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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디지털 일기, 언제까지 보관할 수 있을까?


 필자는 아직 어릴 때 쓴 일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양이 꽤 되지만, 고이 모셔두고 있죠. 집에 화제가 나거나 도둑 맞지 않는다면 일기는 그 자리에 계속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항상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 일기가 있습니다. 바로 '디지털 일기'입니다.
 



디지털 일기, 언제까지 보관할 수 있을까?
 
 필자의 일기 얘기를 조금 더 하자면, 손글씨로 적던 일기가 어느 날 만난 컴퓨터 탓에 종이에 인쇄된 일기로 바뀌었습니다. 방학 숙제로 제출하기도 했었는데, 컴퓨터가 없던 가정도 있었고, 생소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해서 점수도 좋게 받았었죠. 그런데 이 방식도 결국에는 인쇄를 해서 보관하는 것입니다. 손글씨로 썼던 일기와 나란히 보관되고 있는데, 사람들이 작성은 기본이고, 보관까지 손을 떠난 일기를 쓰게 된 것은 꽤 익숙해진 일입니다.
 



 내달 10일이면, 싸이월드의 해외 서비스가 종료됩니다. 2년 3개월 만에 종료하게 된 것인데, 사용자 데이터에 대한 백업을 지원하면서 종료 절차를 밟아가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백업하면 작성했던 데이터는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있죠.
 
 재미있는 것은 지인의 메시지였습니다. 어디서 들은 건지 '싸이월드 망했다며?'라고 문자가 오더니 '그럼 내 일기는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라고 말을 잇더군요. 지인에게는 국내 서비스가 아니라 해외 서비스가 종료하는 거라고 답을 했는데, 그럼에도 '근데 한국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면 어떡하지?'라고 다시 묻더군요. '해외에서 백업을 지원하고 있으니까, 한국에서도 만약에 종료하게 되면 백업 될 테니까 걱정 안 해도 될 거야.'라고 얘기했지만, 뭔가 불안한지 따로 복사해두겠다면서 대화는 끝이 났습니다.
 
 필자는 이 부분이 재미있기도 하면서 디지털 일기라는 것의 보관에 대해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분명 디지털 정보라는 것이 한순간에 증발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종이라는 기록 수단은 인류 역사상 아주 간편하면서도 오랜 시간 보관할 수 있는 장치 중 하나죠. 그런데 디지털의 발전으로 일기라는 기록이 종이라는 안정적인 수단을 넘어서 편리함으로 사람들이 접근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반은 놀라고, 반은 걱정스러웠습니다.
 
 
 


 사실 기록이라는 것이 특정 계층을 벗어나 모두가 주체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닙니다. 그만큼 기록 수단이 이전보다 늘어났고, 기록 수단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기록 문화가 확장되기 시작한 것이죠. 예를 들어 지금에야 '사진이 남는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사진 발명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듯 말입니다.
 
 그래서 기록에 대한 자연스러움은 가장 최고조에 이른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어릴 적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자랐을 때 보여준다거나 육아일기도 자연스러운 기록 문화입니다. 그런데 디지털이라는 수단이 발전하면서 이런 모든 것들이 디지털에 집중된 현상을 보입니다. 글이든 사진이든 영상이든 소리든 어떤 기록이든 디지털 내에 존재하는 정보로서 기록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이 잘못되었다기 보다는 '과연 얼마나 보관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서 비롯된 것일까? 하는 물음을 던지고 싶기 때문입니다.
 
 일기를 작성한다고 가정하면, 그냥 컴퓨터로 워드 작업을 해서 파일로 보관할 수도 있고, 앞서 얘기했던 싸이월드와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고, 혹은 최근 스마트폰용 일기앱을 사용해서 작성할 수도 있습니다. 방법은 많아요. 그러나 기록이라는 면에서 디지털 일기가 20년이고, 30년이고 유지될거라는 보장은 할 수 있는 단계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쭉 보관할 수 있을거라는 증명이 된 적이 없습니다.
 
 하드디스크나 웹이나 여러 가지 자료가 둥둥 떠다니고 있고, 문화제를 디지털로 데이터로 복구하는 작업도 하고 있죠. 그런 데이터 베이스 자체는 필요합니다. 어쨌든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단지, 정말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기록이라는 것을 간직하고자 한다면, 후손에게 돌리지 않더라도 죽기 전에 한 번 읽어볼만한 일기를 쓰고자 한다면 서비스 종료를 걱정해야 하는 일기를 쓰기 보다는 보관에 대한 생각을 좀 더 깊게하는 일기를 쓰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스마트폰을 켜면 나오는 일기가 항상 켜진다는 보장은 할 수 없으니까요.
 
 
 


 이런 기록의 동향이 변하고 있지만, 이 맘이면 다이어리 구매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명확하다고 봅니다. 손글씨의 맛이 있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실제 간직하고, 보관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죠.
 
 '일기를 종이에 쓰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애써 쓴 일기가 서비스 종료로 사라지거나 혹은 백업을 제때 하지 못해서 영영 돌이킬 수 없는 건 아주 슬픈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을 항상 상기하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기록에 소홀했다거나 보관에 소홀했다거나 한다면 올해에는 자신을 기록한 일기 한 권을 남겨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