얘기하기도 하는데, 국내 게임, 카카오 게임에 속하면서도 오랫동안 유지된 게임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2013년 6월에 출시한 모두의 마블이 그렇습니다. 기존 PC 버전을 모바일에 이식한 게임이지만, 모바일에서의 인기가 크게 상승했고, 1년이 넘은 현재에도 이용자가 유지되는 것과 함께 새로운 콘텐츠를 통한 매출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분명 확률성 아이템을 제시하고 있고, 아이템의 등급이나 주사위 등의 요소가 게임의 성패를 좌우하면서도 이용자들이 유입된다는 건 눈여겨봐야 합니다. 비슷한 게임으로는 2013년 카카오를 통해 출시한 쿠키런도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며, 킬링 타임용 게임임에도 이용자들이 질리지 않도록 유지하고 있다는 건 놀랍습니다.
 
 그런데 이런 국내 게임들도 뜯어보면 결국, 상호작용을 어떻게 했느냐가 장수의 비결입니다. PC 게임보다 접근성이 높고, 이용자 동향이 빠르게 움직이는 만큼 서비스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용자와의 상호작용 폭을 넓히고, 방해하는 요소부터 제거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그럼 그 상호작용은 어떻게 하는건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겠지만,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은지 분명해야 하며, 확장할 수 있는 요소에 대해서 언급할 수 있기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심슨가족은 얼마전부터 CoC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심슨가족의 콘텐츠 한계를 무너뜨리는 것과 같습니다. 이용자들은 심슨가족을 계속 플레이했을 때, 이런 경험을 계속해줄 것을 믿게 된다는 겁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새로운 게임을 계속 출시해도 성공하는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이며, 그 중에서도 장기간 유지하는 게임은 뽑기 더 어렵습니다. 다만, 상호작용이라는 것이 꼭 이용자가 넘치거나 매출이 높아야만 가능한 건 아닙니다. 또는 게임이 거창한 것이어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모바일 게임 개발의 방향성을 상호작용에 두었을 때, 더 나은 게임, 모바일 게임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수명이 늘었을 때의 효과는 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