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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amsung

삼성 밀크뮤직, 국내 출시한 제대로 된 스트리밍 서비스


 삼성은 지난 3월 7일,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밀크뮤직(MilkMusic)’을 미국에 출시했습니다. 1,300만여 곡을 보유, 17개의 장으로 나누어 제공하며, 휠 인터페이스로 장르 접근성을 높인 것이 특징입니다. 당시에는 이미 삼성뮤직이라는 음악 서비스를 미국에서 운영하고 있던 삼성이었기에 '겹치는 음악 서비스를 다른 브랜드로 분리해서는 성공하기 어렵지 않나?'하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삼성 밀크뮤직, 국내 출시한 제대로 된 스트리밍 서비스
 
 그러나 지난 5월, 삼성은 삼성뮤직의 해외 서비스를 오는 7월부터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밀크뮤직과 성격이 다른 서비스이긴 하지만, 보통 콘텐츠 제공자들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콘텐츠를 묶어 접근성을 높이기 마련인데, 삼성은 처음부터 둘을 떨어뜨려 놓았으며, 이제 삼성의 음악 콘텐츠 중심은 밀크뮤직이 돼버린 겁니다. 그만큼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얻은 게 많다는 것이고, 이는 국내 출시로 이어지도록 했습니다.
 
 


 삼성은 지난 24일, 밀크뮤직을 국내 출시했습니다. 미국에 첫선을 보인 지 6개월 만에 국내에 출시한 것이며, 소리바다와 제휴하여 360만 곡을 무료로 즐길 수 있습니다. 곡을 선택하는 서비스는 아니고, 판도라, 아이튠즈 라디오처럼 선정한 음악을 제공하는 라디오 방식입니다.

 또한, 밀크뮤직은 구글 플레이에서 내려받을 수 있지만, 삼성 기기에서만 작동합니다. 사실 국내에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전에도 있었고, 유료긴 해도 음악을 선택하여 재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벅스는 세이캐스트로 라디오 형식의 음악방송도 따로 제공합니다. 그런 점에서 국내 삼성 스마트폰 점유율이 아무리 높더라도 밀크뮤직이 인기를 끌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무료지만, 그만큼 제약이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여태 밀크뮤직 같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국내에 없었습니다. 왜 국내 사용자들이 판도라니 스포티파이니 아이튠즈 라디오를 사용하려 했는지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국내에서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을 방법은 한정적입니다. 내려받아서 스마트폰에 저장하거나 스트리밍인 건 맞지만, 정형화한 정액제를 지급해야 하고, 그렇다고 모두가 유료 결제를 하는 것이 아닌 불법 공유를 통해 퍼지는 음원도 상당합니다. 더군다나 이런 음원은 상당히 짧게 소비되어 소멸합니다. 예를 들어 2012년 발표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은 2013년에도 멜론, 엠넷의 음원 순위 1위를 차지했고, 올해도 봄에 근접하자 상위권으로 치고 올랐습니다. 대개 내려받는 비중이 높으면 이런 식으로 차트에 재진입하는 건 어렵습니다. 이미 대다수가 음원을 보관하는 탓이죠. 그럼에도 음원 순위 상위권에 도달할 수 있었던 건 내려받은 비중이 낮고, 스트리밍의 역할이 큽니다. 기간에 짧게 소비된 후 다시 기간이 되면 소비가 늘어나는 걸 벚꽃엔딩이 사례로서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문제는 유료입니다.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가 저런 양상이라면 불법 내려받기나 스트리밍 시장도 비슷한 비중이고, 내려받기조차 짧게 소비되는 경향도 보입니다. 지웠다, 다시 내려받고를 아무렇지 않게 반복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유료로 제공하는 서비스에 고객을 끌어들이기 힘듭니다.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밀크뮤직은 아닙니다. 일단 무료이고, 음악을 선택할 순 없지만, 여러 채널을 개설하여 취향에 맞게 선곡합니다. 그리고 합법적인 서비스입니다. 당연하게도 합법적인 서비스임이 사용자를 끌어들일 요소인 건 아닙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봅시다.
 
 불법 음원 사용자들은 상당히 귀찮은 일을 반복합니다. 음원을 검색해야 하고, 내려받아야 하고, 망가진 음원도 여전히 공유되고 있으니 걸러낼 수 있어야 하죠. 혹은 스트리밍이라면 목록을 만들어야 합니다. 음원을 재생하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이 아닌 시간을 쓰는 겁니다. 그런데 밀크뮤직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만들어진 목록을 재생하면 되고, 만약 듣던 음악이 마음에 들면 그걸 다시 불법으로 내려받을지언정 스트리밍 수익은 유통사와 창작자에게 돌아갑니다. 합법적인 서비스니까요.
 
 불법 음원 사용자들을 무료로 불러들이면서 시간을 단축해주기까지 합니다. 사용자 경험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서비스입니다. 원하는 음악을 선택해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그런 접근법은 외국에서 온갖 라디오 서비스들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밀크뮤직은 그런 방식으로 국내에 처음 진입한 서비스입니다.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가 짧은 소비를 유도하고, 이를 내려받기로 이어지지 못하게 했으며, 불법 사용자들을 끌이지도 못하면서 음원 시장을 축소한 걸 밀크뮤직은 불법 사용자를 끌어안을 수 있게 되었고, 내려받기로 이어지진 못하더라도 음원 시장을 확대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음원 스트리밍의 개념을 제대로 받아들인 겁니다.
 
 물론 문제점과 부족한 점은 있습니다. 스트리밍으로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수익 구조는 밀크뮤직으로 개선하지 못했습니다. 밀크뮤직은 재생 1회에 약 0.76원의 사용료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 음원 유통은 상당히 복잡하게 진행되므로 0.76원이라 치고, 판도라는 100회 재생에 0.12달러를 음반사에 지급합니다. 어쨌든 계산하면 판도라는 1회 재생에 1.25원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0.49원 차이지만,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큰 차이입니다. 여기서 44%를 음반 제작사가 가지게 되니 곡당 0.33원 수준입니다. 1천만 번 재생되어야 제작사에 약 330만 원의 수익이 돌아가고, 제작사는 이걸 다시 가수와 나누게 됩니다. 같은 계산이면 판도라는 1천만 번에 550만 원이 제작사로 돌아갑니다. 물론 미국 음반 시장과 국내 음반 시장의 사정이 같은 건 아니지만, 똑같이 계산하더라도 이렇게 차이가 난다는 것입니다.
 
 딱히 삼성이 밀크뮤직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없긴 하지만, 삼성은 플랫폼 확장이라는 이득을 콘텐츠가 증가하면서 더 볼 수 있기에 이런 부분에도 신경을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삼성 스마트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앞서 미국에서 루팅을 이용한 방법으로 삼성 스마트폰 외 스마트폰에도 밀크뮤직을 설치해왔습니다. 국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것도 스트리밍 수익으로 돌아가는 건 맞지만, 삼성이 플랫폼으로 이득을 보기 위해선 막아야 할 부분입니다. 밀크뮤직은 삼성의 플랫폼을 확장하기에 상당히 우수한 서비스입니다. 그 파이를 다른 곳으로 넘겨주고, 비용을 지급하는 것 자체가 삼성에 불이익입니다. 삼성 스마트폰임을 인증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해야 합니다.
 
 


 밀크뮤직에 기대되는 또 한 가지는 중장년층의 사용입니다. 중장년층이 음원에 접근하기 어려운 방법도 아니고, 무료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데다 삼성 스마트폰의 보급률도 높습니다.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중장년층에 큰 매력이 될 수 있으며, 이는 밀크뮤직이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와 궤도를 달리하는 것입니다. 경쟁 규모 자체가 차이 나게 되니까요.
 
 그리고 밀크뮤직이 성공적으로 국내 시장에 안착하게 되면, 비슷한 서비스가 줄을 이을 수 있고, 그건 음원 시장에 있어서도 나쁘지 않은 일입니다. 좁아진 시장을 확장할 수 있으니까요. 대신 수익 구조에 대해선 꾸준히 고찰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