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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스트리밍이 왜 TV 시청을 줄어들도록 했는가


 음악이든 영화든, 혹은 TV든 스트리밍 산업은 크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발전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보급, 생활 양식의 변화, 그리고 스트리밍 업체들의 활로를 찾기 위한 투자.
 


스트리밍이 왜 TV 시청을 줄어들도록 했는가
 
 지난 10월, 대표적인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매출은 지난해보다 27% 증가한 14억 1,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주당 순이익은 96센트로 월가 전망치인 91센트를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신규 가입자는 98만 명으로 전망치를 매우 벗어났습니다. 당일 넷플릭스 주가는 25%나 폭락했죠.
 
 


 월스트리트저널은 닐슨의 보고서를 인용하여 'TV 시청은 미끄러졌고, 스트리밍은 호황.'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닐슨의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미국의 지상파 방송나 케이블 TV에 가입하지 않은 가구가 1.1%였으나 올해 2.8%로 증가했습니다. 또한, 1인당 월평균 TV 시청 시간이 지난해 147시간이었던 것과 달리 올해 141시간으로 감소했습니다.
 
 대신 넷플릭스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는 계속 늘고 있으며, 가입자 비율은 미국 전체 가구의 40%입니다. 지난해 30%보다 10%나 증가한 것입니다. 그리고 애플 TV, 크롬캐스트 등의 기기를 이용하는 가구도 13%로 나타났습니다.
 
 TV 시청이 줄어드는 만큼 스트리밍의 영향력도 커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WSJ이 말한 것처럼 TV 시청이 미끄러지고, 스트리밍이 호황이라고 말할 근거인 넷플릭스는 신규 가입자 유치에 난항을 겪었습니다. 물론 넷플릭스만 스트리밍 산업의 지표가 될 순 없고, 넷플릭스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시점에 HBO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스트리밍으로 몰리는 현상 자체는 명확한 것입니다.
 
 다만, 넷플릭스 가입자가 주춤한 건 다른 문제입니다. 줄어드는 TV 시청이 곧장 스트리밍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닌 다른 요소가 스트리밍 산업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이것이 복합적으로 TV 시청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죠.
 
 


 넷플릭스는 제작비 9,000만 달러를 투입한 10부작 TV 시리즈 '마르코 폴로(Marco Polo)'를 12일부터 방영할 예정입니다. 역사모험물인 마르코 폴로는 콘텐츠 판매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넷플릭스는 미국 가입자보다 글로벌 가입자 유치에 공을 들였습니다. 그러나 3분기 실적에서 보면 글로벌 가입자는 204만 명으로 전망치인 236만 명을 밑돌았습니다. 가입자 유치를 위한 장치가 필요한 것인데, 넷플릭스는 마르코 폴로 제작 중에 꾸준히 '세계화를 위한 콘텐츠'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마르코 폴로의 내용은 동양을 배경으로 하며, 동양계 가입자를 모으기 위한 목적을 포함했습니다. 이런 점은 상당히 재미있는데, 스트리밍 서비스가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고, 직접 판매하면서 콘텐츠 역량이 서비스에 영향을 끼치는 것과 함께 가입자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아직 마르코 폴로로 가입자 유치에 효과를 봤다는 게 증명된 건 아닙니다. 대신 넷플릭스가 드라마 시리즈인 하우스 오브 카드로 재미를 본 건 사실입니다.
 
 이것이 핵심인 이유는 스트리밍이라는 기술적 요소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통한 브랜딩과 그것이 넷플릭스로 가입자를 끌고 왔을 때, TV 시청을 줄어들게 하고 있는 것이죠. HBO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현대인의 생활 양식이 변하면서 실시간 방송을 온전히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그러므로 다양한 시간대를 공략할 수 있는 스트리밍에 몰리는 건 당연하지만, 스트리밍만으로 콘텐츠 욕구를 채울 순 없었습니다. 그래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스트리밍은 즐기지만, 실시간 TV 시청이 심하게 줄어들진 않았던 것입니다. TV를 시청하면서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으로 다른 콘텐츠를 즐긴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닐슨의 보고서가 중요합니다. 이제 스트리밍으로 생활 양식에 따른 시간 조절뿐만 아니라 콘텐츠 욕구까지 채울 수 있게 되자 지상파나 케이블 TV 가입자가 줄어든다는 걸 얘기하고 있고, 그 경로를 넷플릭스가 증명하기 위해 따라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넷플릭스의 가입자 유치가 난항을 겪은 건 스트리밍 서비스가 스트리밍 기술이 아닌 콘텐츠로 경쟁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탓이고, 이런 경쟁은 HBO 등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면 더 심해질 것입니다. 즉,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쟁력을 의심하기보단 콘텐츠 경쟁력을 의심해야 하는 지점이며, 포괄적으로 보면 이런 현상은 유튜브나 트위치 TV에서도 나타납니다.
 
 넷플릭스가 기대하는 것처럼 그걸 마르코 폴로의 성패가 스트리밍 시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겁니다.
 
 이제 TV는 제품 자체를 칭하는 의미가 더 커질 것이고, TV를 본다는 게 실시간 방송이 아닌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닐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