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란 어떤 분야를 심도있게 연구하거나 직업으로 삼아 수익을 얻거나 분야에 정통한 지식을 소유한 사람을 뜻합니다. 전문가들은 일반 대중들에 비해 분야에 대한 좀 더 높은 수준의 접근으로 일반인들에게 필요한 전문적 양식을 전달하거나 그를 통한 사회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생명을 다루는 의술의 경우 의사라는 사회적 자격을 쥐어주어 전문가로써의 책임과 의무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필자가 이 글을 통해 얘기하고자 하는 전문가는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애플이 전문가를 배신했나?
얼마 전 남궁연씨가 블로터닷넷을 통해 내비친 인터뷰(애플마니아 남궁연 “새 맥프로 기다린다”)는 국내 애플 유저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합니다. 오랫동안 맥을 사용해왔다는 점과 그에 대한 애플의 견해를 진지하게 풀어낸 모습은 단순한 애플 사용자 아닌, 마니아로써 애플의 미래에 대한 걱정과 애증이 묻어나 보였습니다. 그런 애플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과 담론은 같은 맥 유저로써 매우 좋습니다. 다만, 덧붙여 볼 생각입니다.
맥프로
맥프로부터 얘기해봅시다. 필자 또한 새로운 맥프로를 기다리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플이 전문가 시장에서 등을 돌렸다는 것은 말이 이상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맥북프로 레티나 제품군을 봅시다. 이게 전문가를 위한 랩탑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요? 과거 맥북프로는 위크스테이션 제품이긴 했지만 강력함에 있어서 데스크탑에 현저히 미치지 못했습니다. 먼저 모바일 기기라는 점과 최소한의 크기에 많은 것을 담아내야 하는 기술력의 한계는 분명했기 때문이었죠. 담아낸다 치더라도 들고 다닐 수 있어야 랩탑입니다. 애플은 전문가들의 모바일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위크스테이션 제품인 맥북프로 레티나를 내놓았습니다. 이것은 충분히 기존 맥프로의 성능을 모바일로 실현시켰으며, 이동성까지 겸비한 제품으로 평가 받습니다. 높은 해상도를 통해 작업 효율까지 높혔습니다. 이는 분명한 전문가 지향의 하드웨어 업그레이드입니다. 물론 남궁연씨도 이런 부분 때문에 '맥북이 아니라 맥프로'라고 단정지었을 겁니다.
그럼 맥프로는 어떨까요? 먼저 애플이 일반 사용자로 눈을 돌렸다는 얘기가 나온 시점을 더 거슬러 가야합니다. 2010년이군요. 애플은 자사의 서버 제품군인 'Xserve'의 단종을 선언합니다. 2012년 1월 31일까지 Xserve를 판매할 것이며,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잡스가 Xserve 단종 때 밝혔던 말은 간단했습니다. '안팔려!!!' 단 2년만의 단종이었고, 이어서 애플이 제시한 서버 대체 제품군이 바로 '맥미니'와 '맥프로'였습니다. 물론 맥미니와 맥프로는 이미 서버용으로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에 애플은 Xserve보다 맥프로가 더 나은 방법이라고 설명하며 Xserve를 단종시킨 것입니다. 그리고 언론들은 애플이 전문가 시장을 버리고 일반 소비자 시장에 눈독들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보통의 일반 유저들이 맥미니나 맥프로를 이용해 서버를 구축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럼 생각해봅시다. 애플은 전문가 시장을 버리고 Xserve를 단종시켰고, 그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애플이 배신했다며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전문가들이 서버를 구축하는 것이 아닌 일반인들이 서버를 구축하기 시작합니다. 그때문에 애플은 더 큰 일반적 시장을 끌어내기 위해 라이언 서버부터는 OS X에 통합을 시켜버립니다. 하지만 이것이 잘못된 선택임을 감지한 애플은 다시 마운틴 라이언 서버를 분리시킵니다. 여기에 답이 있습니다.
맥프로는 Xserve를 대체하여 서버로써의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타워형의 외형상 기업 시장보다는 일반 시장에서 더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고, 애플은 OS X 통합을 통해 서버를 일반 제품에 묶으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뤄지지 않았죠. 왜? 소비자들은 안정적인 서버를 갖고 싶어했으며, 일반 사용하는 제품과 별개로 맥프로를 또 사더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기존 맥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려는게 아니라 오히려 일반인들이 기존 전문가들처럼 서버를 구축하고 더 많은 하드웨어 욕구를 내비치는 것을 애플은 발견한겁니다. 그래서 마운틴 라이언 서버를 다시 일반 OS X와 분리시킵니다. 맥프로가 출시 된지 오래되긴 했지만, 안정적인 성능으로 서버 제품군으로써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맥미니를 통해 서버 제품군의 실험적 요소를 검증하도록 합니다. 일반 사용자 시장과 기존 전문가 시장에서의 저울질을 한겁니다. 왜냐하면 전문가도 맥프로로 서버를 구축하고, 일반인도 맥프로로 서버를 구축하니까 말이죠. 우리가 여기서 묻고 싶은 것은 누가 전문가냐는 겁니다. 물론 애플의 서버 제품군이 굉장히 단순화 되고 누구나 쉽게 구축할 수 있도록 배려된 것은 맞지만, 어찌되었건 둘 모두 서버를 구축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럼 누가 전문가인가요? 기존 전문가들이 서버 구축을 업으로 삼았으니 그들만이 전문가인가요? 그렇진 않다는 겁니다.
'그게 남궁연씨가 얘기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냐?!?!' 되묻겠지만, 그래서 애플이 시도한 것이 맥북프로 레티나의 실험적 도전입니다. 맥프로는 안정적인 서버 제품군과 일정한 성능의 크리에이티브 능력을 유지하도록 한채 모바일 제품군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뽑을 수 있도록 더 나은 워크스테이션 제품을 선보인 것입니다. 그 사이 맥프로가 낡아 느려터져지긴 했지만, 애플은 그 동안 일반 사용자와 업 종사자들 사이를 줄달리기 하며 나름의 업그레이드와 제공을 같이 해왔습니다. 당연히 그 줄달리기의 끝이 보이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맥프로 소문이 최근들어 많이 들리기 시작했으며 애플은 다시 그 줄달리기를 시작할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생소한 경우가 아닙니다. 생각해봅시다. 애플은 맥북에어를 내놓고 2년만에 새 라인업을 감행했습니다. $1799라는 가격을 $999로 낮추면서 말이죠. 같은 13인치로 생각해보면 $500를 낮춘 셈이군요. 어찌되었건 맥북에어는 그리 많은 수요를 충당했던 것은 아니지만, 초박형 제품으로써 애플에게 의미가 있는 라인이었고 맥북에어를 필요로 하는 비즈니스맨은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당연히 이들은 애플이 맥북에어를 업그레이드 해주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요? 해마다 맥북에어는 업그레이드 되고 있으며, 일명 흰둥이로 불리는 맥북보다 더 세련된 알루미늄 제품이지만 비싸서 엄두나지 않던 맥북에어를 $999에 구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맥북에어의 업그레이드는 애플의 변덕이 아니라 플래시 메모리를 장착하여 더 파워풀한 맥북에어를 제공하기 위함으로써 안정적으로 플래시 메모리를 검증할 단계를 밟은 것입니다. 그 대상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였고, 당연히 랩탑과 모바일을 통합하려 한다는 얘기는 그 때도 이 문제로 언론들이 떠들썩하게 다루던 것이었습니다. 괜히 애플이 맥북에어로 파이널 컷을 구동하는 모습을 동영상에 담았던게 아니라는 겁니다.
아, 파이널 컷 얘기를 해야겠군요.
파이널 컷 프로 X
맥프로의 업그레이드가 전문가들에게 '애플이 배신했다'는 표현의 하드웨어로 작용한다면, 반대로 '파이널 컷 프로 X(Final Cut Pro X)'는 소프트웨어로 작용합니다.
애플은 2011년 6월, 맥앱스토어 오픈 5개월 만에 등록되게 되었으며 기존 파이널 컷의 업그레이드라기 보다는 완전히 새로 디자인한 파이널 컷이었습니다. 더 간편해진 인터페이스와 조작, 복잡한 느낌보다는 간소화 되었는데 당연하다는 듯이 기존 파이널 컷 유저, 그러니까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아이무비 확장판을 파이널 컷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며 조롱했죠. 호불호가 갈리긴 했습니다. 기존의 파이널 컷 7과 달리 64비트 대응이 나아졌고, RED 카메라 지원, 가벼워진 성능 등 기존보다 나아져 긁어준 부분도 있기 때문에 파이널 컷 프로 X에 만족하는 유저도 존재합니다만, 어찌되었건 대부분의 전문가 집단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파이널 컷이 더 간편해지고 쉬워졌기 때문에 전문적이지 못하다는건 무슨 말인가요?
파이널 컷의 변화로 인해 오히려 파이널 컷에 접근하는 일반 유저는 늘어났습니다. 맥앱스토어와 증가한 맥 점유율의 덕도 있었지만, 한눈에 봐도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 아이무비로 깨짝거리던 영상을 좀 더 프로페셔널 하게 편집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접근벽이 높아보이지 않는 파이널 컷은 일반 대중을 사로 잡습니다. 이게 전문가를 배신하는 것이다? 아니, 반대로 얘기해서 일반 대중들이 기존 전문가들이 누렸던 영상 편집의 창의적 영역에 발을 쉽게 딛게 만들고, 크리에이티브 적 활동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입니다. 그리고 파이널 컷을 자유자재로, 그리고 멋진 영상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는 이미 파이널 컷의 전문가입니다. 누가 영상 편집 전문가로 만들어 주는 것인가요? 더 복잡한 파이널 컷을 사용하면 전문가가 되는 것인가요? 아니면 쉬워진 파이널 컷을 마스터한 일반인은 전문가가 아닌 것인가요? 누가 영상 편집 전문가로 만들어 주는 것이냐는건 우문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수입이 문제인겁니까?
애플의 다른 소프트웨어인 로직 프로를 봅시다. 로직도 마찬가지입니다. 로직도 한번 전문가들에게 몰매를 맞습니다. 로직 프로 9이 32비트만 지원해 소비자들을 분노캐 했지만, 이내 64비트를 지원해줬습니다. 이것도 겉껍데기 업데이트라 원성을 사면서 완전히 64비트를 지원하는데 시간이 걸렸죠. 문제는 이 64비트 지원 덕에 애플이 로직 프로 10을 출시하지 않을까 했지만,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몰매와 상관없이 로직 프로가 맥앱스토어에 올라가고, 로직 스튜디어오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접근성으로 작곡에 관심있던 일반인들까지 끌어들입니다. 대표적으로 박명수가 MBC의 무한도전을 통해 로직으로 작곡하는 모습이 방송에 타기도 했던걸 생각할 수 있죠. 그리고 그 작곡의 결과물, 특히 정형돈의 강북멋쟁이는 꽤 큰 인기를 얻습니다. 그 인기는 대중가요라는 분야에서 대중이 선택한 인기이며, 그것을 가능하게 한 작곡의 결과물로 박명수를 전문가로 부르게 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물론 부족한 부분이 더 많았지만 창작 영역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그것을 대중들에게 선사할 수 있었다는 자체가 그를 치켜세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이것이 가능했던건 애플의 하드웨어가 전문적 활동을 하는데 있어 더 가벼워지고 성능도 높아졌으며 저렴해졌다는 것에 있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균형에 누구나 창의적 활동에 뛰어들 수 있는 여지와 창의력을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전문가
그럼에도 기존의 전문가들, 구체적으로 창의적 활동을 수입원으로 삼는 집단은 '우리는 이 일을 업으로 삼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프로페셔널 한 것을 원하는 것'이라고 반론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 일반 직장인이 자신이 카메라에 담은 영상을 더 접근성이 나아진 파이널 컷으로 한편의 독립영화를 찍어 배포했다면 어떨까요? 그것은 이미 그도 어엿한 감독이며 창작의 기회를 가진 사람이라는 점이 분명해집니다. 애플이 전문가 시장을 배신한 것이 아니라 '전문가는 더 전문가 답게, 일반인은 전문가로'를 내세우고 있는겁니다.
적어도 파이널 컷 7보다 파이널 컷 X의 사용자가 늘었다는 점은 분명하며, 기존 전문가들이 투덜되고 있지만 파이널 컷 X부터 시작한 전문가들이 증가했다는 것은 1명의 투덜되는 전문가보다 10명의 전문가를 만들어 내는게 애플에게는 득이라는 결론을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굳이 맥프로가 없어도 맥북에어로 파이널 컷을 구동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당연히 사용하는데 인내를 가져야 하지만 하드웨어의 발달로 접근성을 높인 것이 반영된거죠.
과거 종이와 붓을 살 돈이 없으면 문필 활동에 제약이 생겼습니다. 길바닥에 낙서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창작물로써 등단되기란 매우 힘들다는 겁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원고지는 저렴해졌고, 붓이 아닌 연필과 볼펜이 생겨 났으며, 지금은 워드프로세서가 창작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한들 워드프로세서의 발달 때문에 작가의 업을 해치는 일반인들의 창작 활동이 늘어난다고 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단지 평가하는건 책의 내용일 뿐이죠. '워드프로세서가 문필 활동이 아닌 일반 사무직에도 사용되니 다른거다'라고 주장할런지 모르지만, 홈비디오나 사내 비디오를 제작하는데 파이널 컷을 쓰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좀 더 프로페셔널한 홈비디오를 제작하고픈 창작 욕구를 누가 말릴 수 있습니까? 홈비디오는 아이무비만 사용하라고 딱 잘라놓은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리고 그 홈비디오의 결과물이 기존 전문가들과 견주어 부족하지 않은 훌륭한 영상물이었다면 뭐라고 얘기하겠습니까? 비전문가가 잘만든 홈비디오? 틀렸습니다. 그는 이미 전문가입니다. 아이무비로 할 수 없는 것들을 파이널 컷으로 해결하여 멋진 영상을 만들어 냈다면 말입니다.
기존의 전문가들은 애플이 자신들을 신경쓰지 않고 일반인들을 신경쓴다고 투덜거리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일반인들이 자신의 영역에 들어와 전문가 행세를 하려 드는 것이 불만인 것처럼 보입니다. 아니 무슨 일반인들은 맥프로를 사면 안된다거나 파이널 컷을 사용하면 안된다는 정의가 있길 한가요? 그리고 그것을 애플이 지원해주는 것이 뭐가 문제가 있는건가요? 그렇다고 해서 파이널 컷을 버리고 프리미어를 사용한다고 전문가들의 결과물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문가는 전문가 답게 자신의 영역에서, 그리고 일반인들은 좀 더 편해지고 가벼워진 창작도구로 자유로운 창의력의 발산을... 그것이 누구나 크리에이티브 해질 수 있는 문화적 공유이자 기술 확산의 긍정입니다.
그 차이를 인지했을 때 기존의 전문가들이 얘기 해야 할 것은 애플의 업그레이드 여부가 아니라 전문가로써 보여줘야 할 일반인과 다른 자세입니다. 끝으로 딱히 이것이 남궁연씨의 인터뷰를 반하며 남궁연씨에 대고 '너나 잘하세요'라고 써붙이는 것이 아님을 밝히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체적으로 전문가 시장이라 불리는 곳의 반응들이 대체로 본문과 같기에 남궁연씨의 인터뷰를 방아쇠로 써내보았다는 것을 밝히며 끝을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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