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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아마존 대시, 프레시를 위한 맞춤 기기






아마존의 상품 배송의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하기 위한 실험을 오래전부터 해왔고, 지난해 선보인 '아마존 프라임 에어(Amazon Prime Air)'는 드론을 통한 30분 배송의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아마존이 이런 빠른 배송에 전력투구하는 첫 번째 이유는 고객 만족이지만, 상품을 선택하고, 결제하여 구매하는 방식을 바꿔놓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 시작은 '아마존 프레시(Amazom Fresh)였습니다.










아마존 대시, 프레시를 위한 맞춤 기기

2007년, 아마존은 온라인으로 식품을 유통하는 서비스인 아마존 프레시를 선보였습니다. 시작은 2만 2,000명이 거주 중인 시애틀의 어느 마을. 청과물과 육류를 24시간이면 배송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국내 대형마트들이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서비스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서비스를 시작한 지 7년째를 맞은 지금 아마존은 프레시를 위한 기기를 출시했습니다.


지난 4일, 아마존은 '아마존 대시(Amazon Dash)'라는 이름의 스틱형 기기를 공개했습니다. 대시는 바코드 스캔과 음성인식으로 구매할 물품을 자동으로 프레시의 주문 목록에 추가할 수 있고, 소비자는 프레시 웹 페이지에서 주문 목록을 확인한 후 주문하면 24시간 안에 물품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사실 기술 측면에선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이미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카메라를 통해 바코드를 스캔하고, 물품을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그러나 중요한 건 그 서비스들이 제대로 실현되었느냐 하는 것입니다. 다 떨어진 마요네즈를 구매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어 앱을 실행하고, 바코드 스캔 기능을 열어 스캔한 뒤 확인하는 과정까지 거쳐야 하는 복잡함은 접근성을 떨어뜨렸습니다.

그러나 대시는 액정도 없고, 무언가를 실행할 필요도 없습니다. 음성인식과 바코드 스캔, 두 가지 버튼으로만 조작하며, 끝 부분에 고리가 있어 냉장고에 걸어두고 사용하기도 편합니다. 목적이 분명한 기기라는 것이죠. Re/Code는 대시를 '마법 지팡이(Magic Wand)'에 비유하기도 했는데, 아마존 프레시 이용자라면 누구나 이 마법 지팡이를 사용할 수 있고, 테스트 기간의 이용료는 무료입니다.

그런데 대시는 특이하고 목적이 분명한 기기라는 점 외 중요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프레시는 작년까지만 해도 시애틀에서만 운영했다는 겁니다.





정확히는 시험 운영이라고 해야겠지만, 기간이 너무 오래되어서 빼버려도 무방합니다. 어쨌든 시애틀에서만 운영하던 프레시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와 LA로 확장했습니다. 아직 총 3곳에서만 대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아마존은 프레시 가능 지역을 올해 안에 20곳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그러니까 대시가 출시된 시점이 아마존이 본격적으로 프레시를 확장하는 시점과 겹친다는 것이죠.

분명 제품 컨셉만으로도 대시는 프레시를 위한 맞춤 기기입니다. 그러나 의미를 넓혀보면 프레시를 확장하려는 계획에 맞춘 기기이기도 합니다. 소비자들은 좀 더 현대적인 방식으로 쇼핑하길 원하고, 프레시를 방식을 제시했으며, 대시는 실행하는 방법으로 등장했습니다. 아마존의 오래된 염원이기도 합니다.

아마존이 처음 식품 배송에 뛰어든 것은 2003년입니다. 상대적으로 유통기간이 긴 빵이나 과자류에 한정되어 있었지만, 먹을 것을 배송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후 2006년에는 건강식품 배송을 추가하였고, 드디어 2007년에 청과물을 배송할 수 있는 아마존 프레시를 선보였습니다. 아마존은 상당히 긴 시간을 식품 배송을 위해 쏟았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지 않을 것일까요? 대시조차 기술 면에선 그저 그런 기기이기도 하고요.

아마존은 위험 부담을 줄이고 싶었습니다. 특히 식품은 빨리 배송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식품을 관리하고, 배송에 착오가 있어선 안 되며, 고객 만족을 높이기 위해선 신선도에 민감해야 합니다. 사실 아마존이 프레시에 뛰어들기 전에 비슷한 아이디어의 서비스가 줄을 이었으나 전부 도산했고, 아마존조차 망한 아이디어에 뛰어들었다는 소리를 한동안 들었어야 했습니다. 그 탓에 아마존은 프레시에 대한 욕망이 있으면서도 사업 기반을 충족하기 위해 시애틀에서만 프레시를 운영해왔고, 식품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 만에 프레시 적용 지역을 늘렸습니다.

이는 아마존이 프레시에 대한 사업 기반은 충족했으며, 본격적인 확장에 나선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 확장을 제고하기 위해서 내놓은 것이 바로 대시라는 겁니다. 시애틀 외 지역은 아마존 프레시의 존재조차 모르기도 했으니 대시로 눈길을 돌리도록 하면 프레스 고객을 확보하기에도 괜찮은 구실이 되겠죠.

대시가 지닌 의미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프레시가 처음 등장했을 때 아마존은 식품 유통에 직접 뛰어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재 와서는 안중에도 없는 얘기가 되었지만, 프레시 적용 지역을 늘린다는 뉴스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 식품 유통을 위해 직접 매장을 마련할 수 있다는 소문입니다. 그리고 그 소문에 대시가 마침표를 찍은 것이 집안 곳곳을 식품 매장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쇼핑 리스트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고, 무거운 짐을 옮길 필요도 없는 매장을 대시가 마련한 셈입니다.


아마존은 프라임 에어를 2015년 안으로 마련하겠다고 장담했습니다. 가능할 것으로 장담할 순 없지만, 배송 시간을 더 줄이려는 아마존의 생각을 엿볼 수가 있죠. 프레시, 대시, 그리고 줄어든 배송 시간. 실제 30분 배송을 할 수 있다면 저녁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도 놀랍도록 단축될 것입니다.

대시는 아마존이 여태까지 구상해온 식품 유통의 연결점과 같습니다. 단순한 막대기지만, 아마존에 실마리가 될 기기라는 겁니다.

대시로 열린 아마존 프레시의 확장이 유통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리고 아마존의 오랜 계획이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지 매우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