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지난 19일, ETSI(유럽 전기통신표준협회)에 자사의 나노 유심칩에 대한 표준안 채택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노키아, 모토로라, RIM은 애플이 유심칩으로 횡포를 하려 한다고 심하게 반대했습니다. 이 내용은 저번주 내내 외신과 미디어매체에서 다뤄졌었는데 애플이 유심칩의 특허료를 받지 않겠다고 제안해 나섰습니다.
애플 vs 노키아 연합, 유심전쟁 어떻게 될까?
애플이 ETSI에 유심의 크기를 반정도로 줄이자고 제안한 것은 작년 5월입니다. 당시에는 구체적인 심의 크기 등에 대한 논의는 없었고 제안을 하기만 했었는데요, ETSI는 이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그로인해 새로운 유심칩이 애플에 의해 등장할 것이라는 얘기는 계속 되어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19일, 드디어 애플이 ETSI에 기존 마이크로 유심칩의 1/3 수준인 '나노유심칩'의 표준안을 제안했습니다. 이미 긍정적 태도를 보인 ETSI와 유럽의 통신사들은 구체적 모습이 나온 나노유심칩을 반기는 한편 노키아, 모토로라, RIM은 횡포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반발했습니다.
그런데 애플이 '나노유심에 대한 특허료를 받지 않겠다'고 제안까지 해버렸습니다.
나노 유심 (NanoSIM)
나노유심(NanoSIM)은 마이크로유심의 1/3수준의 크기로 전체적인 크기가 줄어들고 테두리 부분이 더 잘려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나노유심이 사용되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유심의 크기가 작아지므로해서 그 빈 공간에 다른 부품을 집어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게 됩니다. 더 이상 부품을 집어넣을 공간이 없다면 제품의 크기를 늘리거나 기존의 부품을 줄이는 두가지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데요, 유심의 크기는 부품의 크기로 따지자면 굉장히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녀석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유심의 크기를 줄이기 위한 경쟁에 애플은 오래전부터 나서 있었죠.
노키아, 모토로라, RIM
노키아와 모토로라, RIM이 나노유심에 대한 기술이 없기 때문에 반발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토로라와 RIM이 연구한 나노유심 기술이 있고, 애플의 독점 우려에 대해 노키아가 이들 편에 서서 애플과 싸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애플의 유심은 이들과 다르며, 애플은 작년부터 ETSI에 제안을 한 상황입니다. 애플의 나노유심의 경우 기존의 유심(일반 유심, 마이크로 유심)과는 다른 회로 기술로, 유심을 단말기에 굳이 뺏다 꽂았다 하지 않더라도 유심 정보를 옮길 수 있는 방식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단말기에 유심을 내장하여 출시를 할 수 있죠. 무슨 말인가하면 소비자는 이미 유심이 내장 된 아이폰을 구입할 수 있고, 새로운 아이폰이 나왔을 때 어디서든 구입하여 정보를 전달하기만 하면 유심이동이 가능합니다. 그렇게 되면 설계 상의 이점도 얻을 수 있고, 유심이동의 편의도 볼 수 있게 됩니다. 유심의 크기에 따른 이동시 번거로움도 사라질 것이고, 향후 나노유심보다 크기가 더 작아지더라도 유심교체 없이 이동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물론 다른 제조사의 단말기도 이 애플의 나노유심을 사용하게 되면 아이폰에서 타 단말기로 넘어가는 등이 가능합니다.
모토로라 / RIM의 나노유심은 기존의 유심처럼 SD메모리 같은 형태를 벗어나지 못했고, 덕분에 애플의 나노유심이 ETSI의 지지를 얻어냈습니다. 그런 지지를 애플이 얻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나노유심 기술을 밀어붙이기 힘들자 반발을 하고 나선 것이죠.
당연히 애플의 나노유심이 표준안으로 채택되면 애플이 이득을 보게 됩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애플은 계속해서 자사의 나노유심을 사용할 것인데 아이폰의 설계는 타사 제품보다 우위에 있을 수 있고, 소비자는 편의를 얻을 수 있죠. 그럼 기존 아이폰 사용자의 나노유심을 채택하지 않은 제품으로의 유입은 줄어들 것입니다. 그렇게되면 타 제조사는 애플의 나노유심을 무조건 사용해야하고 독점적 위치를 얻게 된 애플은 유심과 관련하여 어떤 짓이든 할 수 있습니다.
노키아가 반발을 하는 이유로 든 것도 위의 내용과 같으며, 이번 애플의 제안에 대해서도 '골빈약속'이라며 모토로라와 RIM 쪽의 반애플 진영에서 반발하고 있습니다. 제안을 했지만 이를 다른 제조사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에 변함은 없다고 말이죠.
유심 전쟁
기존에 통신 부분에 대한 특허가 약했던 애플은 이번에 패권을 쥐게 되면 앞으로 통신 부분에 있어서 다른 제조사와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며, 반대로 타사는 유심의 독점적 권한을 애플에게 쥐어주게 될 판이 되었습니다. 유심 전쟁인 것이죠.
현재 상황으로 보자면 애플은 노키아 등에 비해 우위에 서있습니다. 기술면에서나 시기, 그리고 독점이라는 우려에 대한 이번 '로얄티 프리 제안(royalty-free)' 또한 ETSI의 결정에 큰 역활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애초에 ETSI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도 하고 말이죠.
애플의 나노유심으로 변하게 될 통신 시장에 대한 기대가 먹힐지, 노키아 / 모토로라 / RIM 연합이 이를 막아 낼 것인지의 이번 결정은 이번주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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