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를 풍미했던 닌텐도의 최근은 어둡습니다. 여전히 휴대용 게임기로는 높은 판매를 기록하고는 있지만, 스마트폰과 저가 태블릿 공세에 밀려 게임 시장에서 어깨조차 펴고 있지 못합니다. 게임계 가장 강력한 플랫폼으로 존재했던 닌텐도가 플랫폼을 잃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닌텐도, 모바일 플랫폼으로 대응할 것
슈퍼 마리오, 젤다, 별의 카비, 포켓몬스터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작품이 모두 닌텐도 소유이며, 닌텐도는 이들을 프랜차이즈로 하는 콘텐츠를 이용해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판매하는 전략을 오랫동안 구사했습니다. 이 전략은 게임큐브와 같은 실패작을 내놓고도 유지되었습니다. 그러나 99센트짜리 스마트폰 게임은 복병이 됩니다.
닌텐도는 2013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닌텐도 위 유(Wii U)의 판매량이 예상보다 70% 이상 적은 280만 대에 그칠 것으로 기존 예상치였던 900만 대에서 대폭 낮췄습니다. 닌텐도 U가 처음 판매를 시작했을 때 345만 대보다도 적은 수치여서 이런 수정 방안은 위 유의 아주 실망스러운 결과를 방증했습니다. 닌텐도의 예상대로라면 350억 엔의 영업손실을 지게 되지만, 분석가들은 이조차도 높은 예상치일 것이라며, 더욱 비관적으로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2008년 1조 8,000억 엔의 매출을 기록했던 닌텐도지만, 지난해 예상은 5,900억 엔으로 67%나 하락한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후 성장세도 딱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올해 꼭 모색해야 합니다. 플랫폼 전략에 수정이 필요하죠.
그 방법으로 가장 오랫동안 거론된 것이 바로 '스마트폰 게임 개발'입니다. 이미 2011년 투자자들이 닌텐도의 떨어지는 실적을 지적하며, 닌텐도의 게임을 스마트폰용으로 포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결코,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아이폰용으로 닌텐도 게임을 내놓는다면 그 수익을 애플과 나눠야 합니다. 당연하게 매출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지만, 여태 자사 플랫폼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했던 닌텐도의 자존심이 짓밟히는 일이죠.
이번 실망스러운 실적 예측에 다시 스마트폰 게임에 대한 요구가 불이 붙었습니다. 거기다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대표가 최근 기자회견에서 스마트폰 기기를 활용할 것이라는 발언을 했고, 이를 니케이 신문이 보도했습니다. 그러자 닌텐도를 엔가젯에 '스마트폰 플랫폼을 위한 게임을 만들 계획이 없다.'고 편지를 보냈습니다. 스마트폰에 대응하는 제품을 만들긴 하겠지만, 닌텐도의 게임이 스마트폰 플랫폼에서 작동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서신을 보낼 정도면 이런 얘기 자체가 닌텐도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서신의 내용에는 모순이 있습니다. 스마트 기기에 대응은 하겠지만, 스마트폰용 게임을 제작하진 않겠다고 말입니다. 무슨 말일까요? 플랫폼을 들여다 봐야 합니다.
닌텐도는 새로운 모바일 시장에 대응할 플랫폼을 제시한 적이 없습니다. 휴대용 게임기를 모바일로 보면 전혀 모바일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고 보긴 어려운 것입니다. 전략 자체가 이전 상태에 머물러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플랫폼을 새롭게 디자인해야 합니다.
새로운 플랫폼의 조건은 몇 가지에 중점을 둘 수 있습니다. 먼저 애플과 구글이 중심된 스마트폰 플랫폼과 대립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사 플랫폼이 아닌 플랫폼에 이익을 의존해서는 당장 매출을 상승하겠지만, 장기적인 성장세를 회복할 수는 없습니다. 각 플랫폼의 추세에도 맞춰서 대응해야 하니 자신들의 색만을 낼 수가 없고, 닌텐도의 강점도 사라져 버립니다. 색을 잃어가는 건 좋지 않죠.
또한, 하드웨어 기반 사업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플랫폼 사업도 늘어나고 있지만, 플랫폼을 유기적으로 동작하게 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의 존재가 꼭 필요합니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플랫폼들이 하드웨어를 품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려는 이유도 그곳에 있는데, 닌텐도의 하드웨어 사업은 아주 잘 여문 열매와 같습니다. 이를 포기하는 것은 플랫폼을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세 번째는 글로벌 네트워크입니다. 뉴욕타임스는 '닌텐도가 모바일 SNS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니케이 비즈니스의 분석을 보면 예를 들어 닌텐도의 RPG 게임은 우수하지만, 각 플레이어가 시작하는 지점이 달라서 게임 환경을 공유하고, 확산하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입니다. 거기다 지역코드 정책까지 펼치고 있어서 해당 지역의 사용자층을 제외한 글로벌 네트워크에 취약점을 지닙니다. 닌텐도는 전 세계 사용자층을 새로운 플랫폼에 모아야 하며, 네트워크를 통해 확장하는 시장에 대응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콘솔 형태의 홈 시장을 공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단순 게임 콘텐츠만으로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서비스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닌텐도가 진입할 수 있는 홈 엔터테인먼트 부분만 하더라도 새로운 플랫폼이 어떤가에 따라서 위 유와는 다른 포지셔닝을 지닐 수 있습니다. 현재의 위 유는 그냥 게임기죠. 가까운 플레이스테이션과 Xbox가 어떤 식으로 홈 엔터테인먼트에 진입하고 있는지 본다면 닌텐도의 플랫폼이 가야 할 방향은 정해져 있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닌텐도 스마트폰'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굉장히 어리석은 것으로 닌텐도 콘텐츠만을 위해 스마트폰을 구매할 특정 소비자층만 노려서는 진행이 더디거나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미 더 탄탄한 애플과 구글이라는 스마트폰 생태계가 존재하는 탓에 스마트폰을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것은 개미지옥과 같습니다.
굳이 닌텐도의 플랫폼을 구상해본다면 닌텐도가 출시한 아주 저렴한 스마트폰용 게임 패드를 사용해야만 스마트폰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거나 게임 패드에 사용자 코드를 두고 승인하는 방식으로 스마트폰 플랫폼과 수익을 양분하지 않으면서 사업을 진행할 방법이 있습니다. 애플이나 구글이 가만히 있을 거라고 보장할 수는 없지만, 가장 현실적인 대응책입니다.
닌텐도는 모바일 플랫폼에 대응하게 될 것입니다. 달리 방도가 없습니다. 화투를 판매할 때부터 태생적으로 플랫폼 사업을 해왔던 닌텐도가 단순 콘텐츠 유통 업체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방도는 오로지 모바일 플랫폼에 대응하는 겁니다.
그 고민 어렵습니다. 먼저 패권을 쥐고 있는 기업들이 있고, 닌텐도는 변방에서 힘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닌텐도가 조건에 맞는 새로운 플랫폼을 올해 안에 내놓을 수 있을지, 아니면 전혀 적절하지 못한 전략으로 다시 한 번 뒷걸음치게 될지, 두고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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