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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의 해상도 의무화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파편화'라는 말이 있습니다. 각기 다른 해상도와 소프트웨어 버전 등으로 인해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응용프로그램을 쪼개야 하고, 그 때문에 개발자는 더 많은 이미지와 레이아웃 검토를 해야하는 고민에 빠뜨리게 만드는 것입니다. 안드로이드의 파편화는 심화 될대로 되어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적응한 편이지만, 아이폰의 경우 오히려 몇가지 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완벽히 지원하기 위해 거쳐야 할 작업이 거의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 수준이 되버립니다.




애플의 해상도 의무화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애초 안드로이드의 경우 몇가지 하이엔드 제품을 기준으로 제작하면서 비율을 맞추고, 나머지는 이미지를 늘려버리거나 오토레이아웃을 사용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너무 종류가 많기 때문에 모두 다 완벽히 지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소비자들도 이해하거나 크게 신경쓰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정도 굳혀진 감이 있습니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적게 팔린 제품을 위해 굳이 많은 시간을 투자해 최적화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아이폰


 하지만 아이폰의 경우 레티나 때 한번, 그리고 이번 아이폰5로 두번째 입니다. 가만히 잘있다가 갑자기 새로운 해상도를 완벽하게 지원하도록 해야하는 것인데, 아이폰5의 경우 비율까지 바뀌는 바람에 기존 앱의 수정이 매우 버거워졌습니다. 그냥 늘려버렸다간 앱의 퀄리티만 떨어질 것이고 단일 모델로 몇가지 라인으로만 승부하는 아이폰이기에 모두 최상위 하이엔드 모델로 무시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부분을 애플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레터박스라는 임시 장치를 준비했던 것인데, 레터박스의 존재 때문에 오히려 개발이 수월해졌습니다.

 임시로 레터박스를 사용하고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수순이 아니라 아예 기존 해상도에 맞춰 제작해버리고 레터박스를 띄워놓는 방식으로 개발하는 단계를 최소화하고 기간을 줄여버린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아이폰5를 사용하면서 새로 출시 된 앱임에도 불구하고 레터박스가 생기는 것을 그대로 사용해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개발자와 소비자의 편의 요건으로 제공해줬더니 개발자들은 그냥 그 상태로 내버려두는 것입니다.

 애플은 칼자루를 빼들었습니다.




의무화




 애플은 5월 1일부터 아이폰5 해상도 지원을 의무화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출시 된 모든 앱들이 대상은 아니지만, 새로 출시하거나 업데이트 하는 앱의 경우 아이폰5 해상도를 필히 제공해야 하는 것입니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날벼락입니다. 다음 업데이트를 진행하기 위해선 아이폰5 지원도 업데이트 내용에 포함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애플의 이런 의무화는 소비자를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자는 아이폰5에 최적화 된 앱을 사용하고 싶으니까요. 하지만 이는 개발자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iOS를 위한 개발자들 말이죠.

 이런 해상도 지원은 사실 앱을 사용하는 소비자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합니다. 일종의 소비자 만족과 같은 것이죠. 하지만 많은 앱들이 여기에 동참하는 선택보다 레터박스를 활용하는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 만족과 이어져 경쟁력이 되어야 하는데 경쟁력이 될만큼의 아이폰5 지원이 일어나진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레티나 떄와 달리 화질의 차이보단 비율의 차이이고, 실제 사용하고자 집중하면 레터박스의 존재를 잊어버리기 때문이 필요성의 부재가 방관으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왜 개발자를 위하는 것일까요? 먼저 앱스토어에 등록 된 앱들이 모두가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지는 앱은 아닙니다. 지원을 포기하고 내버려 둔 앱도 있을 것이며, 그냥 취미 삼아 만들어 올린 앱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앱들은 아이폰5 지원은 고사하고 레티나 지원이 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당연히 소비자들은 이런 앱을 다운로드 받지 않습니다. 좀 더 나은 기능과 지속적인 지원을 해주는 양질의 컨텐츠를 사용하고 싶어하죠. 이번 의무화는 아예 이런 지원 여부를 검토하지 않는 앱들을 모두 퇴출시켜버립니다. 앱스토어에는 남아있겠지만, 소비자들은 지원이 멈춰버린 앱을 다운로드 하지 않을 것이고 그것은 일종의 퇴출인 것이죠. 애플 입장에서 이런 개발자들을 붙잡아 둘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비슷한 기능이나 앱의 개발자들이 아이폰5를 지원하며 경쟁력을 더 갖추고 이런 양질의 컨텐츠가 남아 소비자들을 만족시켜준다면 그것만으로 양질의 컨텐츠를 개발하려는 개발자는 지원을 받는 셈이니까요.


 개발자들이나 업체들은 아이폰5를 지원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의무화를 통해 강제적이지만 필요성이 생겨났으며, 이를 통해 경쟁력이 나눠지게 되면 고스란히 아이폰5를 지원하는 개발자들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쉽지 않아


 그러나 이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비율이 늘어났기 때문에 이에 따라 레이아웃을 변결해야 하고, 배치를 새로 고민해야 합니다. 다른 비율에서 똑같은 화면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선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아예 자체적인 레터박스를 만들어 사이드에 배치하는 방법이나 사이드바와 배경 등을 늘리는 방법 등이 고려되고 있습니다. 완전히 지원하는 것이 아닌 일단 임시책으로 버텨보겠다는 것인데, 애플이 딱히 이 부분에 대해 별도의 가이드 라인을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식이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유예 기간을 한달 간 위에서 언급한 비슷한 방식들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개발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이 의무화 정책을 펼치지만 모두가 이에 수긍하며 응할 생각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레터박스를 걷어내기 위해 오히려 다른 레터박스가 등장할 것입니다. 애플은 아이폰5 이후로도 한동안 아이폰의 비율을 이 상태로 유지 할 것이고, 그 때문에 이런 정책을 내린 것이겠지만 과연 개발자와 소비자가 둘 다 만족할만한 것인지에 대해서 필자는 아직 회의적입니다.


 하지만 먼저 개발자와 소비자 양쪽을 위한 정책에 대해 환영하며, 애플의 의도에 맞게 아이폰5 지원이 이뤄질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