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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가상 비서가 PC를 바꿀 때가 되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인 '자비스(Jarvis)'는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를 보조하는 역할입니다. '미래의 컴퓨터는 저렇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펼치기 딱 좋은 모델이죠. 물론 자비스처럼 똑똑한 녀석이 등장하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하겠지만, 우린 히어로가 아니므로 평범하게 보조해줄 컴퓨터라면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가상 비서가 PC를 바꿀 때가 되었다
 
 음성 인식 기술은 과거와 비교하면 매우 발전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자연어 처리 기술이 발달하여 음성 인식 기술과 결합하면서 가상의 비서를 만들어냈죠. 대표적인 것이 애플의 시리(Siri)입니다. 컴퓨터가 언어를 분석하여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자비스처럼 인공지능 시스템은 아니지만, 이런 가상 비서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건 사실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준비 중인 가상 비서 코타나(Cortana)가 윈도 10에 탑재될 것이라는 뜬소문이 있었고, 지난 5일, 윈도 10에 탑재한 코타나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유출되었습니다.
 
 유출된 영상을 보면 데스크톱 환경에서 코타나를 이용해서 일정을 확인하거나 주변의 스타벅스를 찾아주고, 날씨 확인이나 알림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시리와 할 수 있는 일은 차이가 없지만, 스마트폰이 아닌 PC에 탑재했다는 점이 주목할만합니다.
 
 현재 PC에서 보편적인 입력 장치는 키보드와 마우스이고, 양손을 최대한 활용하여 PC를 조작합니다. 만약 키보드와 마우스 사이에 손을 사용하는 새로운 입력 장치를 끼워 넣는다면 어떨까요? 아마 셋 중 하나는 낙오될 게 분명합니다. 그러나 음성으로 조작한다면 타이핑하면서 다른 검색을 하거나 일정을 추가하는 등 양손을 사용하지 않고, 명령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음성 인식 기능이 제대로 동작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MS가 코타나를 윈도 10에 탑재하고자 하는 의도가 거기에 있는 것이죠. 달리 생각하면 PC를 사용하면서 스마트폰을 옆에 두고 오케이, 구글(OK, Google)이나 시리야(Hey, SIri)를 외쳐도 비슷하겠지만, 음성으로 스마트폰이 아닌 PC에 명령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를 좀 더 폭넓게 생각하면 PC의 형태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난달, 아마존은 '에코(Echo)'라는 완전히 새로운 가상 비서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에 기능으로 탑재한 것이 아니라 음성 인식이 주 입력 장치이며, 액정도 없이 음성으로 처리한 명령에 대한 답을 제시합니다. '알렉사(Alexa)'라는 이름을 가졌죠. 위키피디아 검색이나 일정 추가, 음악 재생 등을 사용자는 버튼을 누르지 않고 명령할 수 있습니다.
 
 그럼 에코는 어떤 제품으로 구분해야 할 수 있을까요? 필자는 에코가 '공간을 품을 수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는데, 분류한다면 일종의 PC입니다. 에코는 화면을 보여주지 않지만, 가령 에코와 같은 PC가 있고, 해당 PC가 모니터와 연결하여 기존 데스크톱처럼 작동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면 수월할 겁니다. 음성으로 조작하는 건 상시 PC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고, PC 앞에 앉으면 키보드와 마우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러니까 현재 PC는 전원을 켜야만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한 PC의 기능을 쓸 수 있지만, 에코처럼 계속 켜진 상태, 혹은 가상 비서 시스템만 실행한 상태에서 적용 공간이라면 음성으로 명령할 수 있겠죠. 그리고 PC가 사물인터넷과 결합하여 부엌의 모니터와 연결하여 요리 레시피를 보여주거나 TV와 연결해서 콘텐츠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이 새로운 입력 장치로 PC를 활용하는 것이 전혀 다른 생활 양식으로 나타날 방향이 아주 많으므로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에코처럼 기존과 다른 PC 형태를 보일 여지를 코타나를 통해 윈도도 지닌 것입니다.
 
 또한, 음성이 닿는 범위가 PC의 조작 범위가 되며, 책상에 앉아야만 하는 것이 아닌 범위 내에 있다면 PC를 조작하고, 나아가 사물인터넷 기기와 연결하여 공간에서 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는, 마치 토니 스타크가 자비스에 명령을 내리는 듯한 풍경을 보일 수 있으리라 봅니다.
 
 공간을 제어하는 방법을 에코가 보여줬고, 이것을 기존 PC에 적용할 수 있음을 윈도 10에 탑재할 코타나가 제시한 것입니다.
 


 PC가 침체기지만, 필자는 가상 비서가 PC에 대한 수요를 다시 끌어 올릴 수 있는 방향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단순히 입력 장치의 추가가 아닌 PC의 개념을 바꿔놓고, PC의 영역을 더 확장할 가능성을 제시하는 게 가상 비서입니다.
 
 사물인터넷 기기 보급이 늘어날수록 이런 현상은 두드러질 것입니다. 현재 대부분 사물인터넷 기기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지원하여 모바일과 연결하고, 개인과 사물을 연결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으나 음성 인식이 닿는 범위의 공간에서 높은 인식 수준만 지닐 수 있다면, 굳이 스마트폰 마이크를 쳐다보지 않더라도 PC와 연결하여 사물인터넷 기기가 윈도 PC나 에코를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것입니다. 개인의 사물 지배권은 스마트폰이 가지지만, 공간에 대한 사물 지배권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PC가 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멀지 않은 시점에 우리는 현재의 PC에 대한 생각을 탈탈 털어버려야 할지 모릅니다. 좀 더 새로운 PC를 맞이할 준비가 필요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