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는 최고의 만화책 뷰어이기도 하고, 코믹솔로지(Comixology)는 이를 만화책 뷰어로 만들어 준 최고의 앱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가을, 코믹솔로지가 밝힌 바로는 사용자들은 코믹솔로지 앱을 통해 2억 건의 만화를 다운로드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코믹솔로지 앱은 iOS 앱스토어 최고 매출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디지털 출판사이자 유통사인 아마존은 몇 주 전에 코믹솔로지를 인수했습니다.
코믹솔로지 인앱결제 논란, 빼앗긴 사용자 경험
당시 코믹솔로지 인수로 주목받은 것은 '아마존이 만화 시장에 진출한다.'였습니다. 코믹솔로지는 마블과 DC뿐만 아니라 다양한 만화를 유통하고 있고, 하나의 앱에 인기 만화들이 집중되어 있어서 만화계의 아이튠즈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아마존이 이를 통째로 삼켜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아마존이 코믹솔로지를 빨리 망하게 했다'는 여론이 들끓습니다.
지난 26일,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코믹솔로지 앱에 새로운 결제 방식이 적용되었습니다. 기존에는 인앱 결제로 만화를 구매할 수 있었지만, 새로 적용된 것은 아마존 인수 이후 바뀐 정책으로 앱 내에서 결제할 수 없고, 웹 페이지를 통해 구매한 뒤 앱에서 다운로드 받는 방식입니다. 또한, 코믹솔로지는 새 안드로이드용 앱도 내놓았는데, 아예 구글플레이를 무시하고, 인앱결제 방식이 아닌 새 장바구니 기능을 이용하여 따로 결제하도록 했습니다.
이 탓으로 애플과 구글이 가져가는 30%의 수수료가 고스란히 코믹솔로지로 들어가게 됩니다. 대개 출판 앱들이 이런 방식을 이용하기도 하므로 드문 상황은 아니지만, 아마존 인수 직후라는 점에서 논란이 발생합니다. 코믹솔로지는 자체 앱 뿐만 아니라 마블과 DC 만화를 코믹솔로지 기반의 앱으로 따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 단독 앱들의 결제는 여전히 앱 내에서 이뤄집니다.
그런데 이들도 코믹솔로지에 30%의 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애플과 구글도 30%의 수수료를 요구합니다. 결과적으로 나머지 40%를 코믹솔로지가 가지고 가는 상황인데, 그럼에도 별 탈이 없었던 것은 그만큼 코믹솔로지의 매출이 높았던 덕분입니다. 실제 DC의 신간 매출 15%가 코믹솔로지를 통해 발생했으니 어마어마한 것이죠.
그랬던 것이 아마존의 인수로 바뀌어버렸습니다. 마블과 DC의 단독 앱들도 이 정책에 따라 바뀔지 모를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코믹솔로지 기반의 심슨 단독 앱도 아직 변화는 없으나 지켜볼 부분입니다. 아마존으로써는 수수료를 회피하고 싶겠지만, 문제는 사용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는 것에 있습니다.
Re/Code는 코믹솔로지에 대한 몇몇 트위터 반응을 소개했는데, 어떤 이는 '코믹솔로지가 내 돈을 원하는 거 같지 않으니 다른 사람이 내 공백을 채우길 바란다.'고 말했으며, 또 어떤 이는 '아마존이 코믹솔로지를 엉망으로 만들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며, 자신은 코믹솔로지에 수백 달러를 냈는데 왜 어려운 방법으로 돈을 내야 하느냐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를 옹호하는 이도 있습니다. 결제 방식이 다소 불편해지긴 했지만, 코믹솔로지의 움직임이 실제 책 저작자에게 더 많은 돈이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이므로 좋은 방향이라는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별다른 플랫폼을 기반으로 두지 않더라도 저작자가 고스란히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코믹솔로지 성공에 iOS와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역량을 빼놓고는 설명이 되질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코믹솔로지를 아마존이 인수한 탓에 애플과 구글이 이를 견제할 테고, 미리 손을 써서 우회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실상 킨들 앱도 오래전부터 수수료를 피하고자 이런 정책을 펼쳐왔고, 그 일환으로 코믹솔로지도 포함되었을 뿐 다른 무엇도 아닙니다. 애초 코믹솔로지 매출로 수수료 이득을 함께 보기도 했었으니 말입니다.
즉, 실제 저작자에게 더 많은 돈이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번거로운 결제 방식으로 사용자가 이탈하게 되었을 때 발생하는 손실을 생각해보았을 때 꼭 나은 선택이라고 할 순 없습니다. 더 많은 판매 부수를 통해 이익이 더 돌아갔을 수 있는 일이니까요. 이미 옹호자들 외 기존 사용자들은 트위터뿐만 아니라 앱스토어 리뷰로도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를 생각하지 않는다.'거나 '나는 돈을 내고 싶은데, 필요 이상으로 번거롭게 했다.'면서 그간의 좋은 평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30%의 수수료가 과도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어쨌든 코믹솔로지를 지탱하도록 해준 플랫폼을 애플과 구글이 제공해왔던 것은 분명하고, 그 기반으로 코믹솔로지가 성장했던 것도 분명합니다. 덕분에 사용자는 다양한 만화를 편하게 구매하고 즐길 수 있었던 것이고요. 그런데 그 관계가 사라졌으니 애플과 구글이 수수료를 얻지 못하는 것은 둘째치고, 코믹솔로지 자체가 힘들어졌습니다.
코믹솔로지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콘텐츠에 있기도 했지만, 탄탄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사용자 경험에도 있었음을 이번 논란이 방증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간과하고, 단지 콘텐츠만 놓고 본 순간 핵심인 사용자 경험을 떠나보내고, 충실했던 고객도 등 돌리도록 하는 사태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제 지켜볼 것은 아마존의 행보입니다. 아마존은 이런 논란이 있음에도 인앱 결제 방식을 다시 돌려놓지 않으리라고 보이는데, 이는 킨들파이어라는 아이패드보다 훨씬 저렴한 만화책 뷰어를 판매 중이고, 코믹솔로지는 많은 고객이 킨들파이어를 구매하도록 하기에 적절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저 '그렇게 보인다.'면서 단정할 수 없는 이유는 고객들은 코믹솔로지를 대신할 앱을 찾고 있으며, 얼마든지 대체할 앱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블과 DC의 단독 앱에도 인앱 결제가 빠져 매출에 타격을 입는다면, 마블과 DC가 코믹솔로지 기반을 벗어날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겠죠. 이것은 만화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려던 아마존에 악재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 킨들 앱처럼 대응했을 뿐이지만요.
적어도 분노한 고객들이 다시 코믹솔로지를 이용할 것으로 보긴 어려우며, 설사 번거로운 방식으로 결제하도록 하더라도 이전만큼의 만족도를 줄 순 없습니다. 아마존이 떨어져 나간 사용자 경험을 무엇으로 채우려 할 지 그 행보가 기대될만하죠. 기존 인앱 결제를 채용하는 것보다 비용을 더 써야 할 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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