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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핀터레스트 한국어 서비스, 누가 긴장해야 할까?


 SNS라는 단어를 통용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입니다. 하지만 이 짧은 기간에 SNS는 우리 생활 깊숙하게 자리 잡았고, 꽉 들어차 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들이 계속 생기고는 있지만, 익숙한 서비스들이 자리한 마당에 또 다른 서비스를 접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죠.
 



핀터레스트 한국어 서비스, 누가 긴장해야 할까?
 
 그래서 SNS 시장에 뛰어드는 국내 업체는 상당히 줄어들었습니다. 혹은 형태를 바꾸거나 틈새를 노리기 시작했죠. 그런 와중에 북미에서 왕성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핀터레스트(Pinterest)가 국내 시장에 본격적인 진출을 알렸습니다.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한 것입니다.
 
 
 


 지난 14일, 핀터레스트는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맷 크리스탈(Matt Crystal) 핀터레스트 해외사업 총괄(Head of International)는 '이미 한국에는 디자인이나 패션, 수공예, 음식 등에 초점을 맞춘 피닝 커뮤니티가 존재한다.'면서 '한국에서 핀터레스트틑 이용하기에 쉽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핀터레스트는 이전에도 한국에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언어 지원만 추가된 셈이지만, 국내 사용자의 접근이 용이해졌다는 점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핀터레스트가 국내 시장에서도 크게 자리할 수 있을지 절로 관심이 몰리게 됩니다. 무엇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외국 SNS들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면서 또 다른 외국 서비스인 핀터레스트가 국내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궁금증도 점점 증폭되고 있습니다.
 
 반대로 회의를 가지기도 합니다. 갈수록 정체되어가는 국내 SNS 시장에 핀터레스트가 나타났다고 해서 '판도가 뒤바뀔까?'하는 의심도 드는 게 사실입니다. 시도 자체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곳에서 성장 중인 서비스라고 국내에서도 성장할 거라고 분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핀터레스트의 본격적인 국내 진출에 누군가 긴장해야 할까요? 아니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딱히 긴장해야 할 서비스는 없습니다. 굳이 있다고 하면 CJ에서 서비스 중인 '인터레스트미(Interest.me)정도일 텐데, 초기 핀터레스트를 모방했던 서비스와 다르게 최근에는 큐레이션의 방향을 완전히 틀어버리는 바람에 그저 CJ 웹 페이지가 되어 개인 관심사와는 크게 동떨어져 있습니다.
 
 그럼 다른 마땅히 개인화된 관심사 큐레이션 서비스가 국내에 있는가 하면 딱히 없습니다. 비슷한 서비스로 '팬미(FANme)'와 같은 서비스가 존재하긴 하지만, 크게 주목받진 못했습니다. 오히려 핀터레스트가 뒤늦게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했음에도 국내 관심사 큐레이션 서비스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이미 차지하고 있는 터였습니다.
 
 또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경쟁자인가?'하면 완전히 다른 형태의 서비스이므로 보완제 같은 역할이고, 인스타그램이 어떤 식으로 국내에서 점차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지를 본다면 핀터레스트가 가질 국내 입지도 비슷할 것으로 내다볼 수 있습니다.
 
 그럼 어째서 여태 국내에 핀터레스트를 두고 긴장할만한 서비스가 나오지 않았던 것일까요? 시도는 분명 많았습니다.
 
 필자는 이를 두고, 과연 '개인 관심사가 어떤 것인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달리 말하면 '국내 웹 환경에 관심사로 두고 큐레이션 서비스를 이용할만한 콘텐츠가 얼마나 되느냐?'는 겁니다. 핀터레스트는 총 36개의 카테고리를 운영하고 있지만, 국내 웹 환경에서 36개의 카테고리는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관심사에 따른 커뮤니티 분포가 고루 이뤄져 있는데다 커뮤니티 간 소통과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몇몇 커뮤니티에 몰려있다는 점은 대개 관심사와 관련된 콘텐츠를 몰아넣고 있습니다. 큐레이션 서비스를 콘텐츠 유통을 위한 창구로 사용하려 해도 굳이 그런 귀찮은 일을 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국내를 겨냥한 큐레이션 서비스들이 대개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덕분에 국내 핀터레스트 사용자들도 국내 콘텐츠와 함께 외국의 여러 미디어를 통한 콘텐츠를 함께 수급 받고 있습니다. 핀터레스트를 보면 알겠지만, 사진이나 메시지, 디자인, 상품이나 인포그래픽, 연혁 등의 콘텐츠들도 카테고리별로 나뉘어 있습니다. 미디어 콘텐츠의 규모가 남다른 환경에서 관심사를 모아야 하는 큐레이션 서비스의 필요성은 두말할 것도 없겠죠. 국내 소수의 콘텐츠와 외국 콘텐츠를 합쳐놓을 수 있으니 국내에서도 큐레이션 서비스에 부족한 콘텐츠 수급을 해결하면서 국내 사용자도 핀터레스트를 이용하게 되더라는 겁니다.
 
 필자가 이 얘기를 하는 것은 이렇습니다. 핀터레스트의 한국 진출에 긴장해야 할 서비스는 없습니다. 다만, 국내 웹에서도 확장된 미디어 콘텐츠가 태동하고 있습니다. 블로그의 재발견이나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 전문적인 유튜버나 포토 그래퍼와 그래픽 디자이너의 개인 갤러리 등이 이전보다 활발히 생성되고, 미디어에 대한 가치도 달라졌습니다. 뒤돌아보면 이전에도 블로그는 존재했고, 개인 홈페이지도 있었으며, 미디어라고 할 수 있는 건 똑같았습니다. 그럼에도 모바일의 범람이나 통신의 발전, 콘텐츠 가치의 재해석이 맞물리면서 큐레이션 서비스의 필요성도 점차 짙어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외국의 미디어 콘텐츠와 국내 콘텐츠를 함께 잡아내었을 때 큐레이션의 서비스의 가치가 빛을 보게 되지만, 확장된 미디어 콘텐츠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서 국내 콘텐츠만으로도 큐레이션 서비스가 필요한 시점이 이른 시일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긴장해야 할 누구라면 이런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하고 있는 기존 매스 미디어 따위이며, 콘텐츠의 가치를 여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한 매체들이겠죠. 미디어의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서 핀터레스트의 국내 성과도 달라질 것이고, '국내 시장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던 큐레이션 서비스도 새롭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 끼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미디어 매체들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핀터레스트의 한국어 서비스 시작은 사실 그 자체만으로 큰 의미가 있진 않습니다. 여전히 핀터레스트 내 콘텐츠 비중은 영어권에 몰려있으며, 이런 형태가 바뀌어 한국 콘텐츠가 양립하는 일도 발생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핀터레스트가 지닌 가치가 새롭게 맞이하게 될 미디어 생태계와 함께하는 것으로 볼 때 한국어 서비스의 의미는 태동하는 국내 미디어 생태계에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할 것입니다.
 
 핀터레스트의 국내 SNS 점유율 현황보다 이런 점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며, 만약 핀터레스트의 국내 점유율이 상승한다면 그 원인이 전반적인 미디어의 전환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상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한 인기로 치부한다면 거대한 미디어의 물살에 견디지 못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