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블로그를 구독하시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필자는 저가 아이폰에 대해 매우 회의적입니다. 출시의 여부가 아니라 과연 저가 아이폰이 애플에게 있어서 필요한 것인지, 이것이 현재의 시장을 바꿀만한 것인지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팔리긴 하겠지만 점유율을 올리는 것에 있어 궁극적인 해법이 저가형 아이폰은 아니라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무엇때문에 저가 아이폰이 필요한가?
저가형 아이폰에 대한 열기는 꽤 식어들었지만, 여전히 많은 분석가들이 저가형 아이폰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이유로 꼽히는 것이 '점유율'입니다. 애플이 신흥 시장에서 저가 안드로이드 제품에 점유율을 뺏기게 될 것이니 애플도 저가 제품을 내놓아 이것을 막아야 점유율을 유지 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점유율
스탯그래프의 통계를 영국의 아이크로싱이 인포그래픽을 만들었습니다. 이 인포그래픽은 작년에도 제작 된 것으로 작년의 점유율 상황과 올해의 상황을 비교하기에 적절합니다.
먼저 미국을 봅시다. 작년 2월 43%였던 iOS 점유율은 2013년 2월, 50.5%로 증가했습니다. 영국 또한 41%였던 iOS 점유율은 43.9%로 증가했으며, 일본도 48%에서 52.6%로 증가했습니다. 스페인, 멕시코, 프랑스, 독일 등 iOS의 점유율이 10%안으로 하락한 국가도 존재하는데, 이것은 얼마나 증가했고 얼마나 줄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급성장 한다는 안드로이드를 대상으로 iOS가 얼마나 점유율 방어를 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신흥 시장이라 불린 브라질의 경우 기타에 속해있던 iOS의 점유율은 기타를 벗어나 12.2%로 증가했습니다. 물론 안드로이드도 18%에서 44.4%로 증가하긴 했지만 아이폰이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성장 중이라는 점도 분명해 보입니다. 중국 또한 12%였던 iOS 점유율은 올해 14.3%로 증가했으며 22%에서 72.1%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인 안드로이드에 비하면 초라해보이지만 나름의 영역을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중국의 안드로이드가 잠식한 것은 iOS가 아니라 노키아와 기타 제품군이며, 이조차도 중국 내 기타에 존재하던 업체들이 안드로이드로 전향하면서 급속도록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올랐을 뿐 만약 애플이 저가 시장을 공략할 생각이었다면 진작에 노키아와 맞붙을 제품을 선보였을 것이라는 겁니다. 이제와서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에 대항한다? 그럴 수도 있지만, 그것은 중국내 모든 안드로이드 제조사들, 즉 구글도 손대기 버거워서 그냥 내버려둔 제조사들 모두를 상대해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지금의 애플과 저가형 아이폰을 지닌 애플, 어느 쪽이 나을까요?
그러면서 최근 주목받는 시장이 바로 '인도'입니다.
인도
상위 20%의 소득이 전체의 41.4%이며, 하위 20%의 소득이 전체의 8.1%인 나라. 인구의 50%가 빈곤층에 속하며,1인당 연평균 소득 $1,600인 인도에서 지금의 아이폰이 팔릴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매우 적을테지만, 그런 일이 실제 일어나고 있습니다.
스탯그래프에는 여전히 iOS가 기타로 구분되어 있지만, 지난해 4분기, 애플은 인도에서 25만대의 아이폰을 팔아치웠습니다. 이는 400%의 성장을 보인 것이며, 10위였던 아이폰의 판매 순위는 6위로 뛰어올랐습니다. 그리고 이 상승세는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IDC에 따르면 3/4분기에 팔린 아이폰 점유율은 인도 전체 15.6%에 달하며, 1위인 삼성 다음으로 많이 판매한 것입니다. 고로 판매 점유율에서는 2위를 기록한 것이죠. (순위에 대해 오해가 있을까 덧붙이자면, 6위는 기종별 순위이며 2위는 업체별 순위를 뜻합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요?
먼저 애플은 통신사에 대부분의 마케팅을 전가하는 방식을 탈피했습니다. 인구 12억의 중국 다음의 거대 시장을 상대하기 위해 직접 마케팅 전선에 뛰어들었으며, '할부를 통해 당신이 꿈꾸던 아이폰5를 5056루피에 살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대략 $93 정도로 여전히 부담스러운 금액이긴 하지만 아예 근접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부담감을 덜어주는데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인도의 부자층은 아이폰이 공식 출시되기 전부터 사용했었기 때문에 아이폰이 상류층을 위한 제품이라는 인상이 강했었습니다. 하지만 애플의 할부 마케팅으로 부자층만 구입할 수 있는 아이폰을 구입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 됨에 따라 평균 소득이 낮은 인도에서도 아이폰 붐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애플은 또, 작년 말 인도에 아이튠즈 스토어를 런칭하면서 컨텐츠 면에 있어서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외신들은 애플의 이런 인도 전략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데, 직접 마케팅에 뛰어들고 아이튠즈를 런칭하는 등의 반응이 다소 늦거나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였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나면서 애플의 주가 추이도 소폭이지만 증가 추세로 바뀐 것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딱히 저가 아이폰이 없더라도 전략을 통해 신흥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여세를 이어가기 위해 저가 아이폰이 필요하지 않을까?'
애플이 인도와 중국에서만 아이폰을 판다면 말입니다. 인도와 중국이 큰 시장이긴 하지만 애플 입장에서는 전체 시장이 중요하며, 굳이 저가 아이폰이 없더라도 아이폰의 점유율을 올리는 것이 가능한 방법을 제시해 기존 마진을 유지하면서 공략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따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도와 중국에서만 판매 할 제품을 만드는 건 전체 시장이 중요한 애플에게 있어 그다지 좋은 선택도 아닙니다. 리퍼 제도까지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굳이 저가 아이폰이 없어도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이 재고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한 것입니다.
저가 아이폰
애플에게 저가 아이폰이 필요하다 주장하려 한다면, 애플의 점유율 감소가 아이폰의 가격 때문이라는 정확한 자료를 내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오히려 아이폰 점유율은 가격보단 규모의 문제이며, 이 규모의 문제 속에서 전략적으로 인도 시장을 공략 했다는 사실의 의미가 큽니다. 중국, 브라질, 인도 모두 점유율이 상승했으니까요.
사실 애플에게 있어 저가 아이폰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필요하다고 생각만 할 뿐 오히려 현재의 아이폰을 더 나은 아이폰으로, 그리고 나은 가격 플랜을 제시함으로써 다가가는 것이 최고의 제품을 제공함과 국가별 가격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가격이 저렴해야 신흥 국가에서 먹힌다는 것을 깰 수 있어야 진정한 마케팅, 유통의 승리이며 그것을 이겨내지 못했을 때나 선택할 법 한 것이 저가 아이폰인 것입니다. 정확히 저가 아이폰은 애플의 성공을 위한 것이 아닌 애플이 실패했기 때문에 내놓을만한 제품이라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애플의 이런 전략 덕분에 노키아와 블랙베리, 삼성도 비슷한 할부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1.2%에 불과했던 아이폰의 점유율이 갑자기 상승하자 저가 제품 뿐 아니라 프리미엄 제품군도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략으로 돌아서게 하였고, 이는 인도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군의 점유율이 중요하게 되었음을 뜻합니다. 곧 분산되겠지만 신흥 시장에서 아이폰 판매의 청신호로 볼 수 있으며, 저가 아이폰이 필요 없다는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적어도 한국의 9.8%라는 아이폰 점유율보다 높으니 '인도의 그깟 점유율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겠냐'와 같은 말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합시다.
다시 얘기해봅시다. '무엇때문에 저가 아이폰이 필요합니까?'
그래도 점유율? 그렇다면 점유율은 높아지고 전체적인 수익이 하락했을 때 애플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에 대해서나 생각해봅시다. 그 편이 저가 아이폰이 나온다 안나온다를 논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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