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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크레이그 페더리기, WWDC를 자기 것으로 만들다


 WWDC 2014를 이끈 인물이 누구인가 하면 당연히 애플의 소프트웨어 부문 부사장, '크레이그 페더리기(Craig Federighi)'입니다. 페더리기는 본래 Re/code의 코드 콘퍼런스의 스피커로 참여하기로 했지만, 인터뷰가 진행되진 않았습니다. 대신 WWDC 2014에서 특유의 진행 능력과 재치로 무대를 종횡무진 누볐습니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WWDC를 자기 것으로 만들다
 
 지난해 WWDC 2013에도 주목받았던 건 페더리기입니다. 스콧 포스톨을 이어 iOS를 맡고, 기존에 OS X까지 함께 소프트웨어 전반을 총괄하면서 개발자를 위한 행사인 WWDC에 당연한 듯 얼굴마담 역할을 하게 된 것인데, 이전에 스티브 잡스의 대타로 나뉘었던 필 쉴러와 스콧 포스톨보다 나은 진행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올해에 더욱 지배적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OS X의 이름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OS X에서 메시지 기능을 설명하면서 녹색 풍선의 친구들을 언급하며, SMS 사용을 설명했고, 아이폰에서 작성하던 메일을 OS X에서도 쓸 수 있다고 하면서 에디 큐의 재미있는 사진을 걸기도 했습니다. 헤드폰은 깨알같이 비츠 제품이었죠.
 
 OS X의 전화 기능을 설명하는 도중 어머니의 전화가 오자 받지 않고 끊어버리면서 '여긴 제 공간이에요!'라고 말하거나 새로운 애플 직원과 통화해보자면서 닥터드레에게 전화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신입직원 교육은 9시라고 말하며, 공짜 티셔츠도 받을 수 있다고 농담을 던집니다. 그렇게 전화 기능을 전체적으로 소개했습니다.
 
 iOS 메일 기능에서 자신과 아이브를 합성한 사진을 받았다며, 새로운 삭제 기능을 보여줄 때라며, 바로 삭제했고, 메시지 기능 중 비디오 메시지 데모 중에 무대 뒤쪽에서 보낸 메시지라면서 머리카락을 손질하는데 어려우니 시간 좀 끌어보라는 내용으로 웃음 바다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메시지 앱 내에서 비디오 메시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보여줬죠.
 
 페더리기가 유쾌하기만 한 행사를 진행했던 건 아닙니다. 분명 그 속에 기능에 대한 핵심적인 부분들이 녹아있었고, 딱딱하지 않게 설명되었던 거죠. 그것만 사용하기 이전에 기능에 대한 호감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이전에 WWDC를 진행해왔던 잡스가 사용해온 방법이기도 했고, 예를 들어 WWDC 2010에서 페이스타임을 One more thing으로 제시하면서 다른 설명 없이 직접 아이브와 영상통화를 합니다. 애플의 핵심 인물 둘이 영상으로 통화하는 모습 자체만으로 환호받았고, 페이스타임은 개발자나 사용자들에게 각인됩니다. 이전에도 비슷한 영상통화 기능이 많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단순한 설명 이상으로 WWDC가 큰 역할을 한 셈입니다.
 
 


 잡스의 뒤를 이었던 쉴러는 하드웨어 부문을 맡았고, 아마 하반기에 하드웨어를 소개하기 위해 무대에 설 것입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부문은 포스톨이 맡았는데, 포스톨도 특유의 재치와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무대를 주도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패더리기처럼 극대화하는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페더리기의 진행 방식은 흐름을 끊지 않고, 계속해서 설명하되 중간중간 재치를 더하여 기능을 명확하게 설명했습니다. 구구절절 기능의 내용을 나열하지 않고도 설명해나갔다는 점은 단지 웃기기만 한 진행으로 볼 수 없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기조연설 시간의 대부분을 혼자서 감당했다는 것은 프레젠테이션의 교과서라는 잡스와 비견해도 손색없고, 제품을 소개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제시했습니다.
 
 또한, 아이브, 에디 큐, 닥터 드레 등 개발자 중심의 이벤트인 만큼 그들에게 익숙한 인물들을 소재로 활용하면서 공감대를 크게 형성합니다. 그들의 스타성을 행사에 잘 반영한 셈이죠. 더군다나 그가 그들과 친하다는 인상을 내비치면서 애플이 안정적으로 경영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물 흐르듯 진행되는 기조연설을 페더리기가 도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제 WWDC 2014가 있은후 그의 진행 솜씨에 국내 검색 차트에도 이름이 올랐으며, 매셔블은 전체 진행시간의 70%를 페더리기가 담당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를 충분히 각인시킨 것입니다. 그리고 내년에 있을 WWDC조차 '그가 어떻게 새로운 기능을 설명하고, 재치를 보여줄까?'하는 기대감이 벌써 생기게 됩니다.
 
 


 잡스는 제품을 소개하는 행사를 마치 TV쇼처럼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그의 무대 체질이 한몫하긴 했지만, 보는 사람이 지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사실 지금도 굉장히 지루한 제품 소개의 장은 많습니다. 온갖 수치를 나열하고, 모든 것을 다 보여주려는, 거대한 도표가 있어야만 만족하는 것들 말입니다. 물론 소개하는 쪽에서는 만족할 수 있겠지만, 소개받는 쪽에서는 그 도표를 기억하기 어렵습니다. 그 사실을 간과하는 거죠.
 
 그런 점에서 페더리기는 요소를 한꺼번에 강조했고, 재치로써 해결했습니다. 쉽지 않은 것입니다. 그렇게 자신의 브랜드를 WWDC에서 내보이면서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도 함께 극대화하였고, 그를 알아보고 기대하는 사람도 늘었습니다. 그저 나열된 도표보다 더 기억한다는 것이죠.
 
 WWDC 2014를 시청한 사람이라면 적어도 페더리기가 웃음을 줬던 지점을 두 가지 이상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지점이 제품을 설명하기에 극대화된 곳이라면 웃음과 함께 기능도 이미 말하고 있을 겁니다. 그것은 페더리기가 완벽히 WWDC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