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나름의 주기를 가지고 제품을 출시합니다. 이벤트를 통해 공개하기도 하고 가끔은 예고없이 애플스토어에 올라와 있기도 하죠. 여기에는 애플만의 '소비라인'이 존재합니다.
이 '소비라인'은 애플의 핵심 전략 중 하나입니다.
애플만의 '소비라인'이 있다
애플은 뭔가 규칙적으로 제품을 출시하는 듯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우리는 대게 애플의 1년 단위 라인업을 생각하곤 하지만, 그보다도 애플은 지속적인 소비라인을 구축하여 끊임 없이 시장을 공략합니다. 그건 애플의 전체적인 제품 라인이 이어져 있고, 거기서 소비를 이끌어 내기 때문입니다.
애플 단위
대부분의 업체들은 라인업이라고 하면 제품 카테고리별로 생각합니다. 휴대폰이면 휴대폰, 노트북이면 노트북 식으로 따로 나뉘어 시장을 구성하고 판매하는 전략을 펼칩니다. 물론 여기에는 경쟁사들간의 눈치 싸움도 있고, 휴대폰과 노트북을 둘 다 만드는 삼성이나 LG 같은 업체들은 휴대폰은 휴대폰대로 신경쓰고 노트북은 노트북대로 신경쓰는게 보통 입니다.
그런데 애플은 자기들만의 단위가 있습니다. 제품 카테고리별 공개나 출시 등이 일정한 규칙이 있어보이지만 대게 1년 단위로 진행되는 라인업에 비해 경쟁사들은 여러 제품을 통해 시장을 점유합니다. 물론 요즘에 와서야 플래그쉽 모델로 지속적인 소비를 유발하는 추세로 가곤 있지만, 그 제품 카테고리에 사이에 뭔가를 끼우지 않으면 안되는건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갤럭시S3가 출시 되기 전 갤럭시S2와의 사이에 갤럭시노트가 있었던 것 처럼 말이죠.
애플은 이런 카테고리를 전부 합쳐서 제품 로드맵을 구성합니다. 그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인데 카테고리별로 라인을 이어가는 다른 업체들과는 달리 애플 라인 모두를 줄줄이 이어가는게 바로 애플의 '소비라인'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삼성은 갤럭시S2와 갤럭시S3 사이에 갤럭시노트를 넣어 스마트폰 라인을 유지했지만,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폰 사이에 아이패드를 집어넣거나 아이팟, 맥 등을 집어 넣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1년 단위로 보게되면 애플은 나름 규칙적으로 제품을 출시하는 듯 보이지만, 애플 단위로 보게 되면 불규칙적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라인업이 계속해서 소비를 유발시킨다는 겁니다.
소비라인
예전에 애플 제품은 1월, 3월, 6월, 9월을 기다리라는 말을 듣곤 했었습니다. 애플 제품이 보통 그때 공개되어 출시되기 때문이라고 말이죠. 그리고 '시기가 비슷하기 때문에 그쯤에 출시 될 것이다'라는 것인데, 맥월드와 WWDC가 이 때 열리기 때문이였습니다. 그리고 제품 출시가 3월에 진행되는 경우나 9월에는 보통 음악과 관련된 이벤트를 진행하곤 했죠. 그래서 대체로 아이팟은 9월쯤이라던가 맥 제품은 3월이라던가 소프트웨어는 6월이라던가 같은 일정한 주기가 있다고 봐왔습니다. 아니 그게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제품을 돌아가면서 출시한다는 것인데, 그럼 나머지 2월, 4월, 5월, 7월, 8월, 10월, 11월, 12월은 어떻게 활용을 하느냐 입니다. 애플의 라인업을 보면 저 나머지 달에도 지속적으로 제품을 출시해왔습니다. 여기서 애플의 마케팅을 알 수가 있습니다.
보통 한사람이 한가지 카테고리의 전자제품을 사면 그 카테고리의 재구매를 위한 일정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게 누군가에게는 반년일 수도 있고, 1년일 수도 있고, 10년일 수도 있죠. 보통 1년~4년정도라고 합니다. 성능의 문제나 혹은 식상함 등 이유는 다양하겠죠. 애플은 새로운 사용자도 사용자지만, 재구매에 대해서 훨씬 더 많은 신경을 씁니다. 그래서 이 소비라인이 중요합니다.
애플 소비자는 아이폰을 새로 구입해놓고 새로 아이패드가 출시 되면 그 아이패드도 구입을 합니다. 그리고 새 맥제품이 나오면 그것도 구입합니다. 아이팟도 구입하고, 에어포트도 구입하고, 악세사리도 구입합니다. 물론 모든 소비자라고 할 순 없지만, 이렇게 애플 제품을 다수 보유하기 시작한 소비자가 생기게 되면 다음해에는 또 줄줄이 라인업을 시작합니다. 그럼 애플 소비자는 이번 해에는 아이폰을 바꾸고, 다음해에는 맥을 바꾸고, 그 다음해에는 아이패드를 바꾸는 식으로 지속적으로 소비하게 됩니다.
그리고 굵직 굵직한 이벤트를 통해 주목받은 제품이 아닌 어느 날 갑자기 출시 하는 제품의 경우 재구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시합니다. 그건 하드웨어에 국한되지 않고, 아무 제품이 출시 되지 않은 달에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해주거나 혹은 아예 이벤트만으로 관심을 돌리거나 시간을 벌기 위한 리미트 에디션을 출시하는 등 꼭 한달에 한번은 무엇인가 진행을 합니다.
한달에 한번 뭐라도 판매하거나 진행하게 되면 애플에 관심을 돌릴 수가 있고, 제품이 출시 되더라도 바로 구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자금적 여유분을 마련하기 위한 사람들을 한번 더 기다리도록 소비라인을 굳혀버립니다. 단지, 돈만을 소비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애플 자체를 소비하게 함으로써 거기서 재구매율을 높히고 수익을 올리는 구조를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애플의 주 타겟
애플의 주 타켓은 어쩌나 저쩌나 재구매율이 높은 소비자입니다. 어떤 업체나 재구매율이 높은 소비자는 VIP로 대우할런지는 모르겠으나, 애플은 VIP의 개념이라기보다는 그것을 기본 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마케팅을 이용합니다. 애플 제품을 계속 소비하도록 하는 것이죠. 이번년도의 누군가는 맥을 소비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아이패드를 소비했을 것입니다. 내년에는 이게 반대가 될지도 모르지만 어찌되었건 소비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카테고리에 대한 라인업을 1년 정도 주기로 하면서 그 사이 다른 제품을 끼워넣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아이폰 주요 고객의 경우 거의 모든 관심을 아이폰에게 돌리지만 새로운 아이폰이 나오는 사이에 아이패드를 내놓고, 맥을 내놓습니다. 굳이 새로운 아이폰이 나오지 않는 이상 휴대폰을 바꿀 이유는 없지만 아이패드와 맥은 휴대폰이 아닙니다. 소비 자극을 극대화 시킨다는 것이죠. 갤럭시S2 소비자가 갤럭시노트를 구입할 수도 있지만, 갤럭시S3를 기다리는 소비자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이런 방식은 같은 스마트폰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라인이 움직이기 때문에 소비 자극을 최대로 올려놓진 못합니다. 하지만 애플은 전체 카테고리를 로드맵 삼아 라인업을 진행시키기 때문에 이런 소비 형태를 가능토록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식이 되다보니 HP하면 컴퓨터, 삼성하면 휴대폰이라고 말하지만 애플은 컴퓨터도 이정도, 휴대폰도 이정도라면서 라인업이 카테고리의 구분을 두지 않기 때문에 이것저것 다 잘 팔리는 형태를 띄게 된다는 것입니다. 제품이 우수함의 정도는 둘째치고 말이죠.
이런 소비라인 구조는 지금에 와서야 안정적이 되었습니다.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뒤 제품 라인을 단순한 시킨 후로 발전해왔고, 현재 굳혀져 있습니다. 사실 이런 구조를 위해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없는 상황에서도 아이팟의 라인업으로 유지해왔습니다. 아이팟의 라인이 여러개인 이유도 그때문일지 모릅니다. 실제로 아이팟의 출시는 제각각이기도 했고 말이죠.
이런 구조는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에 혁신이 없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판매고를 올릴 수 있는 이유입니다. 쉬운 구조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덩치가 산만한 기업이 라인을 이렇게 조정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그것도 서비스가 아니라 하드웨어 제품이라면 더더욱 어려운 일이지만, 어떻게 되었든 애플은 그렇게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경쟁사들이 제품의 출시 시기를 애플을 견제해 시기를 조정해 제품들을 출시한다고 하지만, 애플은 그런 시기보다도 재구매율을 높힐 수 있는 시기를 고려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고정화 되다보니 애플 제품을 구입할 시기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더욱 좋은 판매고를 올릴 수 있고, 그것은 수익뿐 아니라 재고 관리에도 도움이 되는 등의 이점을 애플은 챙겨갑니다. 아이폰4의 화이트 색상이 출시되었을때 '시기대로라면 6월에 차기 아이폰이 나올텐데 지금 사면 손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카테고리 자체는 침범하지 않고 출시하는 애플이기에 재구매 고객을 통한 화이트 판매는 꽤나 순조로웠습니다.
그토록 현재 애플의 소비라인은 단단하며, 완벽히 풀 순 없지만 정렬되어 보이는 공식처럼 소비자가 재구매 타이밍을 계산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재구매를 늘릴 수 있도록 잡혀있습니다.
'APPLE > APPLE Geek Bib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플의 EPEAT 이슈, 자폭인가 고도의 마케팅인가 (6) | 2012.07.20 |
---|---|
애플, EPEAT 탈퇴에 대한 궁색한 변명의 경계 (4) | 2012.07.12 |
미니 아이패드, 애플에 있어 효율적인 제품인가? (17) | 2012.07.09 |
애플, 앱스토어 검열의 문제점 (4) | 2012.07.07 |
애플의 정체성, 'Mac is Mac' (8) | 2012.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