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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amsung

삼성전자-블랙베리, 인수 가능성 희박하다


 앞서 말하자면 가능성이 없다는 건 아닙니다. 2013년, 블랙베리는 누가 봐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당시에도 삼성은 가능성 있는 업체 중 하나였습니다. 블랙베리가 레노버와 접점이 닿았을 뿐, 자체 운영체제 플랫폼을 가져야 한다는 우려도 삼성이 블랙베리를 인수할 이유를 마련토록 했고, 가능성만큼은 수년 동안 있었습니다.
 


삼성전자-블랙베리, 인수 가능성 희박하다
 
 삼성이 블랙베리를 인수할 적기가 있었다면 역시 2013년 말입니다. 문제는 삼성이 위기의 블랙베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지 않고, 중국 업체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전에 브랜딩에 쐐기를 박으려는 방향이었으므로 블랙베리 인수는 논외였습니다. 현재에 와서는 삼성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게 문제가 되었죠.
 
 


 로이터는 '최근 삼성이 특허 확보를 위해 블랙베리에 75억 달러 규모의 인수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주당 13.15 ~ 14.49달러에 인수하는 것으로 로이터는 익명의 소스를 인용했다고 밝혔습니다.
 
 로이터의 보도 후 블랙베리 주가는 30% 상승한 12.60달러에 마감했는데, 블랙베리가 발표문을 통해 이를 부인했고, 시간외거래에서 매우 하락했습니다. 블랙베리는 발표문을 통해 '삼성과 인수 제안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고 단정했으며, 이어 삼성도 '사실이 아니다'면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주가가 큰 폭으로 등락했기에 만일 실제 논의가 있었고, 인수 가능성이 있다면 주주들이 불만을 표시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인수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건 삼성과 블랙베리의 결합은 여러 가지 큰 의미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로이터는 특허 확보를 위해 삼성이 블랙베리를 인수할 것이라고 했지만, 최근 삼성전자와 블랙베리의 연결고리를 찾으면 'B2B'입니다. 삼성은 보안 플랫폼 녹스(KNOX)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구글 I/O 2014에서 구글은 안드로이드와 녹스를 통합하겠다고 밝혔고, 삼성은 녹스로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하드웨어가 아닌 플랫폼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블랙베리와 제휴하여 녹스에 '블랙베리 엔터프라이즈 서비스 12(BlackBerry Enterprise Service 12 ; BES12)를 결합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블랙베리로서 보안 플랫폼을 안드로이드로 넓힐 기회이고, 삼성은 보안 플랫폼으로 B2B에서 안드로이드 영향력을 끌어올려 엔터프라이즈 시장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지점입니다. 그렇다면 삼성이 블랙베리를 인수함으로써 하드웨어 제조 및 보안 플랫폼 제공으로 B2B 시장 영향력을 크게 키울 수 있겠죠. 하지만 그것만으로 블랙베리를 인수한다는 가능성이 높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via_Vos Iz Neias


 삼성과 블랙베리의 제휴 목표는 같지만, 제휴만으로도 충분히 목표는 달성할 수 있습니다. 목표에 가까워졌을 때 경쟁은 하겠지만, 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에 인수는 배보다 배꼽이 큰 격입니다. 그럼 그 밖에 블랙베리로 노릴 수 있는 게 있는가 하면 블랙베리는 제조를 폭스콘에 맡기고 있으며, 운영체제인 BB10을 채용하기에는 이미 삼성에 타이젠이 있습니다. 삼성이 노릴만한 게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로이터가 말한 특허는 마치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이유와 비슷한데, 구글은 결국 R&D 부문을 제외한 모토로라를 레노버에 매각했습니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매각하기 전까지 인수 목적을 추궁당해야 했고, 레노버에 떠넘기면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특허 외 목적을 찾기 힘든 삼성이 구글처럼 알맹이만 빼낼 수 있다는 보장을 할 수 없고, 2013년에 블랙베리를 인수하기로 했었던 캐나다 보험사 페어팩스홀딩스는 블랙베리 특허권의 가치를 30억 달러 수준으로 책정했습니다. 삼성이 제시했다는 75억 달러는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이죠.
 
 무엇보다 특허권밖에 남지 않았던 블랙베리에 구글, 삼성, 시스코, SAP, LG, 인텔 등이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페이팩스홀딩스가 인수에서 발을 빼게 된 것입니다. (2013년에도 구글, 삼성 등이 블랙베리를 노린다는 기사를 낸 게 로이터였다.) 당시 인수 주체가 많았던 탓에 블랙베리는 공중분해 될 수 있었고, 특허권만 나눠 가지거나 컨소시엄 설립으로 흘러갈 수 있었는데, 끝내 특허를 나눌 만큼 가치가 없다는 판단에 마지막에 남았던 업체가 레노버였습니다. 그런데 삼성이 다시 특허를 확보하기 위해서, 거기다 책정 가치보다 2배 금액으로 인수한다는 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둘 수밖에 없습니다.
 
 그 밖에 부동산 및 투자 자산은 블랙베리가 재기를 위해 대량 처분하여 2013년보다 가치가 떨어졌고, 남은 건 보안 플랫폼인데, 삼성의 목적만을 위해서는 제휴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블랙베리도 삼성과의 협력이 불가피한 상황이니까요. 페이팩스홀딩스가 제시한 보안 플랫폼 가치는 40억 달러로 특허 가치와 합치면 75억 달러에 근접하지만, 그렇게만 보기는 너무 비싼 금액입니다.
 
 마지막으로 캐나다 정부가 걸림돌입니다. 레노버가 블랙베리를 인수하지 못한 건 협상 결렬이 아니라 캐나다 정부 탓입니다. 캐나다 정부는 보안을 이유로 중국 업체에 블랙베리를 매각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는데, 일각에서는 삼성이 블랙베리를 인수한다면 레노버처럼 정부 승인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 보고 있으나 반대로 생각하면 삼성이 75억 달러에 블랙베리를 인수한 후 구글처럼 껍데기를 처분하기에 알맞은 곳이 중국입니다. 사실상 중국뿐이죠.
 
 캐나다 정부는 보안과 순수한 이익 목적이 명확해야 인수 승인을 내리는데, 삼성이 특허에 목적을 두고, 그 밖에 이익 실현의 목적이 증명되지 못했을 때 구글과 모토로라의 선례를 빌어 인수 승인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순수한 이익 목적과 보안, 두 가지를 유지하려면 꼭 검토해야 할 사안이고, 구글이 모토로라를 레노버에 매각할 때 보안과 관련해서 미국 정부와 씨름한 걸 생각하면 같은 북미 회사도 아닌 아시아 회사에 생선을 쉽게 맡길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설사 블랙베리와 삼성이 논의했었더라도 인수가 쉽게 이뤄질 것으로 볼 수 없는 겁니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만약 삼성이 블랙베리를 인수한다면 '단기적인 안목에 따른 실수'거나 '그만큼 삼성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보안 플랫폼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 블랙베리는 CES 2015에서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선보였고, 여기에 BES12를 포함할 계획인데, 삼성도 올해 핵심을 사물인터넷으로 내세운 만큼 블랙베리의 사물인터넷 플랫폼과 보안 플랫폼을 연계한 시너지를 목표로 잡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블랙베리의 사물인터넷 플랫폼은 4월 출시 예정이며, 오직 B2B만을 노린 플랫폼으로 삼성이 녹스로 블랙베리와 협력하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와 연계를 노린다면 현재 포지셔닝이 삼성에 더 유리하죠. 사물인터넷도 블랙베리를 인수할 핵심이 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차라리 75억 달러를 자사 R&D에 쏟는 게 더 합리적일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