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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그린란드 희토류 채굴이 가져올 영향

 그린란드는 세계 최대 크기의 섬입니다. 2009년 6월 21일, 독립을 선언했지만, 덴마크로부터 막대한 원조와 제한적인 권한만을 물려받은 국가죠. 척박한 환경과 자원 부족으로 한반도의 10배나 되는 면적을 자랑하면서도 5만 6,000여 명의 인구가 대부분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 나가고 있습니다. 섬의 80% 이상이 얼음에 가려져 있는 탓에 덴마크의 경제적 지원을 뿌리칠 순 없는 것입니다.




그린란드 희토류 채굴이 가져올 영향


 그런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아내리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 초부터 심각하게 떨어져 나가고 있는 빙하는 2010년에는 여의도의 30배에 달하는 빙하가 떨어져 나가 지구온난화에 직격타를 맞고 있습니다. 그러나 빙하가 녹아내리기 시작하면서 등장한 것은 어마어마한 자원입니다.



자원




 파이낸셜타임스(FT)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고 있는 북유럽국가회의에 참가중인 알레카 하몬드 그린란드 총리가 채굴 사업에 대해 확고한 의사를 표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지질 조사국(USGS)의 보고서를 보면 그린란드에 매장된 희토류는 세계 수요의 25%를 충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그 밖에 원유와 천연 가스, 금, 다이아몬드, 철, 아연 등 천연 자원이 풍족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미 이런 사실은 1980년대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환경보호 차원에서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우라늄과 희토류는 특별 분류되었었는데, 이것이 지난달 24일 그린란드 국회가 뒤집으면서 채굴에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어진 것입니다.


 그동안 그린란드의 자원 사업이라고는 물이 전부였습니다. 그린란드는 녹아내리는 빙하를 생수로 만들어 팔거나 음료와 맥주로 제조하여 판매하는 자원 사업을 했는데, 이 틀이 깨지고 경제적 가치가 훨씬 높은 자원 채굴 쪽으로 돌아서게 되었습니다. 이는 덴마크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을 위한 것으로 경제적 지원을 끊어 하나의 국가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발판으로 채굴을 선택한 것입니다.


 2009년 덴마크로 떨어져 나올 당시 채굴/개발권에 대한 권한도 돌려받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여러 국가와 개발 채결을 해오고 있는데, 그린란드 국회가 찬성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자원 개발 사업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희토류



 중국의 희토류 보유량은 전 세계 50% 수준이며, 생산량만 97%입니다. 사실상 중국이 희토류 대부분을 생산하는 것입니다. 이 희토류는 배터리, 광학 유리/섬유, 영구자석, 형광체, 레이저, 세라믹 등에 사용되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자동차 등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자원입니다. IT 업계에선 어떤 자원보다 필요하고, 확보해야 하죠. 그 대부분을 중국이 제공하면서 문제가 된 것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규제령'입니다. 중국은 희토류의 막강한 생산량을 기반으로 주요 수출국을 압박했고, 특히 최대 수입국인 일본은 상당한 피해를 보았습니다. 지금도 끌려다니는 신세인데, 그 탓으로 대체 물질 개발이나 희토류 회수 연구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곳이 일본입니다.


 그런데 그린란드가 희토류 채굴을 선언하고 나섰으니 중국의 이런 자원전쟁이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미국도 중국에 휘둘리지 않도록 다시 재가동했지만, 환경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터라 그린란드가 일정한 생산량만 유지할 수 있다면 환영할 국가는 많습니다. 물론 그것으로 그린란드도 경제적 독립을 선언하고, 새로운 부국으로 급성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환경 오염 문제입니다. 그린란드 내 가공 공장이 들어서게 되면 온난화의 가중은 물론이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잃고, 주변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희토류 가공이 워낙 독한 작업이라 대부분 공장이 폐쇄된 지역에 있는데, 그린란드의 사람 손이 닿지 않은 곳에 공장이 지어졌을 때 북극 주변의 생태계는 심각한 변화를 겪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노동력 문제입니다. 희토류 수입국들이 그린란드의 채굴로 중국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듯 그려지지만, 실상 5만 9,000명 수준의 인구가 희토류 채굴을 위해 투입되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불러들인 것이 중국인 노동자인데, 현재 그린란드에는 인구의 3% 정도인 2,000명의 중국인 노동자가 거주 중이며, 이는 채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예상으로는 인구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린란드의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 오히려 중국의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린란드는 환경보호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채굴을 금지해온 것입니다. 북미와 유럽의 경계에 있다 보니 신경 쓸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이것이 국회에서 찬성 15표. 반대 14표로 폐지되었습니다.


 그린란드의 희토류 채굴만 시작된다면 중국의 희토류 생산량을 따돌리고, 가격 안정화를 가져올 지 아니만 중국의 노동력 투입으로 중국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 채 여전한 상태일지 의견은 반반입니다. 그린란드는 부국으로 성장할 수 있겠지만, 다른 국가, 그러니까 희토류를 많이 사용하는 한국이나 일본, 미국이 그다지 환호하기만할만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린란드



 그린란드는 경제 주권을 되찾기 위해 자원 채굴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적어도 현재 정부는 이를 적극 밀고있습니다. 경제 주권을 찾는 것이 그린란드에게 있어 중요한 일이고, 가장 쉬운 방법은 눈 앞에 있습니다. 그리고 희토류 채굴이 본격화되면 IT 업계도 그린란드의 자원에 주목하고, 자원 확보에서 활기를 띌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경제 발전과 산업 발전이 아닌 전혀 다른 영향을 줬을 때를 생각해본다면 과연 높은 가치만 메길 수 있는 것인지는 달리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EU는 그린란드의 자원 채굴을 굉장히 우려하고 있으며, 특히 덴마크는 경제적 자립 문제뿐만 아니라 희토류나 우라늄 채굴로 벌어질 생태계 변화가 자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에 대해 쉽사리 그린란드의 의견에 손을 들어주지 않고 있습니다. 섬 지역이다 보니 오염수 등의 문제로 번질 떄 피해가 크게 확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린란드 쪽에서는 친환경 채굴을 할 것이라고 국민들을 회유하고 있으나, 채굴이 문제가 아니라 가공 뒤 불순물 해결이 가장 큰 환경오염 요인이고, 이것이 경제적 가치와 맞바꿀만한 것인지는 한 번 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린란드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우라늄과 희토류를 채굴할 계획입니다. 아직 먼 일처럼 보이죠. 그린란드의 희토류 채굴이 단지 IT 업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나 그린란드를 부국으로 만들 방법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상당히 넓은 범위의 범국가적인 일이라는 점을 우리는 인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