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은 PC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대대적인 체제 전환을 이뤄낸 적이 있습니다. CEO에 따라 평가는 나뉘지만 어쨌든 체제를 전환하고, 장기적인 미래 도모를 했다는 점은 성공적으로 인정받습니다. 그리고 최근 다시 미래 전략을 위한 체제 전환을 위한 몸집 줄이기에 나섰죠.
IBM의 몸집 줄이기, 클라우드 경쟁력 본격화
지난 1월, IBM은 x86 서버 부문을 레노버에 매각했습니다. 레노버는 IBM의 PC 부문까지 사들였던 곳으로 x86이 매각될 때도 '왜 IBM이 매각하는가?'보단 '레노버가 PC 부문처럼 성장시킬 수 있을까?'하는 부분에 많은 이가 집중해있었습니다. 정작 관심 있게 봐야 할 것은 IBM의 체제 전환이었죠.
월스트리트저널은 IBM이 글로벌파운드리(Globalfoundries)에 반도체 사업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사실 반도체 부문은 지난 2월부터 실적 부진으로 매각이 검토되는 중이었으며, TSMC가 인수 후보로 떠올랐지만, 이번 보도는 대상이 글로벌파운드리로 넘어갔음을 얘기합니다.
그러나 이를 실적 부진만으로 매각한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3월에는 IBM 시스템&테크놀로지 그룹 직원의 25%가 구조조정에 포함되어 5,000~13,000명이 감축 대상이 되었는데, 하드웨어 사업의 축소의 목적으로 반도체까지 매각하고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왜 하드웨어 사업을 축소하는 것일까요?
루 거스너(Louis Gerstner)가 영입되기 이전 IBM은 160억 달러의 손실을 내던 적자 기업이었습니다. 그런 회사에 거스너가 영입되었고, 그는 구조조정과 부서 통합으로 적자를 빠져나왔습니다. 당시 평가는 '직원을 내치는 것으로 적자를 만회한 인물'정도였는데, 실상 IBM이 적자 나던 하드웨어 사업 일부를 접고, 통합하면서 소프트웨어 컨설팅 회사가 될 수 있는 발판이 거기서 나온 것입니다. 이후 샘 팔미사노(Sam j. Palmisano)가 현재의 IBM으로 키워놓았죠.
상황만 놓고 보면 거스너가 영입되었던 때와 비슷합니다.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고, 하드웨어 사업부는 매각되거나 줄어들고 있죠. 정확히는 일부 남아있던 하드웨어 사업부까지 모두 내치기 시작한 것입니다.
IBM이 몸집 줄이기에 나선 이유는 간단합니다. '완벽한 소프트웨어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서'. 이전까지 컨설팅 회사로 자리해왔지만, 하드웨어 사업이 적자를 맞았던 것은 아닙니다. 적자가 아니었기에 체제전환 당시 놔뒀다기보단 하드웨어 사업이 필요했었고, 서버든 반도체든 컨설팅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하드웨어 사업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었습니다.
현재는 다릅니다. 클라우드가 중심이고, IBM도 클라우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소프트레이어(SoftLayer)를 인수하면서 클라우드 사업을 강화했는데, 이미 이 시장에는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강자들이 피 터지게 싸우면서 얼마 전에는 가격 경쟁으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을 만큼 치열합니다. IBM은 이 소동에 동참하지 않았지만, IBM만의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몸집을 줄이고, 집중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컨설팅 사업조차 하드웨어 사업이 끼어들어 성장할 것이라는 걸 배제했으며, 그 탓으로 x86 서버 부문을 매각하고, 반도체 매각까지 검토하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소프트웨어 컨설팅 업체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입니다.
'그럼 가격이 아닌 무엇으로 경쟁력을 가진다는 걸까?'하는 의문이 생기는데, 필자는 지난달 한 번 언급했던 것처럼 IBM은 인공지능 컴퓨터 시스템인 '왓슨(Watson)'을 활용하는 것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왓슨을 통해 클라우드 경쟁력을 올리고, 여러 클라우드 업체들이 치열한 시장에 자신들만의 새 지표를 열겠다는 것이 IBM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물론 어떤 식으로 강화한다고 구체적으로 예상하긴 어렵지만, 왓슨 비즈니스 총괄인 마이클 로딘(Michael Rhodin)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활용을 왓슨에 적극적인 투자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둘을 연결하고 있기에 큰 그림으로 본다면 왓슨에 집중하기 위해 나머지는 모두 덜어내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IBM의 하드웨어 사업 매각을 단순히 적자 상태를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면 겉만 정답입니다. IBM은 훨씬 큰 목표를 가지고, 새로운 체제전환을 준비하고 있으며, 완벽한 소프트웨어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입니다.
클라우드 사업이라는 것이 매우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영역이기에 IBM의 상황을 좋게만 해석하는 것도 무리가 있지만, 적절한 시기에 장기적인 계획을 가진고 과감하게 뛰어든다는 자체는 박수 칠만 합니다.
분석으로는 올 하반기 중에 왓슨을 활용할 수 있는 API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는데, IBM이 왓슨을 통한 클라우드로 포괄적인 시장에서 자신들만의 경쟁력을 각인시킬 수 있을지 매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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