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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amsung

타이젠, 웨어러블에 집중해야 할 것


 최초의 타이젠 스마트폰으로 불린 삼성 Z는 기약이 없습니다. IFA 2014에서 발표한 웨어러블 기기인 기어 S가 최초의 타이젠 스마트폰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할 만큼 삼성 Z가 최초 타이틀을 유지하기에 너무 오랜 기간을 출시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타이젠, 웨어러블에 집중해야 할 것
 
 타이젠의 성공도 장담할 수 없는 와중에 타이젠 스마트폰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낸다면 이후 타이젠 생태계가 영영 사라질 수 있습니다. '타이젠 생태계라는 게 존재했나?' 싶겠지만, 타이젠은 이미 삼성의 주요 전략의 하나입니다. 웨어러블에 공격적으로 탑재하고 있으니까요.
 
 


 Sammobile은 삼성이 기존 삼성 Z의 개발을 중단하고, 보급형 타이젠 스마트폰을 11월 인도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삼성은 앞서 삼성 Z의 출시를 두 번 연기했는데, 삼성 미디어솔루션센터의 남서아시아 총괄인 타룬 말릭이 이코노믹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11월 출시를 알리면서 이제 세 번째 출시 소식이 된 것입니다.
 
 사실 삼성은 타이젠폰을 인도나 러시아, 브라질 등의 신흥 시장에 먼저 출시하여 타이젠 환경을 확대할 생각이었습니다. 안드로이드와 크게 경쟁해야 하는 북미, 유럽보다 경쟁하기 수월할 것이라는 분석이 타이젠의 성공에 가장 일리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삼성이 타이젠 스마트폰을 인도에 출시한다고 해도, 그것이 꼭 타 플랫폼을 앞지를 길이 되진 않습니다. 오히려 어렵죠.
 
 구글은 지난 6월, 저가 안드로이드 계획인 '안드로이드 원'을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가이드라인과 인증 프로그램을 출시했고, 에이서, 에이수스, HTC, 레노버, 카본 등의 제조사와 함께 100달러의 안드로이드 폰을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신흥 시장에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안드로이드를 보급한다는 것이 목표이며, 타이젠보다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탄탄하다는 건 꽤 위협적입니다. 파이어폭스폰 등이 신흥 시장 스마트폰 보급을 위해 등장했고, 이를 안드로이드로 해결하고자 하는 구글의 움직임은 타이젠 스마트폰의 가격이 크게 낮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어버릴 겁니다. 무엇보다 신흥 시장을 시작으로 타이젠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계획을 의미없는 것으로 만듭니다.
 
 출시보다도 포화 상태, 신흥 시장조차 기존 플랫폼이 강세라는 걸 타이젠이 뿌리치고 성장하긴 쉽지 않습니다. 최근 삼성 스마트폰의 위기설도 나오는 만큼 무리하게 타이젠에 투자하는 것도 경영에서 좋지 않은 선택입니다. 그러나 타이젠이 할 수 있는 게 없지도 않습니다.
 
 


 삼성은 기어 2를 시작으로 타이젠 웨어러블 기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최신 제품인 기어 S도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연이은 출시로 웨어러블 시장에 깊게 진입했습니다. 물론 웨어러블 시장 자체가 아직 크지 않고, 영영 커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류 시장으로 이끌기 위해선 제조사들의 역량이 중요하겠죠.
 
 삼성은 웨어러블 기기에 타이젠을 탑재하고 있으나 스마트폰 운영체제로 안드로이드를 주력으로 사용하면서 웨어러블 시장에서 구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위치입니다. 그래서 구글 I/O 2014에서 안드로이드웨어를 탑재한 기어 라이브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기어 S를 보면 꾸준히 타이젠을 고집할 생각인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스마트폰을 만들기 어려우니 웨어러블 기기만 출시한다.'고 해석해선 안 됩니다. 되레 새롭게 크는 시장에서 타이젠 역량을 키우는 것으로 해석해야겠죠. 가령, 삼성이 타이젠 웨어러블 기기를 시장의 주류로 이끌 수만 있다면 딱히 스마트폰이 아니더라도 타이젠 생태계는 탄탄해집니다. 또한, 타이젠이 처음부터 스마트폰을 위한 플랫폼이 아닌 사물인터넷을 포함하는 쪽으로 개발되었기에 웨어러블 기기를 중심으로 형성한 생태계에 사물인터넷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플랫폼을 확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그다음 카드가 된다면 탄탄한 생태계를 갖춘 타이젠 스마트폰도 꿈은 아닙니다.
 
 단지 스마트폰이 현재 주류 시장이고, 플랫폼의 확장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탓에 스마트폰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대신 삼성이 웨어러블 시장을 주류로 이끌 수 있고, 타이젠의 보급을 수월하게 해낼 수 있다면 중심을 옮기는 것이 가능합니다. 삼성이 타이젠을 웨어러블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삼성은 자신들의 플랫폼을 구성하기 위해 꾸준히 투자하고 있지만, 달리 성과를 내진 못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구글과 안드로이드를 벗어나지 못한 것입니다. 아마 웨어러블 시장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면 벗어날 가능성도 찾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타이젠 기반의 웨어러블 기기를 출시하면서 돌파구는 마련했습니다. 삼성이 자신들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을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걸림돌이라면 역시 구글과 안드로이드웨어입니다.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에 머물기에 구글과의 협력은 불가피합니다. 안드로이드가 아무리 오픈소스라 해도 구글의 생태계를 벗어난 안드로이드를 유지할 힘이 삼성에 없기 때문입니다. 안드로이드웨어도 그걸 빌미로 삼성이 참여해야 할 플랫폼인데, 만약 타이젠 웨어러블 기기보다 안드로이드웨어가 시장에서 더 큰 파이를 차지한다면 삼성은 타이젠 생태계를 내버려야 합니다.
 
 지난 8월, 기어용 타이젠 앱은 1,000개를 돌파했고, 개발자 콘퍼런스를 진행하는 등 삼성은 타이젠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를 허공에 흩뿌리지 않기 위해서는 타이젠 스마트폰보다 웨어러블에 집중하여 생태계를 부풀리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리고 타이젠 플랫폼을 확장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을 수 있겠죠.
 
 삼성이 타이젠으로 플랫폼을 확장할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