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고,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주요 기업들의 4분기 실적 발표가 진행되었으며, 애플도 주목해야 할 최전방 기업이었죠. 특히 커진 화면의 새로운 아이폰이 얼마나 팔릴지는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낮은 가격의 중국 제품이 스마트폰 시장을 빠르게 조이면서 아이폰의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애플, 2015년 주목해야 할 5가지
지난주, 애플은 2015년 회계연도 1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180억 달러의 순이익을 달성하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향상한 성적을 냈습니다. 그리고 매출도 746억 달러를 기록해서 작년보다 30%나 올랐고, 아이폰 판매량은 7,450만 대로 나타났습니다. 아이폰 성장에 대한 우려를 잠식할 성적이었으며, 발표 이후 애플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6%나 올랐습니다. 아직 애플의 성장 여지가 많이 남았다고 투자자들은 판단한 겁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올해 애플의 성장을 견인할 요소는 무엇일까요? 당연히 아이폰의 판매량도 중요하겠지만, 아이폰의 판매량을 올릴 요소가 없이 아이폰만으로 승부를 볼 순 없습니다. 필자는 2015년, 애플에 주목해야 할 5가지를 추려봤습니다.
첫 번째는 '중국'입니다. 지난 분기, 중국에서 애플의 매출은 70%나 상승했습니다. 2014년 회계연도 1분기의 29%보다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애플은 곧 20번째 애플스토어를 개방하고, 춘절까지 5개 매장을 추가 개설, 2016년까지 40여 개의 애플스토어를 중국에서 운영할 계획입니다. 현재 중국 내 애플스토어는 18개인데, 1~2년 안으로 매장 수를 크게 늘리겠다는 건 애플의 중국에 대한 집중도를 의미하며, 중국에서의 성장이 더 끌어내겠다는 것입니다.
애플이 정확한 국가별 아이폰 판매량을 공개한 건 아니지만,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실적 발표 전 '중국 아이폰 판매량이 미국 아이폰 판매량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만 UBS는 4분기 아이폰 판매량을 6,930만 대로 예측했고, 그중 35%가 중국, 24%가 미국이 될 것으로 내다봤기에 총 판매량이 500만 대나 차이가 난다는 부분에서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대신 지난해 22%가 중국, 29%가 미국으로 예상되었던 것과 지난 분기 70%의 중국 매출 상승, 그리고 미국에서 매출이 23%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확하지 않더라도 중국의 판매 상황이 정체한 미국보다 괜찮으며, 중국의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이 전체 실적에서도 나은 방향이 되리라는 것으로 이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인구수가 압도적이라는 것만으로 애플의 성장을 설명할 수는 없으며, 애플이 중국에 투자하는 상황만큼 성과를 낼 수 있는지가 올해 중국 시장의 초점입니다. 적어도 2014년까지는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2배로 늘어날 애플스토어만큼 성장세도 가파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죠.
두 번째는 '애플 워치'입니다. 팀 쿡은 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해서 '오는 4월에 애플 워치를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애플 워치가 중요한 제품이라는 것쯤은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겁니다. 애플이 5년 만에 선보인 새로운 카테고리이며, 최근 성장하는 웨어러블 동향에서 아주 중요한 제품이죠.
하지만 그것이 그저 애플이 만든 제품인 탓은 아닙니다. 애플 워치는 몇 가지 커다란 벽이 있습니다. 배터리 등의 기본적인 사용도 그렇지만, 먼저 아이폰과의 연결만 허용합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나 윈도 폰은 안중에 없으며, 제어 앱을 따로 제공할 지도 미지수입니다. 즉, 아이폰 사용자가 소비자로 한정된다는 것인데, 문제는 웨어러블 제품 자체가 아직 소비자를 포괄적으로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애플 워치의 수요는 전체 웨어러블 제품 수요보다 매우 낮습니다.
또한, 애플은 애플 워치의 케이스 디자인을 다양화하지 않았고, 시곗줄과 재질에 개성을 줬지만, 낮은 수요에서 애플 워치의 디자인을 수용할 소비자가 얼마나 될 것인지 상정하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특정 디자인에 소비자가 쏠렸을 때, 수요를 얼마나 빠르게 만족하게 할 수 있느냐는 판매량에 직결될 것입니다. 더군다나 여타 제품처럼 1년 주기로 신제품을 발표한다면 재고 처리에서 애먹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팟도 많은 라인을 가졌지만, 아이팟과 다르게 패션 요소를 매우 강조했으며, 여러 앱을 구동한다는 점에서 성능의 제약이 크기에 동향이 판매량에 끼치는 영향이 다른 제품보다 클 것이고, 가격을 낮추는 방법으로 처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문제는 애플 워치의 판매량 예상인데, 분석가마다 예상 판매량을 제각각이지만, 대개 올해 1,000~2,000만 대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ABI 리서치의 보고서를 보면 올해 웨어러블 기기는 전 세계 3,500~3,600만 대가 출하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애플 워치는 전 세계 웨어러블 판매 점유율의 30~50% 수준을 차지한다는 얘기입니다. ABI 리서치도 애플 워치의 판매량을 1,200만 대로 예상했으며, 그렇다는 건 경쟁 제품보다 낮을 수밖에 없는 수요에도 애플 워치가 크게 성장한다는 것이죠.
반대로 말하면, 애플 워치에 기대할 수 있는 판매량이며, 해당 판매량을 달성하느냐, 하지 못하느냐는 애플 워치가 웨어러블 시장에서 좋은 입지를 차지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애플이 예상하는 판매량도 있겠지만,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을 때 애플 워치의 걸림돌은 더 크게 다가올 것입니다.
애플 워치가 웨어러블 시장에 끼칠 영향도 재미있게 봐야겠지만, 판매량이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을지, 그것이 아이폰 소비자를 통해 견인될 수 있을지 앞서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맥'입니다. 맥은 지난 분기 역대 최대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애플은 지난해보다 14% 증가한 550만 대의 맥을 판매했고, 가트너의 보고서를 보면 2014년 4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2013년보다 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윈도 XP 지원 종료와 크롬북 판매 상승이 1%의 요인이라고 했을 때, 맥의 성장은 전체 PC 시장에서도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윈도 PC 시장이 축소하는 것과 반대로 맥이 상승하고 있다는 건데, PC 시장의 축소는 여러 요소가 겹쳐서 발생한 것입니다. 모바일의 성장, 윈도의 부진 등 말이죠. 하지만 모바일의 성장은 애플도 겪고 있는 것이며, 그 와중에 맥은 성장한 겁니다.
애플은 OS X과 iOS의 통합을 가속하고 있고, 맥의 전체적인 가격 조정도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지난 분기 5K 레티나 아이맥을 빼면 마땅히 돋보이는 맥 제품이 없었다는 점에서 가격 조정과 통합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MS의 '윈도 10'입니다. MS는 올해 새로운 윈도 10을 출시할 계획이며, 윈도 10의 주제도 통합입니다. 애플의 통합과는 다르지만, 한 가지 운영체제로 PC, 태블릿, 스마트폰을 구동할 수 있고, 유니버셜 앱 전략으로 기존 윈도 생태계를 모바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지금은 모바일에서 초라한 윈도도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을 분석합니다.
물론 윈도 10이 PC 시장에서 성공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고, 스마트폰보다는 태블릿 시장에서 먼저 두각을 나타내야겠으나 어쨌든 그 점이 스마트폰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 맥과 윈도 PC의 대결이 통합한 플랫폼 대결로 크게 번질 것입니다. PC 시장이 축소하고, 맥이 성장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온전히 맥의 역량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윈도 10과의 통합 대결에서도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네 번째는 '아이패드'입니다. 아이폰과 맥이 성장한 것과 다르게 아이패드는 지난 4분기에 2,142만 대를 판매하여 지난해보다 17.7%나 떨어졌습니다. 판매량이 하락한 것은 태블릿의 교체 주기가 스마트폰보다 길다는 점과 태블릿의 엔터테인먼트 활용이 패블릿으로 넘어갔다는 점이 원인이 되었을 겁니다.
덕분에 승승장구하는 아이폰과 반대로 아이패드에 대한 우려는 짙어지고 있습니다. 팀 쿡은 '장기적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아이패드의 판매량이 회복 기미를 보일 틈이 잘 보이지는 않습니다. 상기한 것처럼 MS가 윈도 10으로 통합 전략을 내세우고 있으며, 생산성에 집중한 윈도 태블릿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지점에서 패블릿과의 사이에 낀 아이패드는 굉장히 상황입니다.
그러므로 2가지가 요점입니다. 하나는 가칭 '아이패드 프로'입니다. 애플이 12인치 아이패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뜬소문은 오래되었지만, 작년에 등장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5.5인치의 아이폰 6+를 내놓았다는 것은 아이패드의 엔터테인먼트 속성을 일부 아이폰으로 옮긴다는 것이며, 아이패드는 생산성에 중점을 두고자 함을 방증했습니다. 그리고 사양에 큰 변화가 없었던 아이패드 미니도 증명의 한 축이었죠. 고로 아이패드가 생산성에 중점을 둔다면 윈도 10 태블릿과의 접점이 뚜렷해집니다. 아이패드 프로는 이를 뒷받침할 제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다음은 IBM과의 협력입니다. 애플은 IBM과 제휴하여 기업 시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생산성을 중점으로 아이패드를 내세운다면 IBM의 제휴를 통한 엔터프라이즈 시장 성과가 더욱 중요해집니다. 이는 아이패드 프로와도 연결할 수 있으며, 팀 쿡은 작년에 10종류의 기업용 앱을 제공한 것과 함께 이번 분기에 12개의 앱을 추가하여 총 22개의 앱, 나아가 올해 말에는 100개의 앱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IBM과의 제휴를 통한 기업용 앱이 아이패드와 시너지를 내고, 아이패드의 생산성 집중 전략이 결실을 보면 떨어진 아이패드 판매량의 회복도 목표에 넣을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홈킷'입니다. 애플은 WWDC 2014에서 개발자들이 iOS와 연결할 사물 제어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홈킷이라는 새로운 SDK를 내놓았습니다. CES 2015에서 홈킷을 적용한 몇 가지 제품이 공개되기도 했는데, 사물인터넷 분야는 웨어러블을 포함하여 올해 최고의 관심사입니다.
단지 관심사이기에 홈킷을 주목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구글은 네스트를 인수했고, 네스트를 통한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크게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몇몇 제품은 네스트와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으며, 이는 다시 다른 소규모 사물인터넷 플랫폼과 연결하여 갈수록 거대해지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서 홈킷은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제어 방식이 iOS 제품에 고정해있습니다. 사물인터넷 플랫폼 사업을 하겠다는 건 알겠는데, 플랫폼 방향이 기존 iOS를 확장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구글이 네스트로 보여주는 것만큼 파격적인 성과를 보여주진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올해 사물인터넷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며, 가트너는 '올해 사물인터넷 기기가 49억 대로 작년보다 30%나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마트폰처럼 단일 항목이 아니므로 매우 거대한 시장이지만, 사물인터넷의 특성상 이들 제품이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동작하고,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통합하여 담당할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홈킷이 성공적이려면 이 중심적인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플랫폼으로서 역량을 보여주진 못했습니다. 당장 CES 2015에서 네스트와 홈킷 제품들의 차이, 그러니까 제품간 연결에 중점을 두었는가, 스마트폰과의 연결에 중점을 두었는가를 보면 사물간 유기적인 연결이라는 사물인터넷의 특성에 홈킷은 아직 접근하지 못했습니다.
되레 서드파티 업체가 주도한 소규모 플랫폼에 홈킷을 적용하는 모습인데, 홈킷이 플랫폼 역량을 가질 수 있어야만 성장하는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플랫폼 지위를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적어도 상반기 안에는 홈킷의 플랫폼 적인 윤곽이 드러날 수 있어야겠죠.
사실 이 5가지를 하나로 집중하면 아이폰의 판매일 것입니다. 아이패드도 포함해야겠지만, 중국에서의 아이폰 성장이나 애플 워치의 수요, 맥과의 통합, 그리고 홈킷까지 아이폰을 빼놓고 애플을 얘기할 수 없을 만큼 아이폰 중심의 플랫폼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5가지는 아이폰 플랫폼을 확장할 새로운 단서이며, 2015년 애플 성장에 있어서 요소들이 쌓아올린 공적이 곧 아이폰의 판매량으로 직결할 것입니다. 넓게 본다면 애플 전체 플랫폼의 성장이겠으나 아이폰이 중심인 만큼 핵심 지표로서 5가지 요소의 성적도 대변하겠죠.
애플의 2015년을 기대해봅니다. 가깝게는 4월의 애플 워치부터 두고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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