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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 다음 혁신을 위해 어떤 선택할까?

 '애플, 혁신은 없었다'. 연례행사처럼 오르내리던 이 말이 이제는 그럴듯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애플은 잡스 복귀 이후 쉼없이 달려왔습니다. 아이맥부터 아이북, 에어포트, OS X, 맥북, 아이팟 시리즈, 아이튠즈, 아이폰, 앱스토어, 아이패드 등 매번 놀라움을 선보였었죠. 그런데 이 제품 카테고리의 변화가 예전만하지 못합니다.






애플, 다음 혁신을 위해 어떤 선택할까?


 어제 작성한 '애플, PC를 가구시장에 올려놓다'에 릿찡님이 '현재의 애플의 규모를 유지해나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별을 발굴해나가야 할 것 같은데 어찌될지 궁금합니다.'라고 덧글을 주셨습니다. 애플을 대변하는 말 중 디자인도 들 수 있겠지만, '혁신'이라는 단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여태 시장에 반향을 일으키는 혁신을 꽤나 보여줬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근래들어 아이폰5나 새로운 아이팟이나 아이패드 미니를 보고 혁신적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런 제품으로 평가되고, 이미 비교할 수 있는 제품은 널리고 널렸습니다.




애플은 비주류 회사다




 과거 애플이 망할지경에 놓이게 된 것은 '혁신'의 부재때문은 아니었습니다. 간혹 애플이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지 못하기 때문에 점점 추락할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제품 판매는 이뤄질겁니다. 오히려 과거보다 활발히 제품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고, 더 안정적이죠. 그런데 애플을 이렇게 끌어올려 놓은 것은 시장에서의 '혁신'입니다.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올려놓은 것이 혁신이었다는거죠. 만약 가만히 PC만 팔던 회사였다면, 규모 자체가 커지지 못했거나 진작에 망했을겁니다.


 잡스 복귀 후 계속해서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내고, 성공하며 상승세를 보이다보니 덩치는 점점 커졌습니다. 이상태에서 계속해서 지금과 같이 안정적으로 이익을 취해 회사를 유지해나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현재의 규모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고는 보장할 수 없습니다.


 애플은 비주류 회사입니다. 아이폰5가 출시가 되어도 예전만 하지 못한 것은 풀터치스크린 스마트폰이 주류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맥북에어가 예전보다 주목받지 못하는 것도 얇아진 울트라북이 주류가 되었기 때문이죠. 아이패드가 그마나 살아있지만 이마저도 다른 태블릿들의 보급으로 주류가 될 것입니다.


 아이폰 외 무언가를 대변할 비주류 제품이 없습니다. 그저 그런 디자인회사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그냥 디자인 회사가 되었을 때 애플의 덩치는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삼성처럼 따로 생산라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MS와 같은 다양한 생산 파트너쉽을 꾸린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들의 눈을 돌릴 수 있는 도전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카테고리




 한창 애플이 대형 TV셋을 제작할 것이라는 뉴스가 뜨거웠었지만, 수그러든지 오래입니다. 애플은 셋톱박스 형식의 애플TV를 판매하고 있고, 수율 문제 등도 부딪힌 것으로 보이지만 애플의 생각과 달리 뜨거운 감자가 식어버리면 다른 뜨거운 감자를 먹으러 가는건 당연하다는 겁니다. 가끔 이렇게 식은 감자를 데워보려하기도 하지만, 이미 스마트TV는 주류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애플이 새로운 TV를 내놓다고 해서 달라질까요? 물론 아이폰처럼 기능적이나 인터페이스적, 그리고 사용자 경험에 있어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뤄낸다면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런 도전은 삼성이나 LG도 충분히 하고 있는 바입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등장하면서 전자기기의 카테고리를 확 줄여놓았습니다. 이 두가지로 대부분의 전자기기를 다 소화해버리게 되었으니까요. 아이팟 같은 경우 브랜드 이미지를 통해 아직 MP3플레이어가 필요한 수요를 그대로 공략하고는 있지만, 판매량이 줄고 있는걸 막아내진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새로운 카테고리 선정은 매우 힘들어졌습니다. '비주류면서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겹치지 않는 새롭게 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분야'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는거죠.


 올상반기 루머로 떠오른 일명 '아이카', 자동차 분야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당장 자동차를 제작해서 판매하고 주행하는데 올리는건 그리 쉽지 않은 일이며, 생산 라인도 따로 구축해야하고 그만큼의 비용이 들 수 있으며,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위험부담 때문에 어렵습니다.


 필자는 만약 애플이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게 된다면 '스마트 시계'나 '콘솔 게임기'를 들고 싶은데, 이 둘 모두 비주류 시장인데다 스마트 시계의 경우 현재 애플의 사용자 경험을 그대로 옮겨 놓을 수 있는 괜찮은 카테고리입니다. 향후 애플의 음성인식 기능인 시리와의 연동을 꾀하거나 리모트를 대신한 조작 등 다양하게 제공할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는 카테고리죠.

 콘솔 게임기의 경우 Xbox와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라는 큰 산이 있긴하지만, 2006년만 하더라도 애플이 콘솔 게임기를 제작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았었으며, 2009년 게임로프트의 CEO 미첼 길레모트는 '인터넷을 가능한 플랫폼이 많은 것처럼, 게임을 할 수 있는 플랫폼도 늘어날 것이며, 인터넷처럼 게임도 일상적여 질 것'이라며, '애플의 콘솔 제작은 수긍할 수 있으며, 단지 진입 방법이 문제일 뿐'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안드로이드가 성장하면서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콘솔 게임기가 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과거 진입 장벽이 높았던 콘솔 게임 시장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으며,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애플TV가 콘솔 시장을 파괴할 것'이라고 얘기한 점 등을 미뤄본다면 충분히 도전 해볼 가치가 있는 시장입니다.


 다만, 이것이 단순 콘솔 '게임기'가 아닌 애플TV가 변화한 멀티미디어 기기가 될 수도 있고, 혹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 합쳐진 형태가 될 수도 있는 수많은 변수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Xbox가 단순 게임기를 벗어나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물론 이런 변수가 있기 때문에 비주류 시장으로써의 가치가 더 높다고 할 수 있으며, 애플에게는 더더욱 필요한 부분입니다.




애플




 어찌되었건 애플은 시계든 자동차든 콘솔이든 뭐든 새로 만들어내야합니다. 지금의 규모를 유지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라면 필요한 것입니다. 애초 애플이라는 기업은 그런 기업이었으니까요.


 실제 반다이와 합작한 피핀이라는 콘솔게임기가 있기도 했었고, 뉴튼도 있었습니다. 매킨토시 TV라는 TV와 PC의 결합제품을 선보이기도 했었으며, 대중화되지도 않은 94년도에 퀵테이크라는 디지털 카메라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애플은 매번 도전과 실패, 도전과 실패를 겪으며 성공하고 성공하여 지금에 이르게 된 회사입니다.


 하지만 그 성공에 얽메여 새로운 카테고리로의 도전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애플이 지녔던 DNA와 기업가치가 미래에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연어에게서 오메가3를 추출하기 위해 머리를 분리하고 몸통을 자르고 피가 터지고 장기를 꺼내놓았지만 이후 기름을 짜고, 짜고, 짜기만 하면 오메가3의 순도는 높아져도 기술 도전에 대해서는 점점 지루해져 갈 뿐입니다. 파격적인 변화없이 그저 흘러가기만 한다는 것이죠. 애플의 모든 제품들은 점점 더 성능이 좋아져 갈 것입니다. 하지만 그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 소비자를 붙잡을 수 있을지에 의구심이 들며, 충족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내놓는건 애플의 필연입니다.

 경영 컨설팅 업체 부즈앤컴퍼니(Booz & Company)는 혁신적인 기업으로 3년 연속 애플을 1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응답자 중 80%가 애플을 혁신적인 기업 중 하나로 꼽았으며, 작년보다 70% 상승한 수치입니다. 하지만 연구개발비용으로 24억 달러만 지출해 R&D투자순위에서는 53위를 기록하는 엇박자를 보였습니다. 엇박자든 뭐든 좋다고 합시다. 그런데 과연 이 기준이 내년에도 적용 될 수 있을까요? 그러고 싶다면 애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애플은 계속 시도해야 하며, 어떤 비주류에서 새로운 혁신을 창출해낼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