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IT일반

휘어진 스마트폰의 경쟁력?

 스마트폰이 휘어질 것이라는 얘기는 듣고, 듣고, 들었습니다. 플렉셔블 디스플레이라는 얘기는 못 박히도록 들었고, 박람회마다 플렉셔블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보이는 향연이 펼쳐졌죠. 그리고는 실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휘어진 스마트폰의 경쟁력?


 지난달 삼성이 출시한 갤럭시 라운드는 좌우 휘어진 형태의 스마트폰이며, LG가 12일 출시한 G플렉스는 상하 휘어진 스마트폰입니다. 갤럭시 라운드는 휘어진 이상 별다를 것이 없는 제품이고, G플렉스는 휘어잔 상태를 살짝 구부리는 정도를 견딜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휘어진 스마트폰이 줄지어 등장한 것인데, 어떤 경쟁력을 지닌 것일까요?




휘어진 스마트폰




 선두로 나선 삼성과 LG는 자사의 휘어진 스마트폰의 특징을 다양하게 설명합니다.


 갤럭시 라운드는 바닥에 놓은 채 좌우 사이드를 눌러 본체를 기울이면 '라운드 인터렉션(Round Interaction)'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데, 날짜, 시간, 부재중 통화 등을 휴대폰을 켜지 않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음악을 넘기거나 사진을 넘길 때도 기울여 볼 수 있도록 제공합니다.


 G플렉스의 가장 큰 특징은 제품을 깔고 앉더라도 부서지지 않고, 원래 휘어진 상태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내구성이 강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며, 상하로 휘어졌지만, 스마트폰을 가로로 사용했을 때 곡면 TV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으로 Q시어터라는 멀티미디어 메뉴를 제공합니다. 그 밖에 긁힘을 복원하는 '셀프힐링(Self Healing)' 등의 신기한 기능도 몇 가지 채용했습니다.


 이를 두고 휘어진 스마트폰 경쟁을 본격적으로 벌인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정작 나열된 특징들을 보면 실제 사용에 과연 어떤 이점이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라운드 인터렉션은 스마트폰을 책상에 두고 사용하는 사용자만 필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으로 주로 책상에서 활동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해야만 강조할 수 있습니다. G플렉스는 깔고 앉아도 별문제가 없지만, 애초 깔고 앉아 스마트폰을 부숴본 경험이 없다면 그 이점을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깔고 앉았는데 강한 충격에 부서져 버린다면 이점이랄 것도 없이 평평한 스마트폰과 다르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특징들이 처음 보면 신기해 보일 수는 있지만, 실제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장점으로 인식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과연 차세대 스마트폰의 경쟁력이라고 볼 수 있는 걸까요?




경쟁력




 필자는 이 제품들로 말하는 새로운 경쟁력이라는 것이 3D TV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기술 자체는 신기하고, 마치 새로운 세상으로 다가서게 한 것 같지만, 정작 사용하는 사람은 없고, 그 장점을 인지하는 사람도 없고, 구매하려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한참 3D TV가 대세라면서 마케팅 공세를 퍼부었지만, 점점 3D 기능을 강조한 TV는 현재 찾기 어려운 것과 휘어진 스마트폰은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스마트폰도 이제 포화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이런 휘어진 스마트폰으로 시장 반응을 보는 등 나름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점이 실제 사용자에게 제대로 강조되지 않는다면 그냥 특이하게 생긴 스마트폰 정도로 끝이 날 것입니다.


 스마트폰의 형태라는 것은 굳어졌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현명합니다. 이런 생각이 발전을 저해한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평준화된 스마트폰 이상으로 다른 과도기적 제품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차라리 플렉셔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스마트폰이 아닌 전혀 다른 제품으로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달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현재 스마트폰으로 굳어진 형태를 벗어나 이점이 있다고 설명한들 소비자들은 시큰둥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어떤 제조사가 만들어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휘어진 스마트폰의 경쟁력이라는 것은 종잇장과 같은 것이고, 쉽게 찢어 버려질 정도입니다. 갤럭시 라운드와 G플렉스의 후속 제품을 기대해볼 수는 있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실패한 기술 목록에 들어가는 신세가 될 것입니다. 물론 기술 자체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 유용하게 쓰이겠지만, 소비자들 인식은 3D TV처럼 기대 이하의 도태된 기술로 남게 된다는 겁니다.




혁신



 스마트폰이 휘어진 것에 대한 지나친 혁신 타령이 뉴스 전면을 뒤덮고 있지만, 스마트폰의 형태를 바꾸는 자기만족이 혁신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어 놓는 것이 혁신입니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굳이 휘어진 스마트폰을 구매할 이유가 없다고 잘 인식하게 되었으니, 휘어진 스마트폰이 그 어떤 혁신을 이뤘다고 얘기할 순 없습니다.


 필자는 아쉽습니다. 아주 훌륭한 기술이며, 활용 방안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합니다. 그러나 이를 스마트폰에 빠르게 깃발을 꽂아보려는 수준의 제품이 줄지어 나온다는 것은 정말 아쉬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