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페이스 디자인이 중요해짐에 따라 이제는 버튼의 위치나 모양보다도 색상부터 선의 위치, 효과 등 더 많은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보여질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하게 되었습니다. 기능보다도 단순한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도 부쩍 늘었으며, 때문에 인터페이스 변화에 대한 관심도 예전보다 상승해 있습니다.
팟캐스트로 본 애플의 인터페이스 변화
애플의 아이튠즈에서 독립적으로 떨어져 나온 '팟캐스트 앱'의 1.2 업데이트가 어제 진행되었습니다. 'On-The-Go'라는 특별한 재생목록의 추가와 iCloud 저장, 새로운 에피소드의 자동 업데이트 등 기능적인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변화가 생긴 것이 '인터페이스 디자인'입니다.
스큐어몰피즘
팟캐스트 앱은 작년 6월 26일 출시되었습니다. 아이튠즈에 포함되어 있던 팟캐스트의 접근성을 높히기 위한 것으로 초기 몇 가지 미흡한 부분들 때문에 지적 받기도 했지만, 팟캐스트를 이용하려는 많은 사용자들이 애용하는 앱으로 확고히 합니다. 이 팟캐스트의 특징이 있다면 카세트를 모티브로 버튼과 테잎 애니메이션이 적용해 적절히 스큐어몰피즘을 채용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테잎 애니메이션의 경우 섬세한 테잎의 동작 폼이나 거북이와 토끼로 표시한 배속 설정 등이 잘 표현되어 있어 아날로그 적 감성을 느끼기에 좋았죠. 카세트 느낌의 버튼들 또한 상당히 잘 표현하고 있어 스큐어몰피즘의 진수라고 할만큼 단순한 카세트 베끼기는 아니었습니다. 아기자기한 면과 아날로그 적 감성을 통해 디지털의 빠름을 느림의 미학으로 담아낸 점도 충분히 스큐어몰피즘의 특징을 잘 살려낸 것으로 평가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면 이 때문에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테잎 애니메이션으로 들어가기 위해 썸네일을 거두면 버벅인다거나 재생 설정도 꽤나 번거롭게 작용했습니다. 어차피 팟캐스트를 켠 상태에서 화면을 끄고 이어폰으로 듣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이 사각적 효과가 오래 가기보다는 안정적으로 팟캐스트를 사용하는 것에 사용자들은 불만을 표시했던 것이죠.
물론 불만만 표시했던 것은 아닙니다. 이번 팟캐스트 업데이트로 인해 테잎 애니메이션이 사라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사용자도 많았는데, 딱딱한 인터페이스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흘러나왔습니다.
업데이트
업데이트를 통해 바뀐 인터페이스는 완벽히 스큐어몰피즘을 탈피했습니다. 테잎 애니메이션은 사라졌고, 거북이와 토끼도 모습을 감췄습니다. 기본 음악 앱처럼 썸네일을 탭하면 상단에 반투명바가 등장해 갖가지 설정을 도울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단순해졌습니다.
스캇 포스톨이 사임 당한 뒤 조나단 아이브가 지휘를 맡으면서 대대적인 인터페이스 변화가 있을 것이라 진작 예고되었었고, 이는 스큐어몰피즘을 대표하는 포스톨과 미니멀리즘의 아이브의 대결에서 아이브가 우위를 차지하며 애플이 스큐어몰피즘을 탈피하고 미니멀리즘의 간결하고 한 화면에서 모든 것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단순한 인터페이스를 더욱 지향할 것이라 예상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팟캐스트 앱입니다. 과감히 테잎 애니메이션을 빼버렸고, 단순하게 인터페이스를 변화시켰지만 전체적인 성능은 올리면서 안정감을 추구했습니다. 여기서 약간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용자들은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성능적인 만족도는 높아졌지만, 섬세했던 스큐어몰피즘에 대한 아쉬움을 함께 겸했다는 것입니다. 만약 애플이 팟캐스트에서 보여준 것처럼 스큐어몰피즘을 탈피하려 한다면 수정해야 할 부분이 너무도 많습니다. 패스북의 세절기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센터의 펠트 재질까지 싹 뒤엎어야 합니다. 문제는 과연 이것을 사용자들이 원하느냐 입니다.
분명 높아진 성능에 대해 만족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스큐어몰피즘에 대한 불만도 내보이는 것에 대해 탈 스큐어몰피즘을 시도하려는 애플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는 애플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무조건 갈아 엎을 것인가, 아니면 적정선을 유지할 것인가 대해 사용자들과의 거리를 잘 조절하는 것이 애플에게는 필요합니다. 갑자기 스큐어몰피즘을 모두 폐기해버린다면 오히려 거부감과 함께 특정한 향수에서 멀어져버릴테니까요.
애플 인터페이스
애플이 무작정 스큐어몰피즘을 추구했던 것은 아닙니다. iOS의 연락처나 전화 앱의 경우 일반적인 목록의 형태를 띄고 있으니까요. 포스톨과 아이브 사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포스톨이 너무 과도하게 스큐어몰피즘에 집착한다는 것이었고, 불필요한 부분까지 스큐어몰피즘으로 물들이려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 서로 간의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 갈등의 시작이었겠죠.
그렇다면 아이브가 이제 전체적인 디자인 지휘를 맡게 되었으니 과도한 스큐어몰피즘은 빠지고 적정선에서 유지 된 애플의 인터페이스로 돌아가는 것일까요? 필자는 거기까지 알 수는 없습니다. 적어도 아이브가 포스톨과 반대로 지나친 미니멀리즘에 빠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적절히 스큐어몰피즘을 활용해 사용자들의 아날로그를 건드렸던 애플을 탈피하는 또 다른 문제 야기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 봅니다.
애플은 인터페이스 간결하지만 섬세합니다. 스큐어몰피즘으로 일정한 아날로그 감성을 주입하면서 디지털적인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보여줬기 때문에 애플의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우수하다고 평가해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과감히 빠져버린 팟캐스트의 스큐어몰피즘에서 느낀 사용자들의 아쉬움이 단순히 간결하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알려줬습니다.
본격적으로 애플은 과도한 스큐어몰피즘을 탈피하고 이를 바꾸기 위한 대대적인 공사를 할 것입니다. WSJ은 애플이 HW 부서와 SW 부서의 파티션을 허물고 협력하여 하나 된 통합을 이루는 것으로 운영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으며, 이는 SW를 담당하던 포스톨이 사임함에 따라 아이브를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여집니다. 운영과 함께 아이브가 지휘를 맡게 됨에 따라 SW와 HW 전반에 통합적인 인터페이스 적용이 가능하게 되었고, 제품에 따라 적합하지만 또 단순한 인터페이스를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를 '플랫 디자인'이라 명하고 있으며, 차세대 iOS에서 보여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 변화가 팟캐스트에서 보여 준 성능적 만족과 함께 스큐어몰피즘에 대한 향수를 얼마나 떨쳐낼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필자는 애플이 근본적으로 스큐어몰피즘을 완전히 버리는 것은 불가능하며, 우리가 지켜봐야 할 것은 스큐어몰피즘을 얼마나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른 애플의 섬세함이란 점과 이것이 반영 된 새로운 iOS를 기대해보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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