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챗이 페이스북을 위협한다는 이야기는 한때 화제였습니다. 페이스북의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스냅챗이 10대 사이에서 유행한 탓에 페이스북으로 유입되는 10대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스냅챗에 대항하기 위해 올린 게시물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지워주는 '포크(Poke)' 앱을 내놓습니다.
스냅챗, 자신에게 총을 겨누다
12일, 페이스북은 포크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페이스북은 포크를 중단한 이유는 스냅챗에 밀린 탓이 아닙니다. 굳이 별도의 서비스로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덕분입니다. '숨기는 만큼 믿을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던져놓게 되죠. 마침 스냅챗이 그 질문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스냅챗이 소비자를 기만 혐의로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조사를 받았습니다. 지난 1월에 스냅챗의 사용자 정보 460만 건이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후 CEO인 에반 슈피겔(Evan Spiegel)은 NBC의 투데이 쇼에서 사과 대신 '충분히 조치했지만, 이런 일에 너무 시간을 보내선 안 된다.'면서 변명만 늘어놓았습니다.
FTC는 이 건을 실마리로 스냅챗을 조사했는데, 조사 결과 스냅챗이 홍보하는 것처럼 '발송한 메시지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것'이 아닌 특정 방법을 사용하면 내용을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발신자가 알 수 없게 빼내는 것도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한, 일부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동의 없이 수집한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그동안 스냅챗이 홍보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충격적인데, FTC는 20년 동안 스냅챗을 정부가 감시한다는 조건으로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스냅챗은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열중하여 다른 곳에 신경 쓰지 못했다.'면서 '보안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집중적으로 하겠다.'고 이번 사건에 대해 말했습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가 서비스의 핵심이었던 만큼 개발 과정에 개인정보 문제를 생각하지 않았다는 회피성 발언으로 보기 충분합니다.
이번 사건으로 스냅챗의 명성은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단지 서비스의 강점이 강점이 아니었다는 것만 아니라 FTC가 건 '20년 감시'라는 조건이 스냅챗의 상황을 더 좋지 않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가 스냅챗을 사용한 이유는 스냅챗이 내세운 개인정보보호에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개인정보보호 문제가 크게 불거지기 시작한 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민간인 사찰'이 세상에 공개되면서입니다. 지난 7년 동안 프리즘(PRISM)이라는 비밀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 민간인의 사용자 정보를 무차별로 수집했다는 내용은 많은 이를 공포 속에 몰아넣었습니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내용을 삭제한다고 말한 스냅챗이라는 메신저는 마치 그런 상황에 대항하는 모델과 같았습니다. 이미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우려도 심각해지던 상황이었기에 10대뿐만 아니라 개인정보를 민감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스냅챗을 쓸만한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스냅챗은 제대로 개인정보를 보호하지 않았습니다. 발신 내용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삭제하는 것도 허술하게 풀어놓았습니다. 이미 스냅챗에 대한 불신은 걷잡을 수 없게 되었지만, 여기에 정부가 개입합니다. NSA 건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태에서 정부가 스냅챗을 무려 20년 동안이나 관리하겠다는 건 정부의 사찰로부터 도망치려던 사용자들이 스냅챗을 외면하게 하기에 아주 마땅한 이유입니다.
설사 이전에 스냅챗이 정부에 대항할 목적의 서비스가 아니었다고 한들, 스냅챗에 대한 불신, 정부에 대한 불신이 함께 뒤섞인 상황에 몸담으려는 사용자는 많지 않겠죠. 더욱 심각한 큰 금액의 벌금은 피할 수 있었지만, 정부가 20년 동안 감시할 필요가 없어질지 모를 일입니다.
스냅챗은 지난해 12월, 5,500만 달러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주목받는 스타트업임을 과시했습니다. 6개월 전 6,000만 달러의 투자까지 성사했었고, 덕분에 기업 가치 20억 달러를 기록했죠. 그런데 아이디어와 미래 가능성만 두고 퍼부은 대형 투자들이 의미 없는 종이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사용자들은 이번 사건에 분노하면서 스냅챗 사용을 거부하고 나섰으며, 이미 이크 야크(YIk-Yak) 등의 스냅챗을 대체할 익명성 메신저가 많이 등장한 시점이기에 스냅챗의 기능만 보고 사용하고자 하는 사용자는 없을 겁니다.
스냅챗은 자신에게 총을 겨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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