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IT일반

비트코인, 제어하기 위한 움직임


 비트코인의 투기 바람이 줄어들고, 채굴 난이도가 어려워지자 비트코인 사용자는 좀 더 편하게 비트코인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비트코인 논란은 여전하지만, 관심이 크게 집중되었을 때보다 안정적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그 덕분에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곳도 늘었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 제어하기 위한 움직임
 
 회의감이 있으면서도 많은 회사가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도입하는 건 적극적인 비트코인 사용자를 새로운 고객으로 흡수할 수 있고, 수수료도 저렴하면서 환율에 따라 실적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되는 덕분입니다. 그리고 비트코인을 제어하려는 움직임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달 델은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도입했습니다. CEO 마이클 델은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으로 이뤄진 파워에지의 결제 금액이 85BTC 이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정확히 한 달 만에 공개한 결과로 달러로 환산하면 5만 달러 규모입니다. 해당 트윗에는 '비자에 지급할 1천 달러의 수수료를 절약한 걸 축하한다.'는 답글이 달리기도 했는데, 델은 비트코인으로 수수료를 잡고, 새로 도입한 결제 수단으로서 효과를 본 것입니다.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인 오버스탁이 비트코인을 도입한 건 지난 1월이지만, 얼마전 미국에서만 허용했던 비트코인 결제를 외국 이용자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내에서도 해외 직구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곳 중 하나가 오버스탁인데, 이 계획은 4~6주 사이에 이뤄질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직구에도 비트코인을 쓸 수 있고, 수수료도 낮아질 것입니다.
 
 오버스탁이 비트코인 결제를 확대하는 건 비트코인이 오버스탁의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오버스탁의 CEO인 패트릭 브린은 올해 초 '비트코인 결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비트코인 허용 첫날에만 12만 6,000달러를 기록했으며, 올해 비트코인으로 이뤄진 매출이 1,000만 달러를 넘어 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으로 성과를 냈고, 이를 외국으로 확대한다는 것이죠.
 
 디시네트워크도 비트코인으로 시청료를 받고 있으며, 이베이도 비트코인 도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가상화폐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권고문을 지난 12일에 공개했습니다.
 
 


 CFPB는 가상화폐가 가격 변동성이 크고, 악의적인 해커나 사기꾼들의 목표가 될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가상화폐가 정부나 중앙은행이 보증하는 것이 아니므로 개척지에 발을 내딛는 것과 같다고 CFPB의 국장인 리처드 코드레이는 말했습니다.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도 가상화폐를 수단으로 하는 다단계 사기에 주의할 것을 투자자들에게 알렸는데, 이런 움직임에 비트코인 사용자들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해당 권고문의 내용은 가상화폐의 위험성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으며, 가상화폐를 이용하려는 사용자가 숙지해야 할 부분입니다. 비트코인 재단의 짐 하퍼 정책고문은 'CFPB의 권고문은 표준적이다.'라면서 사용자들이 알아야 할 것을 부정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사용설명서처럼 정보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둬 유익하다고 평가했습니다.
 
 CFPB는 권고문 공개와 함께 가상화폐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창구를 개설하고, 가상화폐 피해나 고충을 접수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가상화폐의 위험성을 얘기하면서도 가상화폐 사용을 일부 풀어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달러 중심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방안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가상화폐의 움직임을 봉쇄하긴 어렵다고 미국 정부는 판단한 것입니다.
 
 반면, 영국은 달러 중심의 화폐 경제를 엎을 파급력을 지닌 가상화폐에 미국처럼 간접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합법적으로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비트코인을 법으로 규제하게 되면 화폐로 인정하는 것이 됩니다. 지난 6월, 일본은 비트코인을 규제하지 않기로 했고, 미국은 딱히 명확하게 얘기하고 있지 않지만, 일종의 자산 개념으로 남겨두면서 거래 자체를 부정하고 있진 않습니다. 단지 화폐로 규정하진 않겠다는 것인데, 영국의 생각은 다릅니다.
 
 영국은 가상화폐가 영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가상화폐를 음지가 아닌 양지로 끌어올리면 쉽게 달러 중심의 화폐 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면 영국과 거래하는 쪽에서는 더 저렴한 수수료의 비트코인을 사용하고자 할 것이고, 그것이 여러 국가와의 거래로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화폐 경제의 무게 중심이 이동할 것이라는 겁니다. 빠르게 가상화폐를 도입한다면 주도권도 쥘 수 있기에 영국은 미국과 달리 적극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입니다.
 
 미국은 달러 중심의 화폐 경제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비트코인을 일종의 재산으로 간주하는 제어 방식을 택했다면, 영국은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고, 이를 영국 중심으로 이끌어내는 제어 방식을 택했습니다.
 
 


 어느 쪽 제어 방식이 낫다고 판단할 순 없습니다. 아직 비트코인의 변동 요인은 너무 많고, 둘의 뜻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으니까요. 다만, 미국이든 영국이든 비트코인에 가깝게 접근하고 있으며,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에 들어갔다는 건 중요합니다.
 
 만약 어느 쪽이든 비트코인의 제어를 주도할 수 있는 쪽이 된다면 향후 가상화폐 경제에서 입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발행처가 없는 비트코인을 제어하는 게 가능한가?'라고 질문할 수도 있겠지만, 둘의 행보는 비트코인 자체를 제어하는 것이 아닌 '비트코인의 존재를 결정하도록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있으며,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비트코인 거래를 종용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를 쟁점으로 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가상화폐에 대해 좀 더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