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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아마존의 데이터 중고판매가 끼칠 영향

 디지털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과 재산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입니다. 권한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지를 하고 있지만, 여러 상황에 의해 아직까지 완벽히 권한을 보호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 데이터를 상속할 수 있는가'라던지 '소유권자가 사망시 데이터 보호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등이 대표적입니다. 또 한가지 '디지털 데이터를 재판매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도 여지껏 계속 되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데이터 중고판매가 끼칠 영향


 디지털 데이터 재판매의 대표적인 예는 '게임 아이템 거래'입니다. 사행성이나 게임 밸런스 붕괴 우려로 인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엄연히 디지털 데이터를 재판매하는 예의 한가지입니다. 하지만 게임이라는 갖힌 공간에서의 거래일 뿐 이것이 디지털 데이터의 소유권과 재산권 문제에 근본적으로 다가간 것은 아닙니다. 예로써만 존재하는 것이죠.

 MP3나 영화, 전자책에 대해 게임 아이템의 재판매 방법을 적용 할 수 없으며, 새로운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재판매 특허



 아마존은 '디지털 객체에 대한 보조 마켓'이라는 특허를 승인받았습니다. 이 특허는 사용자가 구입한 전자책, 음악, 비디오, 응용프로그램을 포함한 디지털 데이터를 재판매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일종의 중고판매 형식입니다.

 사용자가 디지털 데이터를 구입하게 되면 개인 데이터 저장소에 저장되게 됩니다. 여기서 개인 데이터 저장소란 클라우드를 의미합니다. 디지털 데이터의 판매가 확정되면 마켓에 판매 출품을 할 수 있고, 구매자가 나타나면 판매 금액을 송금받고 컨텐츠에 대한 엑세스 권한과 파일을 전송하면 거래는 끝이 납니다. 이 특허는 단순히 마켓에 관한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판매할 수 있는 횟수를 줘서 몇번 남았는가에 따라 상품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입니다. 3번 더 판매 할 수 있으면 $4, 2번 더 판매할 수 있으면 $3 식으로 말이죠,


 이 특허는 2009년에 출원되었으며, 4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승인을 받게 되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아마존은 디지털 데이터의 재판매에 대해 고민해왔고, 어느정도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아마존이 이 특허를 가지고 새로운 장터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소유권/재산권에 대한 영향을 끼칠만 한 특허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영향



 이 특허의 특징은 사용자에게 디지털 데이터가 자산이라는 개념을 고취시키는 것에 있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재판매 하여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는 자산이 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소유권과 재산권을 철저히 인정하는 것이며, 가치평가에 따라 디지털 데이터의 소유권 분쟁에서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역시나 '불법 복제'를 빼놓을 수 없는데, 이것부터 해결하고 갑시다. 아마존이 중고장터를 열건 말건 불법 다운로더들은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들이 애초부터 컨텐츠를 구했던 곳은 아마존이나 아이튠즈가 아닌 어두운 곳이었고, 그들은 무슨 짓을 하건 거기서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이게 해결의 끝입니다. DRM이 사라지면 불법 복제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지만, 오히려 DRM이 없는 파일을 구하려는 소비자들이 더 많이 찾게 되었던 것처럼 말이죠. 어차피 DRM이 걸려있었어도 그들은 녹음을 하건 녹화를 하건 어떻게든 불법을 자행하려 했었습니다.


 디지털 데이터가 중고 매물로 나오게 되면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컨텐츠를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생길 것이며, 반대로 필요없는 음원을 처분하고자 하는 판매자도 생길 것입니다. 이런 재판매에 대한 가치 개념이 없는 상태에서 '영화 파일을 팝니다'고 했다간 손가락질 받기 좋았지만, 소유권과 재산권에 대한 개념이 정착되게 되면 파일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모두 컨텐츠의 권리를 주고 받는 것이 되므로 '거래'라는 것이 성립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파일을 다운로드 하는데 돈을 지불했던 곳이 유료 P2P였고, P2P는 파일의 소유권과 재산권은 무시한채 공유에 대한 비용을 주고 받았던거라면, 아마존의 특허는 파일 자체에 대한 비용을 주고 받는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거래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개인 상호간 거래가 성립되면 그것은 곧 보호를 받아야 할 자산이 됩니다. 실질적으로 디지털 데이터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는데 있어서 이 판매 방식이 유효화 될 경우 끼칠 영향이 강력해지는 것입니다. 파일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파일에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지할 것이고, 그에 따른 무자비한 공유도 자제하게 될 것입니다. 불우이웃돕기도 아닌데 자신의 재산을 누구나와 공유하려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리고 클라우드를 이용하게 됨에 따라 파일에 대한 보호도 자연스럽게 이뤄지므로, 파일에 대한 보호에 대해서도 소유자들이 진취적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남은 것


 '아마존이 이런 특허를 냈으니 디지털 데이터에 대한 생각이 바뀔꺼야!'와 같은 망상을 내품고 있진 않습니다. 이 특허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영향력이 부족하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니까요.


 일단 아마존이 이 특허를 가지고 수수료 장사를 한다고 한들 '아마존에 국한되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인가'와 '실제 아마존이 이 특허를 사용한 마켓을 열 것인가', 그리고 '제작자에 대한 저작권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어떤 면에 있어서도 아마존이 특허를 승인 받았지만, 이것이 저정도의 영향을 발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을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필자가 아마존의 특허에서 느낀 것은 단순히 '특허가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는 단편적인 것이 아닌, 기업이 직접적으로 디지털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과 재산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에 있어서의 안도입니다. 물론 그들이 더 많은 수익을 내고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그런 방법을 쓰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지만, 과거 디지털 데이터를 대하던 방식과 비교했을 경우 확실히 나아졌다는 겁니다. 소비자가 기업이 내놓은 방식을 따른 다는 것은 시장논리에 따라 '구입 할 가치가 있는 것'이 된다는 것이고, 그것은 근본적으로 '디지털 데이터에 대한 가치'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복제해서 뿌리면 그만일 뿐인 디지털 데이터에 가치가 생긴다는 것은 저작권 문제와 소유권 문제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키를 만듭니다.

 디지털 데이터에 대한 가치를 인정한 것은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덕분에 아날로그가 더 옳다고 주장하는 무리도 있었지만, 결국 시대는 디지털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디지털 데이터의 가치를 소수만 인정했다면 기업들이 디지털 데이터로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은 제공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것은 곧 소비자나 컨텐츠 제작자에게 있어서도 불행한 것입니다.


 아마존은 이런 문제에 대해 오랜 시간 충분히 고민하였고, 디지털 데이터 재판매 특허를 통해 잘 보여줬습니다. 필자는 이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