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이패드의 프로토 타입이 세간에 공개되었습니다. 13인치의 액정크기, 두께는 1인치에 달하는 프로토 타입은 무려 지금으로 부터 10년 전인 2002년 제작 된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붉은 악마로 물들었을 무렵 애플은 이미 아이패드의 프로토 타입을 제작하고 있었다는 것인데, 만약 아이패드가 iOS가 아닌 맥(Mac)이 탑재되었어도 성공 할 수 있었을까요?
아이패드, 맥(Mac)이였다면 성공 할 수 있었을까?
아이패드 프로토타입으로 불리는 '035'는 그 당시 태블릿 디자인으로써는 굉장히 놀랍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꺼워서 묵직해보이기는 하지만, 많은 물리버튼을 사이드에 달고 있고 산업용으로나 쓸 것 같던 태블릿들과는 분명 달라있었습니다. 흔히 맥북 흰둥이로 물리는 'MC516'의 태블릿 버전을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과 같은 홈버튼이 찾아볼 수 없지만, 커넥트는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디자인이기 하지만, 저 당시에는 iOS가 없었습니다.
아이패드와 맥
아이패드가 출시 되기 전 대부분의 컨셉 이미지들은 모두 '맥'을 탑재한 모습들이였습니다. 넷북을 출시 하지 않겠다던 애플이였기에, 넷북에 대항 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한다면 '맥을 탑재한 태블릿'이지 않을까하는 의견들이 많았었죠. 아이패드가 출시 될 것이라는 루머는 수년간 계속 되었지만 실제 출시 될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고, 그런 와중 나온 컨셉 이미지들은 아이패드를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상상 할 수 있는 매개체였습니다.
그런데 출시 되기 3개월 전, 아이패드에 'iOS'를 탑재 할 것이라는 루머가 나옵니다. 당시 크게 인기를 끌고 있었던 iOS(당시 아이폰OS)이기에 애플이 이를 사용할 것이라는 얘기였는데, 맥 태블릿을 기대하던 사람들은 이 루머에 굉장히 회의적이였습니다. 필자도 그런 사람 중 한명이였습니다.
그러나 아이패드가 실제로 출시되고 난 뒤 아차하며 필자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애플은 아이패드에 iOS를 적절히 녹아들게 했고, 맥보다도 가벼웠던 iOS는 라이트한 느낌의 아이패드에 잘 어울렸습니다. 터치 방식에 적합한 iOS였기에 아이패드에도 먹혀들 수 있었던 것이죠.
아이패드에 iOS를 탑재 한 것은 굉장한 한 수 였습니다. 지금에야 안드로이드나 윈도우8 RT를 탑재 한 태블릿도 나오는 등 터치 인터페이스에 적합한 제품들이 선보이고 있지만 그 당시는 아니였으니까 말이죠.
현재는 이렇지만 맥을 탑재한 아이패드를 상상하던 시절에 사람들의 생각은 많이 달랐습니다. 애초 태블릿의 포지셔닝 자체도 지금이랑은 완전히 달랐죠. 아이패드가 아이패드라는 이름이 아닌 '아이슬레이트'로 불렸었고, 예상 가격은 $1,299였습니다. 일단 대중성을 감안한 제품은 아니라고 봤다는 것이죠. 태블릿 자체가 대중적인 포지셔닝이 아니였으니까요. 넷북을 겨냥했다고 말하면서도 애초 대중성이 결여되었던 맥이였기에 비싼 돈을 주고도 긱들이 구입할 것이라고 예상했었습니다.
태블릿이라고 하면 완전히 산업용으로 사용되거나 IT긱들의 전유물 정도 였고, 터치 인터페이스는 '흔하지 않지만, 불편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키보드가 분리되었다는 이점으로 휴대하며 재고 관리 등의 이동하면서 봐야하는 업무에 활용하는 수준이였죠. 지금과 같은 인터페이스가 아닌 그냥 윈도우를 박아넣거나 업무용 포크 시스템을 사용했기 때문에 인터페이스가 미려하거나 편하지도 않았습니다. 터치되는 휴대기기라는 점만을 이점으로 포지셔닝을 잡아뒀기 때문에 아이패드도 출시 전에는 그 정도 수준으로 생각했던 것이죠.
하지만 실제로 출시 된 아이패드는 iOS를 탑재한 $499짜리 제품이였고, 긱들만이 아닌 대중들에게도 사랑받는 제품이 되었습니다.
맥을 탑재한 아이패드가 성공?
필자는 아이패드가 맥을 탑재하고 출시되었어도 성공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종료'/'최소화'/'최대화'의 작은 신호등 버튼이나 상단바는 터치 인터페이스에 맞도록 재설계 해야겠지만, 독 시스템이나 라이언부터 나왔던 런치패드, 그리고 기본적으로 큼직큼직한 이미지를 활용한 맥이였기에 터치 스크린에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더군다나 기본적으로 더블클릭을 사용하지 않던 맥이기 때문에 원터치에도 적합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다만, 이런 사용 환경 부분이 아니라 성공의 의미로써 파악을 하고 싶습니다.
아이패드가 맥으로 성공을 했다면 그 의미는 남달랐을 것입니다. 태블릿은 그대로 산업용이나 긱들의 전유물로 사용되었을 것이고, 그 당시 태블릿 카테고리에서 아이패드는 성공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딱히 태블릿의 판매량이 지금과 같이 높은 것이 아니였기 때문에 그 안에서 보면 여지껏 윈도우 외 태블릿을 없었던 와 중이라 맥이라는 녀석이 등장하면 판세가 양분화 될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예상이였고, 그렇다면 맥 태블릿은 성공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겁니다. 윈도우 태블릿과 맥 태블릿이 반반 싸움만 하기 때문에 어차피 많이 팔리지도 않았던 태블릿 카테고리 안에서 맥이 성공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거죠. 지금도 몇몇 긱들은 맥이 탑재 된 아이패드가 있었으면 한다고 호소하기도 합니다.
아이패드가 맥을 탑재했다면 지금과 같은 판매량을 올려놓지는 못했겠죠. 현재 맥이 팔려나가는 수준으로 같이 발전하고 있었을 겁니다. 태블릿의 판도는 뒤바뀌지 않았을 것이고 혹은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태블릿이 나오면서 안드로이드가 태블릿을 대중들에 끌고 나왔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프로토타입인 035이 나왔을때는 iOS가 없었습니다. 잡스의 전기를 봐도 이 내용이 언급되어 있지만, 아이폰은 아이패드에서 파생되어 나온 제품입니다. 애초 잡스가 만들고 싶어했던 제품이 '아이패드'라는 컨셉의 제품이였는데 당시 이를 제작해서 내놓을 수 없었기 때문에 먼저 iOS의 대중화를 노리고 아이폰을 출시하게 됩니다. 잡스는 아이폰 공개 때 '1% 성공'이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는데, 아이패드의 밑밥을 깔기 위해서는 아이폰이 1%만 성공해도 될 것이라고 믿었나봅니다.
2002년 프로토타입, 그리고 2007년 출시되었던 아이폰, 2010년 드디어 세상에 나온 아이패드는 정돈 된 일련의 과정처럼 보여집니다.
다만, 애플도 처음에는 태블릿에 맥을 넣으려고 했을겁니다. 그 당시야 가지고 있던게 맥뿐이였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했다면 아이패드가 태블릿 시장의 판도를 뒤집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 판도를 뒤집기 위한 과정들이 필요했던 것이고 그것이 지금의 아이패드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태블릿
결정적으로 아이패드는 태블릿이라는 카테고리를 새로 짜맞춘 제품입니다. 긱들의 전유물이던 PC를 세상에 끄집어 냈듯이 태블릿도 기존의 무거웠던 제품이 아닌 가벼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냈습니다.
분명 아이패드가 맥으로 나왔더라도 적어도 뉴튼보다는 많이 팔리는 제품이 되었을 겁니다. 적어도 태블릿 시장에서는 실패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아이패드의 성공의 의미와는 분명 다른 무게를 지녔습니다.
현재의 아이패드는 포스트PC라는 영역에 더 다가갈 수 있게 한 제품으로써 아이패드의 성공은 기존 그 어떤 태블릿의 성공보다도 값진 것입니다. 앞으로 이 태블릿이라는 영역이 어떤 식으로 다시 발전해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그 발전 형태의 한획을 그은 제품이 아이패드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런 부분이 애플을 선구자로써 바라보게 하는 시점을 가지게 하지 않나 싶습니다.
'APPLE > APPLE Geek Bib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운틴 라이언, Post PC에 걸맞는 OS (2) | 2012.07.27 |
---|---|
보안 이벤트 참가하는 애플, 바이러스에 대한 위기감? (6) | 2012.07.25 |
애플의 EPEAT 이슈, 자폭인가 고도의 마케팅인가 (6) | 2012.07.20 |
애플, EPEAT 탈퇴에 대한 궁색한 변명의 경계 (4) | 2012.07.12 |
애플만의 '소비라인'이 있다 (7) | 2012.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