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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HP가 만드는 안드로이드에 회의적인 이유

 대부분의 PC 제조사들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만든 이력이 있습니다. 델과 레노버 같은 업체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만들어 보기도 했고, 중국 내 가장 인기있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제조사이기도 합니다. 안드로이드를 제조하는 업체보다 안드로이드를 제조하지 않는 업체를 찾는 것이 쉬울 만큼 제조 업계에 있어 안드로이드의 바람은 거셉니다. 그리고 그런 바람에도 흔들림 없던 'HP'가 바람을 타려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HP가 만드는 안드로이드에 회의적인 이유


 리드라이트 모바일(ReadWrite mobile)은 익명의 소스를 통해 HP가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엔디비아의 테그라4를 장착할 것이며, 작년 가을부터 개발 중이라고 하는데 출시 일정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안드로이드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HP가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내놓을 것이라는 소식은 기대할만 해보입니다. 하지만 필자는 회의감 먼저 발했습니다.




HP 안드로이드


 HP가 이제와서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출시할 것이라는 얘기가 그다지 어색한 것은 아닙니다. 2009년 HP는 이미 안드로이드 랩탑 개발을 고려했으며, 2010년에는 실제 시제품도 제작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크롬북도 출시하면서 과거 구글을 견제하던 모습이 아닌 구글과 손을 잡는 모션을 취하고 있고, 그렇다면 자연스레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내놓을 것이라고 가늠할 수 있는 것입니다.

 HP는 여지껏 많은 태블릿을 출시해왔으며, 그 중의 하나로 안드로이드를 채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의 모바일 전세계 점유율은 70% 수준으로 그 점유율을 틈타려고 하는 것은 제조사가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이고, CEO인 맥 휘트먼은 전략적으로 안드로이드를 통한 태블릿에 초점을 맞춘 것일 수 있습니다. 그녀는 웹OS 제품을 단종시키고 웹OS를 오픈소스로 돌려 그램이라는 새로운 회사로 분사하기도 했지만, HP가 스마트폰을 만들어야 한다는 발언을 하면서 전략이 주목되었는데 안드로이드로 실마리를 풀어보려는 것일 수 있습니다.

 웹OS는 오픈소스로써 지속적으로 향후를 도모하는 역할을 맡길 것이며, 당장은 안드로이드를 통한 태블릿, 스마트폰 진입인 것입니다. 더군다나 안드로이드용 웹OS앱을 공개하는 등의 활동을 보인 바, 전략적으로 안드로이드와 웹OS를 엮으려는 모션으로 이해하더라도 크게 납득하지 못할 일은 아닙니다.




회의적



 대세의 안드로이드를 따르는 당연해보이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이유가 무엇일까요?

 HP는 팜을 망쳐놓았습니다. 2010년 안드로이드 랩탑의 시제품을 내놓긴 했지만 선택한 것은 팜의 인수였고, 그와 함께 웹OS(당시 팜OS)도 들여왔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안드로이드보다도 더 경쟁력 있는 플랫폼으로 평가받던 웹OS였지만, HP는 그것을 그대로 망쳐놓았습니다. 마치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에 밀린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HP의 제품 전략은 크게 허접했습니다. 웹OS의 장점을 살려내기보단 하드웨어를 통한 차별화에 주력했으며, 소프트웨어 부분은 웹OS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여겼는지 굉장히 안일했습니다. 금새 팜이라는 이름은 뉴스에서도 접하기 힘들어졌으며, HP가 새로운 팜프리와 터치패드를 내놓더라도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드웨어에 차별화를 두고 싶었다면 안드로이드와 같이 라이센스를 오픈해서 격돌하는 편이 좋았으나, 자사의 라인만으로 차별화를 꿰하려던 것 자체가 실패였으며, 이후의 소프트웨어 강화는 뒤늦은 것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차별화를 시도한 하드웨어 조차 경쟁사들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들로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어느하나 소비자가 선택할만한 여지를 주지 못했었습니다.


 팜이 실패했으니 안드로이드로 실패할 것이라고 직결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태블릿 상위 업체는 애플, 삼성, 아마존, 아수스, 레노버입니다. 이중 애플과 삼성이 전체 점유율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아마존은 9%, 아수스는 8.6%, 레노버는 1.4%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들 중 태블릿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업체는 애플과 삼성 뿐이며, 아마존은 거의 마진이 남지 않는 제품을 팔아 컨텐츠로 수익을 올리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수스는 구글과 손을 잡은 넥서스7의 덕을 봤으며, 레노버는 중국 내 모바일 시장에서 어느정도 판매고를 올리며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이 얼마건 간에 제조사 입장에서 그렇게 특별한 시장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HP가 안드로이드에 합류하는 것이 늦은 감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합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과연 HP가 삼성 수준까지 치고 올라가 안드로이드 태블릿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요? 아니면 아마존처럼 컨텐츠 사업이라도 하고 있나요? 결과적으로 팜의 실패를 다시 재연할 뿐입니다.


 필자는 그 부분에 있어 회의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HP




 HP가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만들어 내는 것에 있어 '다른 제조사와 비견될만한 특별함을 내놓을 수 있는가'는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팜인수를 통한 자체 운영체제로도 특별함을 살려내지 못한 전통적인 하드웨어 제조사입니다. 똑같은 안드로이드를 쓰면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에 차별을 둬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삼성은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태블릿화를 통해 스타일러스와 태블릿을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대한 고민을 소프트웨어에서 찾았으며, 아마존은 컨텐츠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유통시킬지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하고 있습니다. 윈도우 때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인 것입니다.

 HP에 변화가 생겨 소프트웨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것은 얼마 전 출시한 14인치 크롬북에서 열실히 드러났으며, 소프트웨어를 폼펙터에 어떻게 적절히 적용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매우 적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많은 제조사들에게 있어 안드로이드는 원석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것은 HP도 마찬가지이며, 웹OS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의 HP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만들건 웹OS 태블릿을 만들건 동일선상이며, 어떤 것을 만들더라도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같습니다. 안드로이드를 만든다고 해서 특별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HP는 안드로이드가 자신들에게 성공의 키워드가 될거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어떤 제품을 만들건 자신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며, 무엇을 개발하고 있던 그 속의 회의감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이상 영영 태블릿과 스마트폰 시장의 아류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