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가 공중분해 위기를 벗어나 다시 정상 경영에 돌입하면서 돌파구 찾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어려워진 북미와 유럽 시장을 잠시 놔두고,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저가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데, 특히 인도네시아는 블랙베리 재기의 발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블랙베리, 돌파구 마련하기 위한 협력 전략
지난 13일, 블랙베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리츠칼튼 호텔에서 신제품인 'Z3'의 론칭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한정판 Z3에는 뒷면에 '자카르타'라고 글씨를 새겨넣어 인도네시아 소비자를 겨냥한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습니다. 블랙베리가 강세였던 인도네시아에서도 안드로이드가 강세를 보이면서 점유율이 43%에서 13%로 떨어졌는데, 이를 회복하기 위한 제품이 Z3입니다.
Z3는 블랙베리와 폭스콘 협력의 결과물입니다. 지난해 12월, 블랙베리는 하드웨어 생산을 폭스콘의 자회사인 폭스콘 인터내셔널 홀딩스(Foxconn Interantional Holdings)에 위탁했고, 폭스콘은 5년 동안 블랙베리 기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블랙베리가 하드웨어 생산보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할 것을 예상토록 했는데, 노키아가 주요 고객이었던 폭스콘으로썬 노키아의 저가 라인이 내림세를 보여 파이어폭스폰 등의 대체 품목을 찾던 중이었기에 블랙베리의 저가 시장 공략에 협력하게 된 것은 괜찮은 선택이었습니다.
Z3의 가격이 191달러로 저렴하지만, 더 저렴한 안드로이드 제품들이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얼마나 가질 수 있을 것인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그러나 Z3에서 눈여겨 볼 점은 Z3의 단일 경쟁력이 아닌 빠른 출시입니다.
위탁 생산을 12월부터 했다고 하면 5개월 만에 Z3를 출시한 겁니다. 물론 기존 기반을 간과해선 안 되겠지만, 다소 빠른 움직임은 폭스콘과의 협력으로 Z3 이후에도 다수의 저가 모델을 생산하여 풍부한 구색을 무기로 저가 시장에 대응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소프트웨어 지원만으로 폭스콘이 자체적으로 블랙베리 기기를 생산하고 나서겠죠. 그나마 점유율이 남아있는 인도네시아를 출발점으로 선정했을 뿐, 노키아처럼 저가 라인으로 여러 지역을 공략할 것입니다.
이는 보급 위주의 전략으로 보급만 수월하더라도 블랙베리에 희소식이고, 새로운 생산 품목을 늘릴 수 있게 된 폭스콘도 이득입니다. '그럼 블랙베리가 저가 시장만 생각하느냐?'고 하면 또 다른 파트너도 찾아 나섰습니다.
블랙베리는 자사의 운영체제 플랫폼인 '블랙베리10(BB10)'을 SAP, 에어와치, 시트릭스, IBM 등의 업체에 개방하기로 했습니다. 즉, 기업에서 블랙베리 기기를 도입할 때, 블랙베리가 제공하는 관리 서비스가 아닌 여러 업체의 MDM이나 MEM을 설치할 수 있게 됩니다. 그간 블랙베리의 폐쇄 정책은 BYOD 트렌드에 따라 멀티플랫폼을 지원하기 시작한 기업들을 품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기업 시장에서의 블랙베리에 큰 피해를 입혔죠. BB10 개방은 떨어진 블랙베리의 기업 시장 입지를 되찾기 위한 정책입니다.
그렇게 되면 기업은 블랙베리를 관리할 비용을 통합하여 줄일 수 있고, BYOD 정책에 블랙베리를 포함하여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업무에 블랙베리를 사용하고자 하는 사용자도 쉽게 블랙베리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달리 말하면 '여러 업체의 관리 소프트웨어를 소화할 고성능 스마트폰이 필요하다'는 것이 됩니다. 이부분은 고급 시장에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므로 북미와 유럽을 공략할 모델을 개발해야 하는데, 저가 시장과는 달리 블랙베리가 직접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생산은 폭스콘에 맡길 수 있겠지만, 유통, 마케팅, 라인 관리 등은 블랙베리가 공을 들여야 하고, 여전히 보강해야 할 부분이 많은 BB10이지만, 개방이 의미하는 바는 고급 시장 대책인 것이죠.
고로 폭스콘과의 협력으로 저가 시장, BB10 개방으로 고급 시장을 노리겠다는 것이 블랙베리가 내세우는 전략입니다. 이 협력 전략이 적자 상태의 블랙베리를 견인한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당장 자력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적절한 판단이라고 평가합니다.
블랙베리의 전략은 일반 소비자 시장과 기업 시장, 모두를 겨냥했습니다. 어찌 보면 무리한 선택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블랙베리는 최대한 많은 활로를 열어야 한다고 결정한 모양입니다.
블랙베리 CEO인 존 첸(John Chen)은 '블랙베리가 전환점을 통해 시장을 지배하는 위치에 다시 설 것.'이라고 얘기하면서도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휴대전화 사업에서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사업을 유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휴대전화 사업부를 매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블랙베리는 '윈더미어(Windermere)'라는 명칭의 고해상도 풀터치 스마트폰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원더미어가 바로 BB10 개방으로 기업 시장을 겨냥한 고성능 제품 라인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존 첸의 발언을 미루어 볼 때 원더미어와 BB10 개방으로 고급 시장을 파고들지 못하면 하드웨어 사업부를 폭스콘에 매각할 계획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폭스콘에 저가 라인을 위탁 생산토록 협력한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한 것이죠.
정말 끝자락입니다. 블랙베리가 구상한 것들이 얼마나 이뤄질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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