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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 생산차질, 발목 잡을 것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하던가요? 하지만 원하는 것을 얻는데 있어 기다림보단 초조함에 가까워집니다. 소비를 하는데 있어 그 초조함은 제품의 선택을 바꾸어 놓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예약을 한 당시에는 일종의 유예기간이 적용되는 것이죠.

 소비자에게 있어 그 마음을 흔들어 놓는 제품은 시장에 많이 나와있고, 그것을 기다려주는 소비자는 흔치 않습니다. 정말 얻고 싶거나 필요한 물건이라면 온라인 쇼핑몰로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음에도 오프라인으로 구입하려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애플 생산차질, 발목 잡을 것


 소비자들이 애플 외 제품을 선택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요? 애플의 줄소송에 따른 거부감? 혁신의 부재? 그런 것들이 이유가 될 수는 있지만, IT긱들이 아닌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 봤을 떈 한 물건을 구입하는데 있어서 당장의 구입욕구를 얼마나 만족시켜 줄 수 있느냐가 될 것입니다.

 미국 ABC 방송의 토크쇼인 ‘지미 키멜 라이브’는 아이폰5가 출시되었을 때 시민들에게 아이폰4s를 보여주며 '이것이 아이폰5다'고 하자, 사람들한 '더 가벼워졌다'거나 '화면이 더 커진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인 바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아이팟터치를 아이패드 미니로 둔갑하기도 했었는데 그때의 반응도 비슷했죠.

 대게 일반 사용자들은 제품의 구분을 구입해야겠다고 느낀 시기부터 시작하며, 그 당시 구입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탑색하는 것이 기본적인 소비 자세입니다. 각 제조사의 출시 시기를 따지거나 제품의 사양을 일일이 따지는 일은 거의 없으며 당장 필자에게 스마트폰을 상담하는 지인들의 경우만 하더라도 '현재 구입 할 수 있는 것'을 찾는걸 생각해본다면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 이전부터 어떤 제품이 어떤지에 대한 관심은 전무하다는 것이죠.




생산차질




 프랑스의 블로그 미디어 MacBidouille에 따르면, 신형 아이맥이 생산차질로 인해 출시가 내년으로 연기 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5mm의 두께를 위한 고급 용접 기술과 LCD 화면을 위한 새로운 제조 공정에 따른 것으로, 제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이라고 MacBidouille는 말했습니다.

 새로운 가볍고 얇은 PC를 만들어냈지만, 실질적인 양산이 힘들다는 과제를 떠맡은 것입니다. 문제는 윈도우8과의 본격적인 올인원 경쟁이 불붙어 소비자의 선택 혼란이 가중되는 시점에 12월 출시 예정이던 제품이 내년으로 연기 될 수 있다는 소식은 그리 달가운 뉴스가 아닙니다.


 이는 애플 제품 전반에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폭스콘(Foxconn)의 회장인 테리 궈는 얼마 전 '아이폰의 생산이 쉽지 않다'며, '엄청난 수요를 감당할 수 없으며, 애플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폭스콘의 한 임원은 '더 얇고 가볍게 만드는 디자인의 공정이 복잡하므로 생산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틀 전까지 애플 온라인 스토어에서 3~4주를 기다려야 구입이 가능했던 아이폰5의 기간이 2~3주로 단축되었지만, 여전히 오래걸리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아이패드 4세대의 경우 얼마 전 수요를 충족시켜 충분한 재고를 보관 중에 있지만, 아이패드 미니의 경우 여전히 '2주 후'라는 기간이 필요합니다. 9to5Mac은 이에 대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충분한 공급이 가능할지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블랙프라이데이는 코앞으로 다가왔고, 과연 애플이 얼마나 이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켜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입니다.


 이전의 15인치 맥북프로 레티나의 경우도 한참동안 재고 부족에 시달렸습니다.




수요와 공급



 '워낙 잘팔리니까 공급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단정지으면 깔끔해보이는 이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수요가 높다면 그만큼의 공급을 통해 만족도를 줄 수 있어야 함은 마케팅의 기본입니다.

 가령 중국이 짝퉁시장이 왜 활성화되어 있는지를 얘기할 때 '시장이 폐쇄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지만, 실제로는 진품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데 있습니다. 진품 뿐 아니라 짝퉁 제품들도 매진 행렬이 이어지기 때문에 그 전체적인 수요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선 짝퉁 제품이 필요한 것입니다. 진품의 공급이 더 많아지면 더 많은 판매로 이어질 수 있는 시장이 바로 중국입니다.


 그런데 애플의 경우 이같은 시장을 전세계를 대상으로 지니고 있습니다. 애플의 제품들은 통신사 모델을 제외하고는 모두 동일하게 판매되고 있는데다, 그 수요층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양의 공급이 필요합니다. 만약 예약으로 인한 기다림이 진행된다면, 그 수요를 포기하고 만족하기 위해 다른 수요를 선택할 것입니다. 아이패드도 예를들어 '태블릿을 구입해야겠는데?'라고 생각한 소비자가 다양한 제품을 검토해보다가 아이패드를 선택했지만 막상 주문하려보니 2주나 걸리는 제품이라 당장 구입할 수 있는 다른 태블릿 제품으로 바꿔 고를 수 있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만큼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공급은 매우 중요합니다.


 당장 애플의 라이벌로 꼽히는 삼성만 하더라도 내년 풀터치 스마트폰의 판매 목표를 3억5천만대로 잡고 있는데, 다양한 라인업을 통한 판매량이라고 할 수 있지만 생산 능력에 있어서 애플을 압도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일단 3억 5천만대는 생산할 수 있다는 말이니까요. 애플은 이만큼의 물량을 생산하는 것이 현재로썬 불가능합니다.


 Morgan Stanley의 애널리스트인 Katy Huberty는 이런 판매 추세라면 중국시장까지 가세하여 2013년에는 2억대의 아이폰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문제는 삼성의 경우 애플보다 높은 판매량으로도 물량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애플은 지금 단일 모델만으로도 허덕이고 있으며, 이것이 2013년의 2억대 판매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판매 추이로만 보면 2억대를 넘길진 몰라도 그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판매량은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애플에게 있어서 '양산'이라는 큰 산을 쥐어준 것이며, 애플이 이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시장입지는 점점 더 빠르게 협소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본격적인 치킨게임을 예고한 삼성은 이미 충분한 생산 라인과 부품 공급이 예상되지만, 협력업체와 하청업체의 생산만으로 돌아가는 애플의 경우 판매량보다도 생산에 있어 부딪히는 벽이 더 크게 작용할 것입니다.




양산의 과제




 그렇다고해서 애플이 양산문제에 손놓고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양산 효율을 늘리기 위해 협력사 지원 등을 도모는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더 얇아지고 까다로워지는 공정에 있습니다.

 이번 신형 아이맥이나 아이폰5의 생산차질 문제의 경우 전부 공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디자인과 마감에 있어 굉장히 우수한 제품을 선보일 수는 있었지만 이것의 양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마치 컨셉 제품을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애플은 우수한 제품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이것을 양상해야한다는 과제에 봉착한 것인데, 소비자의 눈높이는 점점 더 높아지고 현상태에서의 마감세를 떨어뜨리거나 디자인을 양산에 적합하도록 수정했다가는 제품에 대한 칼날이 날아들 것이고, 양산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수요 만족을 시킬 수 없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두가지에서 발목이 잡히게 되는 것입니다.


 잡스는 과거 '우리는 쓰레기 같은 PC든 잘만든 PC든 300만대의 컴퓨터를 팔 것이다'고 얘기한 바있습니다. 그런데 아이패드 미니와 아이패드 4세대는 출시 한지 3일만에 300만대가 팔렸습니다. 그마저도 부족한 수요를 메우지 못한 판매량입니다.


 애플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해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브랜드 유지에 있어서도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며, 성장 둔화를 막기 위해서도 양산의 과제를 필수적으로 해결해야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정말 기다림에 목마른 마니아층을 위한 제품만으로 전락해버릴겁니다. 이미 이 과제는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