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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TV의 혁신성? 차라리 가격에서 찾아라


 '혁신'
 이 단어를 두고 정의하는 바는 모두 다르겠지만, '새로운 것', '상상하지 못한 것', '놀라운 것'과 같은 동일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반대로 말해서 새롭거나 놀랍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혁신성이 없다.'고 단정해버립니다.
 



TV의 혁신성? 차라리 가격에서 찾아라
 
 혁신이란 필요합니다. 특히 기술 바닥에서는 더욱 필요하죠. 그래서인지 혁신하지 못하면 도태해버릴 것으로 생각하는 일도 낯설지 않습니다. 마침 CES 2014에서는 TV에 대한 혁신성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전혀 새롭지 않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TV 기업이라면 삼성과 LG일 테고, 그 밖에 여러 업체가 신제품을 내걸었습니다. 4K 고해상도의 훌륭한 화질을 구현하고,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TV가 메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TV 제품에 혁신성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으로 작용합니다.
 
 기존과 다를 바 없는 단순한 화질 경쟁, 진보하지 못하고 기능을 집약하는 것에 집중한 스마트, 크기와 곡률에 집중된 훑어가는 느낌의 TV 제품들이 CES 2014를 수놓았던 웨어러블이나 스마트 자동차와 같은 미래형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혁신성이 떨어진다는 얘기입니다.
 
 완전히 틀려먹은 말도 아닙니다. 분명 웨어러블과 스마트 자동차 분야는 기존의 기술 시장에서 꽃피지 못했던 기술 방향을 여러 방면으로 제시하면서 주목받았으니까요. TV는 3D가 활개치던 때를 지나서는 스마트폰의 연장성과 같던 스마트 TV도 혁신성에 큰 반응을 얻을 수 없었고, 다시 화질 경쟁으로 넘어온 셈입니다. 도태된 것처럼 보이죠.
 
 그러나 필자는 'TV에 혁신성을 기대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달리 질문하자면 '3D TV 같은 것이 다시 나와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혁신적이라고 얘기하던 3D TV는 완전히 사장되었습니다. 옵션으로 붙어 나오긴 하지만, 이 기능을 원하는 소비자는 없습니다. 옵션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는 소비자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럼 TV가 똑똑해진다는 스마트는 어떤가요? 이걸 원하는 소비자도 없어요.
 
 '아냐, 난 그런 기능이 있는 TV가 갖고 싶은걸?'
 
 다시 생각해봅시다. 스마트폰은 과도기를 지나면서 새롭게 거듭 발전했습니다. 새로운 디자인, 새로운 형태, 새로운 기능, 소비자는 이런 것들을 두고, 지갑을 열었습니다. 그렇게 스마트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합니다. 바꾼 지 1년도 되지 않은 스마트폰을 새로운 기능을 써보기 위해 바꾸기도 하죠. 그리고 지금은 과도기를 거의 빠져나왔습니다. 스마트폰이 당장 역성장을 하진 않지만, 성장률은 신흥시장 외에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을 할 수 있으면 그만이 되어버린 겁니다.
 
 그런데 TV는 이미, 아주 오래전에 과도기를 빠져나왔습니다. TV의 크기가 해마다 커진다고 바꾸는 소비자는 주머니가 두둑한 소비자뿐입니다. 스마트 기능이 포함되었다고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IT 긱들 뿐입니다. 3D TV로 TV를 선택하는 소비자는 신혼 부부뿐입니다.
 
 TV에 어떤 혁신성을 가져놓아도 그것을 두고 TV를 바꾸는 소비자는 많지 않습니다. 새 TV가 필요하거나 기존 TV가 고장이 났거나 새로 산 플레이스테이션 4를 위한 보조 장치로 TV를 바꾸게 되죠. 그리고 '그냥 사는 것'이 TV입니다. TV를 구매하지 않는 이유는 얘기하지만, TV를 구매하는 이유를 얘기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냥 거실에 두는 가구 같은 것이 TV입니다.
 
 '어차피 무언가 추가해도 팔리지 않으니 혁신성을 놓고, 도태해버려도 된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TV의 기술은 발전하고 있고, 이 발전 방향은 TV 시장에 걸맞은 것입니다.
 
 화질 경쟁이 싫증난다?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까지 기간을 두고 바꾸는 통에 소비자가 느끼는 화질의 향상은 어마어마합니다. 거기서 소비자는 기술의 발전을 충분히 인지하게 됩니다. 매년 나타나는 화질 경쟁을 항시 지켜보는 쪽에서는 싫증 난 경쟁처럼 보이지만, 소비자가 구매하는 관점에서는 전혀 물린 것이 아니며, 굳이 혁신성을 운운하지 않아도 TV 시장 자체가 도태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화질 경쟁에서 뒤처져 도태하는 TV 업체는 나올 수 있겠죠.
 
 TV의 혁신성은 장기적인 안목을 보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패로 꼽힌 3D도 2~3년 뒤에는 없어선 안 될 기술이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TV 시장은 빠른 혁신을 원하지 않고, 느립니다. 차라리 획기적으로 가격이 떨어뜨려 '가격의 혁신!!'이라고 얘기하는 쪽이 소비자를 자극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혁신성을 찾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기술을 적용하고, 발전하는 것은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그렇다고 빠른 혁신을 보이지 않은 것이 제품의 흥망을 결정하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TV를 보자면 어떻게 기술이 유지되고 있는지 바라보는 쪽이 훨씬 현명하겠죠.
 
 정의하자면 '그냥 사려는 소비자가 기술 발전을 느낄 수 있는 TV'가 진정 혁신적인 TV이며, TV 시장에서 나타나야 할 부분입니다.
 
 LG가 CES 2014에서 선보인 웹 OS TV와 같은 스마트 TV의 미래를 제시한 제품도 있습니다. 그러나 웹 OS TV가 출시하더라도 당장 구매할 소비자는 많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웹 OS TV를 구매하게 되었을 때의 만족도가 어느 수준이냐에 따라서 TV 시장에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없을지가 결정됩니다. 중요한 것은 그 만족도를 위한 시간이 빠른 혁신성의 욕구보다 느리다는 것이고, 소비자도 그만큼 느리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