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애플은 비츠 일렉트로닉스를 32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상당히 충격적인 일이었고, 인수 목적에 대한 분석이 줄을 이었습니다. 그렇게 정리된 것이 '스트리밍 사업'과 '헤드폰 브랜딩 강화'입니다. 특히 스트리밍 서비스는 비츠 뮤직과 결합하여 경쟁력 있는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점쳐졌습니다.
애플과 비츠, 음원 산업에 독이 될 수 있다
비츠가 개발한 스트리밍 서비스인 '비츠 뮤직(Beats Music)'은 '더 센텐스(The Sentence)'라는 큐레이팅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더 센텐스는 'I’m [ ] & feel like [ ] with [ ] to [ ]' 순서로 원하는 음악에 대한 문장을 작성하고, 문장을 근거로 취향을 분석하여 음악을 추천하는 것으로 애플이 스트리밍 사업에 비츠를 인수한 근본적인 이유로 꼽혔죠. 당연히 해당 기능만 보고 거금을 쏟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시너지를 내는데 적합한 기능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작년 11월,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이 2015년 3월에 비츠의 스트리밍 앱을 iOS 기기에 기본 탑재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아직 정확한 명칭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이미 애플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아이튠즈와 통합하거나 별도의 앱으로 아이튠즈 라디오와 분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명칭도 그에 맞춰서 결정될 것입니다.
그리고 9to5Mac은 이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일부 내용을 전했습니다. 해당 서비스는 앱으로 제작하며, 애플이 디자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추천 기능을 핵심으로 비츠 뮤직의 더 센텐스와 지난 1월 5,000만에 인수한 음악 데이터 분석 업체인 세메트릭(Semetric)의 기술을 접목하여 개인 맞춤형 스트리밍 서비스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판도라(Pandora)나 스포티파이(Spotify)는 맞춤형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애플이 야심 차게 내놓은 아이튠즈 라디오가 이들의 점유율 차이를 빠르게 쫓아가지 못하고 있기에 애플도 맞춤형 서비스에 승부수를 띄우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안드로이드 버전 앱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윈도용 아이튠즈가 있기에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실제 등장한다면 애플이 처음 개발한 안드로이드 앱이 됩니다. 그리고 스트리밍 서비스가 iOS 플랫폼을 확장하기 위한 장기짝이 아님을 간접적으로 의미합니다.
전 세계 디지털 음원 판매 시장의 70%를 차지한 애플이지만, 스트리밍 탓으로 디지털 음원 매출이 감소했고, 반대로 스트리밍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약 8억 개의 신용카드 정보를 가진 아이튠즈의 힘은 강력했고, 그 덕분에 음반사와의 협상에서도 우위에 있을 수 있었지만, 스트리밍 산업이 커질수록 지위를 위협받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마련한 아이튠즈 라디오지만, iOS 플랫폼에서는 인기를 얻더라도 전체 스트리밍 시장과 견주긴 어려웠습니다. 플랫폼 간 경쟁이 아니라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전체 시장과의 경쟁이므로 자사 플랫폼에 머물러서는 규모에서 절대 경쟁이 되지 않으며, 아이튠즈의 성장에 윈도가 있었다는 걸 돌이켜보면 안드로이드라는 선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이 음원 산업에도 끄덕일만한 것인지는 별개입니다.
9to5Mac은 애플이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의 구독료를 월 7.99달러로 책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이튠즈 라디오로 광고 모델을 키워둔 터라 완전한 유료 모델은 아닐 것이며, 광고를 제외하고 무제한으로 듣거나 추천 기능을 이용하는 데 유료 계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7.99달러는 여타 스트리밍 서비스와 비교하면 저렴합니다. 스포티파이, 디저, 그리고 유튜브의 뮤직키조차 월 9.99달러로 스트리밍 업계의 마지노선이었는데, 9to5Mac가 전한 내용은 애플이 이것을 깨부순다는 겁니다.
지난해 11월, 테일러 스위프트와 스포티파이의 수익 분배 논란은 스트리밍이 인기를 얻고 있으나 창작자에게 음반 판매보다 낮은 수익이 돌아온다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에 스포티파이 창립자이자 CEO인 다니엘 엑(Daniel Ek)은 '서비스 시작부터 2014년까지 20억 달러 수준의 저작권료가 창작자에게 돌아갔다.'면서 '테일러 스위프트처럼 주류 창작자에게는 600만 달러가 돌아갔고, 그녀의 1989 앨범은 불법 공유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즉, 스트리밍 서비스가 음원 판매보다 수익이 낮지만, 저작권료 지금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불법다운로드를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창작자들은 소비자가 스트리밍으로 넘어갈수록 이전에 얻었던 이익보다 낮아지므로 이런 대립이 심화하고 있는데, 마땅한 타협책은 없는 상황입니다.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이용자가 다운로드한 음원을 최소 1회 이상 재생하는 비율은 20% 수준이지만, 자사에 등록된 음원의 80%가 최소 1회 이상 재생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효율이 높고, 추천하는 방식으로 비주류 창작자의 음원도 제공한다는 게 스포티파이의 주장인 겁니다. 이 탓으로 빌보드도 빌보드 200의 순위에 스트리밍 재생 건수를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스트리밍의 장점이 있는 건 맞지만, 음원을 그대로 판매하는 방식보다 창작자의 수익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저작권료를 늘리자니 스트리밍 생태계가 붕괴할 수도 있어서 현재는 대부분 가격이 9.99달러에 머무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7.99달러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으면 어떨까요? 애초 7.99달러라는 가격의 출처인데, 애플은 작년 10월 음반사와 비츠 뮤직의 저작권료를 인하하는 협의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츠 뮤직의 원 구독료를 9.99달러 이하로 낮추는 걸 골자로 했으며, 본래 목표 금액은 5달러였습니다. 하지만 음반사가 애플을 무시하기에는 여전히 아이튠즈의 영향력이 크고, 7.99달러를 적정선에서 협의를 마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그대로라면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애플은 특정 가수의 음원을 독점으로 공개하는 방식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비욘세가 큰 수익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U2의 정규 13집 앨범을 아이튠즈에 독점으로 무료 배포하는 조건에 1억 달러를 투입했고, 한 달 만에 8,100만 명이 해당 앨범을 들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애플이 독점 공개 전략으로 소비자의 발을 아이튠즈에 묶어놓고, 이를 통해서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을 유도하면 서비스 간 경쟁이 아니라 콘텐츠 간 격차가 벌어지면서 전체 창작 그룹이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애플이 일종의 음반사 역할을 겸하면서 디지털 음원 시장의 파이를 지키는 데 남용한다면 창작자로서는 매우 끔찍한 일이 될 겁니다.
2010년 5월, 애플은 미 법무부에 아마존의 디지털 음원 할인 판매에 영향을 주기 위해 음반사를 압박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앞서 빌보드가 '애플이 대형 음반사를 대상으로 몇몇 음원의 가격을 내리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기사를 냈으며, 해당 문제는 비공식 조사 차원에서 마무리되었지만, 점유율 70% 수준의 아이튠즈가 끼치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게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물론 애플이 창작자와 수익 분배를 어떻게 할 것인지, 안드로이드 버전이 나올 것인지, 그리고 가격이 7.99달러로 책정될 것인지 확정적인 건 아니기에 독이 되리라 단정하진 않겠습니다. 그러나 애플의 새로운 서비스가 스트리밍 시장에 영향을 미칠 존재가 될 것은 분명합니다.
자사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건 둘째치고, 적어도 막 성장하는 스트리밍 산업에 악영향만 끼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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