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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은 테슬라와 무엇을 경쟁할까?


 얼마 전, 블룸버그는 '애플 직원 150여 명이 테슬라로 이직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는 '곧 모든 테슬라의 모델 S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OTA 방식으로 배포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것이 테슬라가 애플 직원을 영입하는 이유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애플로 이직한 테슬라 직원도 50명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애플은 테슬라와 무엇을 경쟁할까?
 
 테슬라는 자동차 업계의 애플로 불리기도 하지만, 정작 둘은 치열한 접점이 없습니다. 애플은 컴퓨터를 팔고, 테슬라는 자동차를 팔고 있죠. 아이폰이 많이 팔린다고 해서 테슬라의 전기차 사업이 타격을 입진 않습니다. 물론 컴퓨터와 자동차의 거리는 점점 좁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둘이 경쟁하기 위해서는 명확하게 겹치는 분야가 있어야 합니다.
 
 


 BusinessInsider는 익명의 애플 직원을 통해 애플이 자동차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해당 직원은 '애플이 최근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지나치기 너무 아까운 것이다.'라면서 '테슬라와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매체는 링크드인의 자료를 인용하여 테슬라의 직원 약 50명이 애플로 이직했다고 전했는데, 대부분 인턴 엔지니어였으며, 기계, 제조, 로봇 전문의 직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애플이 자동차 관련 엔지니어를 구한 건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2012년, 애플은 링크드인의 중국 네트워크에 자동차 엔지니어를 구하는 구인 광고를 냈으며, 4년 차 이상의 경력자만 구한다는 조건이 붙였습니다. 익명의 직원이 말한 프로젝트를 그때와 연결할 수 있다면 최소 2년 동안 진행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혹은 꼭 같은 프로젝트는 아니더라도 애플이 오랜 시간 자동차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걸 방증합니다.
 
 애플은 이미 iOS 차량 커넥팅 시스템인 '카플레이(CarPlay)'를 1년 전에 선보였습니다. 31개 자동차 회사와 제휴한 카플레이는 아이폰과 차량을 연결하여 지도, 전화, 메시지, 음악 등 연동하는 방법입니다. 시리를 통해 음성으로 명령하거나 터치 인터페이스, 또는 차에 카플레이를 조작하기 위해 설치한 버튼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애플이 직접 자동차를 만들지 않지만, 다양한 차종에서 iOS 연동을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테슬라와 경쟁할 것이라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iOS 커넥팅 시스템만 두고 테슬라를 지목하진 않았을 겁니다. 특별히 테슬라가 지목당할 사안은 아니니까요. 애플이 테슬라의 무엇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일까요?
 
 


 먼저 지난 4일 CNN 보도를 보면 애플은 '애플 전기차'라는 이름의 특허를 등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해당 특허는 골프 카트에 디스플레이를 장착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고, 디스플레이를 장착한다는 건 전기차 자체에 대한 내용보다 카플레이와 관련한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만으로 애플이 전기차를 생산할 것으로 볼 순 없는 겁니다.
 
 그러나 앞서 샌프란시스코 주위에서 애플의 벤 차량이 목격되었는데, 해당 차량은 지붕에 정체 모를 장치를 장착하고 있었습니다.  AppleInsider에 따르면 지붕의 장치는 레이저 레이더와 연결해있으며, 이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것입니다. 자율주행차를 위하는 센서 시스템 외 고해상도 지도 제작에도 활용합니다. 즉,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것이거나 지도 제작을 위한 벤으로 볼 수 있습니다.
 
 테슬라도 자율주행차를 개발 중이며, 올해 기능을 탑재한 모델의 출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자율주행차를 개발한다면 확실히 테슬라와 경쟁할 수 있겠죠. 다만, 이른 시기에 자체적인 자동차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 공장도 없고, 그런 낌새도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먼 미래의 일이거나 자율주행차를 단정할 단서로 보긴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시일이 빠르다면 자체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이 아닌 자율주행 시스템을 제휴하는 방식으로 카플레이와 연결하는 방식을 갖추는 것도 한 가지입니다. 조금 쉽게 생각하면 벤은 자율주행차가 아닌 새로운 지도나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율주행차 외 애플과 테슬라의 접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재생 에너지'입니다. 애플 CEO 팀 쿡은 골드만삭스 테크놀로지 및 인터넷 컨퍼런스(Goldman Sachs Technology and Internet Conference)에서 '퍼스트 솔라(First Solar)'와 협력하여 태양광 발전소 건설에 8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전소는 올해 중반에 착공하여 내년 하반기에 완공될 예정인데, 발전소의 크기만 1,300에이커에 달하고, 25년 동안 1억 3,000만 와트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엘론 머스크는 태양광 업체인 솔라시티(SolarCity)의 창업자이며, 퍼스트 솔라는 솔라시티의 강력한 경쟁자입니다. 두 기업의 태양광 운용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같은 업계에서 겨루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에 앞선 애플과 테슬라의 협상이 인수나 전기차가 아닌 애플이 퍼스트 솔라보다 먼저 솔라시티와 협력하기 위한 협의가 진행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테슬라는 당연하게도 솔라시티와 협력하여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있으며, 전기차 충전소인 슈퍼차저도 태양광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만약 애플이 새로 지을 발전소, 혹은 추가 발전소의 생산 전력 일부를 전기차 운용을 위한 것으로 활용한다면 어떨까요? 생산하는 전체 전기를 전기차에 쏟진 않겠지만, 가령 카플레이 제휴 업체의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마련한다면 자체적인 전기차를 만들지 않아도 테슬라와 경쟁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를 따라잡으려는 닛산이나 BMW 등의 업체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제공하는 대신에 카플레이를 탑재한 모델 개발을 요구할 수 있고, 애플이 따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더라도 인프라만 잘 구축할 수 있다면 전기차 시장의 핵심으로 자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그리고 해당 솔루션을 자율주행차량과 연결하여 도입할 수 있게 하면 인프라를 통한 전기차 플랫폼을 확보하게 됩니다. 거창한 계획 같으나 솔라시티와 퍼스트 솔라의 관계, 애플 직원의 테슬라 발언을 연결하면 찾을 수 있는 접점입니다.
 
 


 필자는 단서를 실마리로 했을 때, 상기한 두 가지거나 혹은 그중 한 가지가 애플이 테슬라와의 경쟁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직접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보다 플랫폼 사업이 가능성이 크고, 플랫폼 사업의 하나로 자율주행차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단서도 애플의 공식적인 내용이 아닌 익명의 직원에게서 나온 발언을 전제했기에 섬세하게 파고들 여지가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단지 애플로 이직한 직원, 샌프란시스코에 등장한 벤, 퍼스트 솔라와 제휴 등은 확고한 단서이고, 애플이 자동차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기는 충분했습니다.
 
 이제 애플이 테슬라뿐만 아니라 소비자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