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많은 수의 제품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략 1년이라는 출시 주기를 두고 1년간의 로드맵을 적은 라인의 제품으로 채워 제품마다 기간을 두는 식으로 운영을 해왔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와 맥은 상반기, 아이폰은 여름쯤, 아이팟은 9월 식으로 오래전부터 그래 왔던 것은 아니지만, 수년 안에 이렇게 정리된 라인업은 소비자로 하여금 새로운 세대를 기다리는데 좋은 어드바이스가 되었습니다.
애플의 허전한 상반기
하지만 이런 주기라는 것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애플은 아이폰4s를 아이폰4 공개 1년 뒤인 WWDC 2011이 아닌 그보다 3개월이 지난 2011년 10월에 공개합니다. 많은 사람이 애플의 1년 주기가 깨졌다며 얘기했죠. 그리고 그런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상반기
애플은 작년 10월에는 13인치 맥북 프로 레티나, 맥미니, 아이맥의 맥 라인과 아이패드 미니와 아이패드 4세대의 아이패드 라인을 동시에 선보입니다. 그전 9월에 아이폰5와 새로운 아이팟 시리즈가 출시되었으니, 거의 하반기에 몰아서 출시했던 겁니다. WWDC 2012에서 새로운 맥북 프로와 맥북 에어, OS X 마운틴 라이언을 공개했고, 2012년 3월에는 3세대 아이패드, 3세대 애플TV를 공개하긴 했습니다. 문제는 아이패드 3세대를 공개 한지 반년 만에 아이패드 4세대가 출시되었고, 1년마다 이뤄졌던 아이패드 출시 주기도 깨진 것입니다.
애플은 4월 23일 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그 안에 어떤 공개도 출시도 하지 않았습니다. 4월에 23일이 실적 발표로 잡혀있으니 4월에 제품 출시와 관련된 이벤트를 할 가능성도 적습니다. 그럼 남은 건 5월과 6월인데, 6월이야 WWDC가 있지만 그렇다면 5월은 어떻게 지나가게 될지도 불투명합니다. 시기상 새로운 맥북에어나 OS X, 맥프로 등을 공개하기 좋지만, 그렇다고 WWDC에서 iOS만 선보이는 건 구색이 빠지기 때문에 5월에 특별한 이벤트를 할 가망성은 적으며, 한다 치더라도 제품 출시는 그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상반기에 신제품이 몰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수년 동안 애플의 행보와는 다릅니다. 상반기에 새 맥 라인이나 아이패드를 공개해왔고, 하다못해 다른 부분의 이벤트나 OS X 차기 버전에 대한 귀띔 정도는 해줬었는데 아무것도 없습니다.
로드맵
애플이 상반기에 뭔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는 없지만, 적은 제품만으로 한해, 한해 굵직굵직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잘 짜진 로드맵을 통해 제품 하나하나 묻히지 않도록 한 것에 있습니다. 한 번에 쏟아내면 그만큼 주목은 받지만 지속해서 1년 내내 끌고 가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방식은 이미 타 경쟁 업체들도 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애플이 상반기를 그냥 넘겨버리면 하반기에 대부분 제품이 쏟아진다는 걸 의미하게 됩니다.
맥, 아이폰, 아이패드, iOS, OS X, 아이팟이 죄다 하반기에 출시됩니다. 크게 어려울 것 없이 소비자들이 이것들은 업그레이드하는데 부담이 될 것이며, 애플로서는 3/4 분기 실적은 전 제품을 쏟은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애플이 주기적으로 이벤트를 열거나 혹은 맥월드에 참여하고 WWDC를 개최하면서 로드맵이 끼워 맞춘 것처럼 돌았던 것의 장점은 1년간 지속해서 애플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소비자들이 애플 제품을 분기마다 소비하는데 부담감을 덜고, 그것을 분기별 수익으로 돌려 성장세를 이었던 것에 있습니다. 하지만 상반기를 포기하고 하반기에 전력투구한다면 이번 2분기 실적은 그렇다 치더라도 다음 3분기 실적은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굉장히 엉성하며, 적은 제품으로 빠른 사이클의 IT 시장을 대처해야 하는 애플에는 독과 같습니다.
애플
그럼에도 애플이 올해 이런 엉성하고 독과 같은 로드맵을 꾸리는 이유를 꼽으라면 스콧 포스털의 사임과 함께 아이브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의 통합적 관리, 패더러기의 운영체제 통합 관리, 큐의 서비스 향상 등이 긴밀하게 뭉쳐 제품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것일 겁니다.
그 때문인지 애플이 올해는 WWDC에서 죄다 보여줄 것이라는 루머도 등장했으며, 신형 아이폰이나 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줄줄이 보입니다. 킬러 제품인 아이폰을 WWDC에 배치해야 3분기를 그나마 만회하고 가장 실적이 높은 4분기에 이후 출시될 아이패드를 더해 실적 향상을 높일 수 있다는 것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부 맥을 다시 내년에 상반기로 돌려 전체적인 로드맵을 전처럼 다진다는 것이 전체적인 루머 분위기입니다.
이것이 애플에게 있어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제품이 성공적이라면 장기적으로는 득이 될 것이 분명하며 유지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 WWDC에서 차기 아이폰이 공개 될 경우 반년 만에 아이폰을 갈아치우는 것이기 때문에 그 여파를 감당할만한 제품이 아니면 안됩니다. 물론 루머이기에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면 6월이 되어야겠지만, 현재 텅텅 빈 상반기를 메워 줄 존재감을 하반기에 로드맵에 압축시키지 않으면 안그래도 좋지 않게 비춰지는 최근 애플에 대한 시선만 가중 시킬 겁니다.
애플은 여태 1년간 유지해왔던 로드맵을 반년 안에 다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통해 내년의 로드맵에 대한 힌트도 소비자들에게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불균형한 제품 출시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은 이미 아이패드 4세대를 통해 충분히 검증 되었으며, 과거와 달리 출시 시기와 교체 시기에도 민감해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어떤 식의 대처를 보여줄지 기대해봅니다.
'APPLE > APPLE Geek Bib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패드가 어떻게 윈도우를 위협하고 있는가? (22) | 2013.04.08 |
---|---|
보안뉴스에 등장하는 아이폰 (27) | 2013.04.07 |
애플이 전문가를 배신했나? (25) | 2013.04.01 |
아이팟을 뛰어넘은 아이튠즈 비즈니스 (14) | 2013.03.26 |
애플의 해상도 의무화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15) | 2013.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