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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IT기기, 가성비에 대한 고찰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제품을 구입하고 싶은 것은 시장 경제에 있어 소비자들이 가장 바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완벽한 소비 형태라 할 수는 없으며. 소비자가 무조건 제품에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기술적 적용이나 사양, 기능의 차별에 따른 IT기기에 있어 흔히 말하는 '가성비'란 소비자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것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IT기기, 가성비에 대한 고찰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뜻의 '가성비'는 좋은 IT기기를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하기 위한 소비자들이 쫓는 일종의 소비형태입니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성능은 좋아야 한다는 것으로 분명 이는 '소비자'라고 하는 시장 경제의 논리에서는 어긋난 형태가 아니지만, 필자는 이에 대해 많은 회의감을 느낍니다. '과연 가성비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아니, IT기기를 좀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없는가?'의 고민을 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가성비



 신학기가 시작되자 필자에게 많은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노트북 좀 추천해달라', '태블릿은 어떤게 좋느냐' 등 좋고 값싼 IT기기를 학업에 사용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 것입니다. 새 마음의 신학기, 좋은 제품을 손에 들고 학구열을 불태우고 싶은 마음은 알겠으나 이런 추천에 있어 필자는 슬슬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문의가 많기 때문이 아니라, 추천이 소용이 없는 것 때문입니다.

 노트북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면 필자는 먼저 3가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용도가 무엇이냐?', '휴대성이 얼마나 중요한가?', '어느정도의 가격대를 생각하고 있는가?'인데, 딱히 제품의 사양을 나열하여 살피지 않더라도 생각 중인 가격대 안에서 용도에 따라 가장 원활하게 구동 될 수 있는 제품을 추천해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덧붙이는 대신 위의 세가지 질문을 통해 어떤 제품이 어울릴 수 있는지에 대해 일종의 코디를 도와줍니다. 하지만 문제는 제품을 추천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구입하는 제품은 자신의 눈에 든 제품이라는 것입니다. 컴팩트한 랩탑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필자는 결코 넷북을 권하는 일 없이 차라리 11인치나 13인치의 셀러론 제품을 권하지만, 좀 더 아기자기해 보이는 아톰 제품에 눈이 간 요구자는 그대로 그 제품을 선택하더라는 겁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거기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간혹 '추천해주신 대로 구입할 걸 잘못 구입한 거 같아요'와 같은 답이 오긴 하지만, 그런 답을 얻는 것은 그리 많지 않으며 대개 자신이 선택 한 제품에 적응하여 잘 사용하는 모습에 과연 내가 추천을 해줄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고민을 해봤습니다. 하지만 그런 고민과 달리 요청은 계속해서 들어오는 겁니다.


 추천 요구는 계속 들어오지만,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선택하기 마련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간혹 원래 생각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의 제품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기도 하더라는 겁니다. 누가 보기에는 '돈낭비'로 보일 수도 있지만, 필자는 흔히 말하는 IT기기에 대한 가성비라는 것이 사용자를 완벽히 만족 시킬 수 있을만한 공식이 아님은 알 수 있었습니다.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IT기기는 패션이다



 필자가 고찰한 것의 답은 'IT기기는 패션'이라는 것입니다. 제품의 디자인의 우위를 애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패션과 같이 답이 없고, 계속 추구하며 선택하고 변화시켜야 할 일종의 트렌드라는 얘기입니다.

 필자는 필자의 추천이 소용없다고 얘기했지만, 완전히 그렇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필자의 추천과 달리 결국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선택하기 마련이었지만 그것에 대한 힌트를 준 역할로 필자의 추천이 한몫 했을테니까요. 무엇보다 패션이라고 정의한 것은 마치 필자의 추천이 패션 잡지의 추천과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분명 패션에는 트렌드가 존재합니다. 올해의 트렌드나 계절별, 월별, 성별이나 나이까지 이 트렌드에 분석에 따라 패션 시장은 변화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 트렌드에 반응하는 소비자이며 소비자들이 트렌드의 흐름에 따르긴 하지만 정작 선택하는 것은 자신들이 원하는 티셔츠나 바지라는 점을 생각해봅시다. 청바지가 유행한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부츠컷을 선호할 것이며, 어떤 누군가는 스키니진을, 또 어떤 누군가는 배기진을 선호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에 답이 있다고 규정하지 않습니다. 간혹 똑같은 배기진임에도 박음질이나 주머니의 크기나 수, 색상에 따라 가격의 차이가 발생하며 그에 따른 고민은 전적으로 선택하는 소비자가 지게 됩니다. 아무리 A가 튼튼하고 마감의 질도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하다고 하더라도 B의 커다란 주머니가 마음에 들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B를 구입하게 되는 것이 소비자라는 얘기입니다.


 IT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어떤 제품이 저렴하고 성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원하는 제품을 선택하기 마련이며, 가성비라는 것은 일종의 긱의 자기만족 수단일 뿐 절대적인 제품 선택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분은 아닙니다. 간혹 웹서핑만 하는데 100만원짜리 제품이 왜 필요하냐고 버럭버럭 우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당사자는 웹서핑을 위해 100만원짜리 제품을 선택하더라도 거기에 만족하고 충분히 웹서핑에 활용하고 있다면 그건 높은 만족도의 제품 선택이며 가성비라는 틀에 얽메이지 않은 절대적인 개인의 선택이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그것이 옳아요. 물론 가끔 자신이 생각한 것만큼 제품이 활용되지 않기도 하지만 마치 '이런 식으로 코디해야지'라고 생각해놓고 제대로 맵시를 살리지 못하는 옷을 옷장 구석에 넣어두는 것처럼 IT기기도 지속적인 선택과 그에 따른 고민을 소비자가 직접 해나갔을 때 자신에게 맞는 제품과 구입하고픈 제품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더 옳은 선택을 하는데 더 도움이 되어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IT기기




 오래전부터 IT긱들은 기기의 우위점을 가지고 치고 박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필자는 과거와 달리 대중들이 더욱 IT와 밀접해진 현재에 와서는 그런 불필요한 논쟁보다는 새로운 유행이나 혹은 예전의 트렌드를 다시 현재로 끌고와 트렌드를 제시하는 트렌디스트처럼 다양한 IT기기를 다채롭게 활용하며 가성비만 쫓는 구속 된 선택이 아닌 각 개인의 취향과 선택을 존중하고 그 선택의 미흡함이 있다면 이를 채워줄 수 있는 그런 문화적 요소가 생겨날 수 있길 바랍니다.

 물론 이것은 단순한 바람입니다. 여전히 많은 IT긱들은 다투고, 또 다툴 것이며 왠만해서는 필자의 바람이 이뤄지긴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IT기기를 구입하는데 있어 가성비는 절대 사항이 아니며, 1년에 한번 입을까말까한 고급 클래식 정장과 같은 비효율적인 소비를 할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이 소비자 입장에서의 만족스러운 것이었다면 된 것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필자는 사용자가 가장 만족해서 구입한 제품이여야 사용하는데 있어서도 충분한 만족도를 제공 할 수 있다고 보며, 작업의 효율도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은 가성비라는 틀을 벗어나, IT기기의 소비를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것이 좀 더 다양한 제품이 시장에 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매우 유동적인 장치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