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IoT)이 IT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임은 분명해 보이지만, 스마트폰처럼 파급력을 지녔을지 확인할 바 없습니다. 플랫폼이 갈라지고, 이미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으나 가능성을 엿보고 있을뿐 스마트폰처럼 큰 성과가 나타나기 힘든 시점입니다.


삼성의 사물인터넷 접근과 플랫폼

 구글은 지난해 스마트홈 전문 업체인 네스트(Nest)를 인수했고, 지난 6월에는 가정용 보안 시스템 개발 업체인 드롭캠(Dropcam)을 인수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집 안 구석구석을 침투하겠다는 것인데, 스마트폰 시장에서 손을 맞잡았던 삼성은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이런 구글과 다른 길을 택할 모양입니다.
 
 


 삼성은 개방형 사물인터넷 업체인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인수했습니다. 인수 금액은 약 2억 달러로 추정됩니다.
 
 스마트싱스는 킥스타터 프로젝트로 시작한 스타트업입니다. 집안의 다양한 장치를 스마트폰으로 제어하는 플랫폼을 내세웠는데, 개방형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습니다. 기존의 사물인터넷 기기들이 해당 장치가 스마트폰 앱과 연결하는 것에 머물렀다면 스마트싱스는 개방형 플랫폼으로서 하나의 앱에 여러 기기를 추가하고, 집안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현재 스마트싱스는 1,000개 이상의 기기를 지원하며, 플랫폼에 올라타는 기기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애플이 지난 6월에 WWDC 2014에서 홈킷(HomeKit)을 내놓고, 진정한 출발을 알렸다면 스마트싱스는 그 이전부터 플랫폼 가치를 쌓아온 것입니다.
 
 스마트싱스의 CEO인 알렉스 호킨슨(Alex Hawkinson)은 '이전처럼 독립적으로 운영되겠지만, 삼성이 힘을 더할 것.'으로 얘기했습니다. 이는 기존 플랫폼 체계는 유지하면서 여기에 삼성의 사물인터넷 전략이 더해지면서 확장하는 형태로 나아갈 것을 방증합니다.
 
 그렇다면 삼성은 이미 1,000개 이상의 지원 기기를 가진 플랫폼으로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된 것일까요?
 
 


 위 질문에 쉽게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사물인터넷에 대한 접근이 아직까진 미적지근한 탓입니다. 삼성이 유망한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얻은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사물인터넷 자체가 유망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면 위의 질문도 차분히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간단한 잠금장치 제어부터 온도/습도 조절, 블라인드/조명 제어나 연기 감지 등 다양한 기기가 시장에 나와 있지만, 이것들이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소비자는 찾기 어렵습니다. 신기한 제품으로 받아들이긴 하겠지만, 진작 관심을 가졌던 소비자가 아니라면 이전에 불편함을 명쾌하게 해결해주지 않으면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령 잠금장치를 스마트폰으로 제어하지 않더라도 이미 스마트키가 있다면 근처에서 알아서 열릴 것입니다. 물론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때 세부적으로 조정하여 보안을 높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현관 시스템을 바꿀 만큼 소비를 촉진할 순 없다는 겁니다. 애초에 보안에 더 신경 쓴 소비자라면 디지털 방식을 고집하지 않을 테니까요. 블라인드나 조명 제어도 일정 수준 자동화가 이뤄졌고, 이를 사물인터넷, 즉, 기기 간 소통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선 비용을 더 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편리함을 더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곧장 소비로 이어질 순 없습니다. 이것이 사물인터넷이 미래 먹거리라는 것에 대한 회의입니다.
 
 삼성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뿐만 아니라 TV나 냉장고, 청소기, 세탁기까지 생산합니다. 이를 플랫폼으로 엮어내면 애플이나 구글보다 사물인터넷 시장에 크게 앞서 나갈 수 있고, 스마트싱스는 그 실마리입니다. 문제는 냉장고나 세탁기를 연결하여 소비로 이끌어낼 수 있느냐입니다. 이미 CES 2014에서 삼성은 스마트홈을 선보였습니다. 생활가전, 스마트 TV, 그리고 스마트폰과 태블릿, 웨어러블까지 통합하여 하나의 플랫폼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것은 미래 가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긴 했습니다. 그러나 소비자는 그 연결을 위해 새로운 가전제품을 구매하고, 그것들로 사용자 환경을 구성해야 합니다.
 
 스마트폰과 달리 냉장고나 세탁기는 1~2년 사용하고 교체하지 않습니다. 가령 세탁기를 구매했다면 그다음 해는 냉장고를 바꾸거나 또 그다음 해에 TV를 교체할 수는 있겠지만, 한꺼번에 교체하는 일은 새로운 가정을 꾸리지 않는 한 자주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여기서 중요한 건 '통합한 사용자 경험을 제시할 플랫폼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가?'와 '사용자 경험이 얼마나 일관성을 지닐 수 있는가?'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삼성이 제시하는 플랫폼이 유지되면서 소비자들도 느긋하게 교체할 수 있을 테니까요.
 
 무엇보다 생활가전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몇 가지 스마트폰으로 진행 상황, 그러니까 세탁하는 과정을 모니터링하거나 이를 TV로 알려주는 등의 연결은 가능하겠지만, 예를 들어 세탁기와 냉장고를 연결할만한 고리를 찾긴 어렵습니다. 필자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그 고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고리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해당 플랫폼에 올라타길 원하겠느냐는 물음입니다. 적어도 모니터링 이상의 생활가전과 센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웨어러블 기기의 접촉을 플랫폼에 담을 수 있어야 소비자는 교체 시기에 맞춘 것이 아닌 플랫폼에 지갑을 열 것입니다.
 
 그렇다면 접촉할 지점을 찾고, 그것을 토대로 플랫폼을 유지하면서 더욱 다양한 기기들이 플랫폼에 담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스마트싱스가 개방형 사물인터넷을 표방하고 있지만, 삼성이 CES 2014에서 선보인 스마트홈도 개방을 통한 확장에 중점을 두고 있었습니다. 딱히 스마트싱스를 인수했다고 해서 개방적으로 나서게 된 건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개방형 생태계를 확장에 힘을 실었으므로 그것은 장기적으로 플랫폼을 유지하면서 삼성의 생활가전을 플랫폼에 포함하는 단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제 삼성의 역량이 드러날 부분은 플랫폼의 확장과 유지입니다.
 
 


 구글과 애플도 사물인터넷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둘 다 서드파티 업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플랫폼을 구성하고 있지만, 삼성은 직접 제품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이들보다 앞서 있습니다.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유리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유리하다는 것이지,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리라는 건 아닙니다. 어쨌든 소비자를 어떤 플랫폼으로 끌고 오느냐가 중요하니까요.
 
 그나마 삼성의 기반이 조금 유리하다는 것은 여태까지 삼성이 버거워했던 플랫폼 경쟁에서 사물인터넷이라는 새 시장을 두고, 치고 나갈 여지를 마련합니다. 그건 삼성이 붙들어야 할 동아줄이자 사물인터넷에 대한 회의를 경쟁력을 바꿀 기회입니다.
 
 스마트싱스를 인수했다는 것만으로 삼성이 플랫폼에 대한 접근을 이전과 달리 시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시도가 삼성의 사물인터넷 접근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