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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amsung

삼성, 기어 S의 한계


 삼성은 틈새시장이었던 스마트워치 시장이 급부상하자 어떤 업체보다 빠르게 제품을 늘리며, 점유율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에서 크게 경쟁했던 애플의 스마트워치 소식은 없는 상황에서 틈새시장을 노렸던 스타트업과 막 따라 붙기 시작한 LG 등의 업체들보다 앞서 있는 건 분명합니다.
 


삼성, 기어 S의 한계
 
 시장에서 앞서 있고, 뒤따르는 속도가 빠르지 않다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스마트워치 시장 자체가 아직 성숙하지 않으며, 그중에서 삼성이 좋은 평가를 받는 탓에 시장 위치를 확고히 가질 수 있는 시도를 쉽게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타이젠을 탑재한 것도 그런 시도의 하나입니다.
 
 


 삼성은 IFA 2014에서 곡면의 2인치 슈퍼 AM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새로운 스마트워치인 '기어 S'를 공개했습니다. 1GHz 듀얼코어 프로세서와 480 x 360 해상도를 제공하며, 3G SIM을 장착하여 스마트폰 없이 무선 통신과 연결할 수 있습니다. 독립해서 전화하거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거죠.
 
 기어 S의 목적은 '스마트폰 같은 스마트워치'이고, 목적에 꽤 충실합니다. 일반적인 시계 스크린보다 큰 2인치 화면으로 메시지를 읽거나 타이핑하여 답장도 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 없이 전화를 받고, 이메일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봐도 여타 스마트워치보다 활용 범위가 넓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기능을 몇 가지 추려내어 시계에 담아냈던 것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그 탓으로 기어 S의 크기는 시계라고 하기 어려울 만큼 큽니다. 곡면 디스플레이가 매력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냥 큽니다. 화면에 들어간 시계는 고급스럽게 처리했지만, 시계보다는 작은 스마트폰을 손목에 착용한 느낌입니다. 그러나 기능에서 기존 스마트워치보다 나아갔다는 점은 높게 살 부분입니다. 정확히는 손목에 착용할 수준으로 만들어 놨다는 거죠.
 
 하지만 기어 S가 기능에서 앞설 수 있게 되었지만, 정작 기기 자체에 한계가 존재합니다. 삼성은 그것까지 해결할 수 없었나 봅니다.
 
 


 과거 HP는 2.6인치 스마트폰인 비어(Veer)를 출시했습니다. 커다란 스마트폰 사이에서 휴대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한 이 제품은 크기만으로 주목받았습니다. 많이 팔린 제품도 아니었지만, 주목받았던 만큼 판매되긴 했었죠. 그럼에도 실제 사용에서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습니다. 심각하게 작은 크기의 화면으로 여러 앱의 활용은커녕 기본 메시지나 이메일을 사용하기에도 불편하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습니다. 작성도 작성이지만, 작은 화면으로 읽기조차 쉽지 않았고, 비어는 금방 장례식을 치러야 했습니다.
 
 그런데 기어 S는 그보다 작은 2인치입니다. 상기한 것처럼 기어 S는 시계를 초점에 둔 제품보다는 스마트폰을 손목에 장착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입니다. 손목에 장착하는 것치고는 큰 크기를 보완하기 위해 곡면으로 제작했고, 화면은 작지만, 디스플레이의 성능이 좋아서 비어보다 가독성이 나을 수 있다는 건 포함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기어 S의 포지셔닝은 '스마트폰 대용'입니다.
 
 스마트폰 없이 따로 전화하거나 메시지를 보내고,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다는 건 한편으로는 훌륭합니다. 운동하거나 손을 사용하기 어려울 때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문제는 반대로 생각했을 때, 그러니까 운동을 하지 않거나 두 손을 사용하기 어렵지 않은 상황일 때, 이 커다란 제품을 착용하고 스마트폰을 휴대하면서 다닐 사람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까요? 달리 말하면 그런 사람을 확보해야만 이 기기는 성공할 수 있습니다.
 
 특수한 상황에서 충분히 기능이 유용할 수 있겠지만, 유용함을 위해서 손목에 스마트폰을 장착하려는 소비자는 찾기보단 스마트폰을 밴드형 액세서리에 장착하는 소비자를 찾는 게 더 쉬울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어 S로 전화한다는 건 스피커폰으로 대화 내용을 노출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타이핑을 위해선 결국에는 두 손을 사용해야 합니다. 한쪽 팔을 들어야 하니까요.
 
 '그럴 때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상황만을 위해서 기어 S를 구매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스마트폰 대용이라는 건 스마트폰이 존재하면 의미가 떨어지기 마련이죠. 그것이 기어 S의 한계입니다.
 
 


 기어 S는 삼성이 이전에 출시했던 기어나 기어 2, 기어 핏 등의 제품처럼 대중적인 폭발력을 지니기에 여전히 부족한 제품입니다. 이전 제품들의 부족했던 기능적인 면을 스마트폰과 비슷하게 가지면서 해결하려는 모습을 기어 S에서 찾을 수 있었고, 손목에 착용할 수 있게 하려 했던 모습도 보입니다. 이조차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위치의 삼성이기에 단순한 실험으로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기어 S의 현재 형태로는 이전과 똑같이 스마트워치의 대중화를 이끌기 어렵다는 것이고, 나은 해답이 되기도 벅차다는 겁니다. '왜 스마트워치를 착용해야 하는가?', '착용하고 싶은 스마트워치는 무엇인가?'의 해답을 강구한 모습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어에 시곗줄을 장착한 수준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