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애플이 친환경 전자제품 인증 기관인 'EPEAT'를 탈퇴했습니다. 이에 대해 오늘 애플은 EPEAT 탈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았는데요, 어쩐지 궁색한 변명으로 들리는 애플의 주장.
디자인과 환경, 두가지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는 애플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애플, EPEAT 탈퇴에 대한 궁색한 변명의 경계
애플이 EPEAT 탈퇴함에 따라 샌프란시스코는 애플의 제품을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으며, 이에따라 다른 시의 공공기관에서도 이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되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이런 결정과 여론을 중화시키기 위해 애플은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자신들은 제품의 환경 문제에 대해 종합적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가 후원하는 에너지 효율 규격인 'Energy Star'로 대처한다며 독극물 등을 검토하지 않는 EPEAT보다 오히려 다른 환경부분에서 우수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나름 설득력이 있어보이기도 해보이만, 그저 변명애 불과해보이는 불편한 진실을 들여다 봅시다.
EPEAT
EPEAT는 제품에 대해 재활용 부분이나 공정 부분, 에너지 효율 부분 등을 검토 / 평가하여 친환경 인증을 해주는 미연방 환경보호 기구와 업체들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미국에서는 이 EPEAT의 인증을 환경 부분에 대한 마케팅을 진행할 때 주로 사용하며 거기에 대한 신뢰도도 매우 높습니다.
애플도 탈퇴 전만 하더라도 홈페이지에 EPEAT의 인증에 대해 대문짝만하게 소개하고 마케팅 할 정도였습니다. 그랬던 애플이 EPEAT를 탈퇴했습니다.
WSJ에 따르면 이 탈퇴는 6월말에 진행되었으며, 총 39개 제품이 대상되었다고 합니다.
애플의 변명
애플은 'Energy Star'로 대처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Energy Star는 애플이 EPEAT를 탈퇴 한 이유와 상관이 없는 부분입니다. Energy Star는 제품의 에너지 효율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고, EPEAT도 분명 에너지 효율에 관한 평가도 진행합니다. 즉, 에플의 주장은 에너지 효율에 대한 인증 부분에 있어서는 Energy Star가 더욱 강한 규격이고 이로 대처하겠다는 겁니다. 어떻게 들으면 더 좋아진 환경이 아닌가라는 착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EPEAT에서 문제가 된 것은 '재활용' 부분입니다. 애플의 제품은 갈수록 작고 얇아지고 있습니다. 분해 전문 매체인 'iFixit'도 레티나 맥북프로를 분해하다 디스플레이는 깨버리기도 했죠. 점점 제품을 분해하기가 힘들어지는 애플 제품이기에 이를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분해 작업이 필요하고, 금속과 유리, 플라스틱 등으로 분리할 수 있는 인력과 비용이 요구되게 됩니다. 더군다나 레티나 맥북프로는 얇게 만들기 위해서 부품들을 접착제로 붙히는 바람에 분리하기가 더 쉽지 않습니다. 이부분이 까다로워지자 애플은 EPEAT를 탈퇴해버립니다. 이전처럼 골드 등급을 받지 못하는 이상 EPEAT를 통한 환경 마케팅이 효율적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는 오히려 자사의 환경 보호 방책이 EPEAT가 하지 않는 부분까지 체크하므로 신뢰 할 수 있고, Energy Star를 통해 에너지 효율에 대한 규격도 인증 받으니 상관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고로 애플이 EPEAT한 이유와 Energy Star와는 사실상 무관하며, 제품의 재활용에 있어 분해하는데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애플에 있어 변명일 뿐입니다.
애플
EPEAT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자제품들이 한번씩은 거쳐가는 필수 코스입니다. 미국 정부가 장려하고, 정부 또한 대기업들이 EPEAT 인증 제품을 구입하도록 하며, 대학 등의 교육 기관, 공공기관, 의료시설에서도 대부분이 EPEAT 지원 제품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받은 등급은 소비자에게 환경적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고, 마케팅으로써의 활용 가치가 높습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애플의 탈퇴라는 대응은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극단적인 애플 입장에서 보자면 디자인 때문에 EPEAT의 인증을 받지 못한 것 뿐인데 무엇이 문제냐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폐기 제품에 대한 수거나 분해 방안 등에 대한 재활용 플랜을 제시하면서 이를 마케팅 삼아 EPEAT의 인증을 받는 방법도 분명 있으며,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재활용이 우수하지 못한 제품으로 EPEAT의 등급을 낮게 받던가 재활용이 우수 할 수 있도록 변경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를 하는 쪽이 오히려 나은 방향이였을 것 입니다. 애플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의 기준이 더 낫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 못 된 발상입니다.
우리는 망고를 먹으면서 망고를 재배하기 위해 인력으로 사용되는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을 생각하진 않습니다. 애플 제품을 구입하면서도 환경 부분을 검토하고 구입하는 소비자는 소수입니다. 다만, 생각을 하건 하지 않건, 검토를 하고 구입하건 그렇지 않건 문제점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으며, 낮은 등급이라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탈퇴를 선택하고 자신들에 대한 오만과 고집을 부리는 형태는 오히려 논란만 가중시키고 애플의 이미지를 실추 시키는 상황을 낳았습니다. 그것도 세계에서 제일 주목 받는 기업이기에 더더욱 그렇죠. 샌프란시스코가 애플 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나선 것들도 충분한 이슈거리가 되었습니다.
애플은 이 실추 된 이미지에 대해 EPEAT의 인증보다도 자사의 기준이 어째서 더욱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 증명해야 할 것이며, 그렇지 못하다면 환경적이지 못한 기업으로써의 오점을 지울 수 없을 것입니다. 굳이 디자인이나 재질에 대한 변경을 하고 싶지 않다면, 자사가 시도 할 수 있는 재활용 플랜 등을 통해 이를 잠식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APPLE > APPLE Geek Bib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패드, 맥(Mac)이었다면 성공 할 수 있었을까? (12) | 2012.07.23 |
---|---|
애플의 EPEAT 이슈, 자폭인가 고도의 마케팅인가 (6) | 2012.07.20 |
애플만의 '소비라인'이 있다 (7) | 2012.07.11 |
미니 아이패드, 애플에 있어 효율적인 제품인가? (17) | 2012.07.09 |
애플, 앱스토어 검열의 문제점 (4) | 2012.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