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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터치 ID, 홈 제어 방식을 바꾸어 놓을 것


 애플이 아이폰 5s에 처음 도입한 지문인식 기능인 '터치 ID(Touch ID)'는 iOS 7까지 아이폰의 잠금 해제와 앱스토어 결제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제한적이었죠. 제한적이었던 이유는 생체정보를 보안에 활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망이 필요했고, 그것을 위한 시간도 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터치 ID, 홈 제어 방식을 바꾸어 놓을 것

 

 애플이 터치 ID를 서드파티에 어느 정도 개방할 것이라는 예상은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단지 잠금 해제와 앱 결제를 위한 기능으로 보기에는 아주 거창한 것이니까요. 또한, 다른 지문인식 기능을 탑재한 경쟁사의 스마트폰들이 금융 결제까지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어서 터치 ID도 영역을 확대해야만 기능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애플은 WWDC 2014에서 터치 ID의 개방을 선언합니다.
 
 


 개방이라고 했지만, 당장 적용되는 부분은 서드파티 앱의 잠금장치에 사용되는 정도에 그칠 것입니다. 그러나 일단 개방을 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여러 방면의 활용을 기대하는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습니다.
 
 가장 주목하는 것이 '모바일 결제'인데, 결제 인증 방식을 지문인식을 이용해 처리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인증을 위해 지문 정보를 전송하진 않겠지만, 편하게 인증하는 방법으로 활용하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또한, 비밀번호와 함께 추가 인증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모바일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기 위한 인증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들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대개 금융 문제와 연관 지은 것들이나 앱의 비밀번호 잠금을 대체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본래 지문인식을 활용한 부분이 그 정도이니 범위 안이라고 해야겠죠. 하지만 필자가 눈여겨본 것은 터치 ID의 개방과 함께 내놓은 '홈킷(HomeKit)'입니다.
 
 홈킷은 기존 서드파티 업체들이 내놓은 조명, 잠금장치, 온도조절 등의 홈 제어 장치들을 위한 것으로 개별적으로 장치들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거나 안전하게 페어링 하도록 지원합니다. 그리고 시리를 이용하여 음성으로 조작할 수도 있는데, 예를 들어 '거실에 조명'이라거나 '온도체크'와 같은 명령어를 홈 제어에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터치 ID입니다.
 



 애플은 터치 ID를 홈 제어에 사용할 수 있다고 직접 말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생각을 뒤집어 보면 금융결제나 기밀 문서를 보호하기 위한 보안 장치도 필요하지만, 홈 제어라는 집을 위한 보안 장치도 매우 중요합니다. 어차피 홈 제어를 서드파티 앱을 이용하는 거라면 터치 ID가 개방되었다는 건 홈 제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고, 집을 위한 보안 장치도 해결할 수 있게 됩니다.
 
 이미 지문인식을 탑재한 잠금장치는 시중에 얼마든지 있습니다. 지문인식으로 문을 연다는 자체가 새롭거나 한 것은 아니죠. 다만, 잠금장치에 직접 지문인식 장치가 장착된 것이 아니라 아이폰의 터치 ID를 이용해 인증하고, 문을 열 수 있다면 이는 전혀 새로운 방식입니다.
 
 이를 두고, '아이폰 잃어버리거나 누군가 지문정보를 도용하여 문을 열 위험이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는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미 시판되는 아이폰으로 제어하는 잠금장치가 단지 앱에서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잠금이 풀린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터치 ID가 도리어 나은 방법입니다. 어차피 지문정보가 잠금장치에 직접 전달되는 것도 아니고, 앱에서 인증만 하면 인증한 부분만 가지고, 잠금을 해제하게 되니까요.
 
 그 외 민감할 수밖에 없는 홈 제어에 터치 ID를 활용할 수 있다는 건, 마치 서드파티 하드웨어에 지문인식 장치를 새롭게 장착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사용자는 통합하거나 개별적으로 터치 ID를 이용해 집 안의 하드웨어 장치를 인증하고, 제어할 수 있게 됩니다. 단순한 인증이 아니라 집이라는 개인 혹은 가족의 공간을 제어하는 방식이 바뀌는 것입니다.
 
 이는 아이폰이 스마트폰으로서 지문인식을 활용할 방안이 아니라 지문인식 장치로써 활용할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물론 아이폰이라는 하나의 기기에 온갖 제어 권한을 넘긴다는 건 기본적인 보안 수준에서도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딱히 지문인식이 아니더라도 스마트폰으로 여러 부분을 이미 제어하고 있고, 터치 ID로 집중하는 것이 아닌 사용자 경험 관점에서 홈 제어 분야를 확장할 수 있다면 괜찮은 시도입니다.
 



 iOS 7의 터치 ID를 보면 알 수 있지만, 강력한 보안 장치의 위치가 아닌 보안성도 뛰어나지만, 편리함에 중점을 두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터치 ID 인증이 실패하면 비밀번호 입력으로 넘어가게 되며, 몇 번 더 실패하게 되면 아예 비밀번호를 요구해버리니까요. 홈 제어에서의 터치 ID도 같습니다. 매우 간편하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하고, 이것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문제에 대해서는 적용하고자 하는 서드파티 업체들도 깊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대신 애플이 홈킷에서 제시한 것처럼 시리를 이용할 수 있다면, '현관문 열어' 같은 명령어가 악용될 수 있는 일에 더욱 고민해야 할 테지만 말이죠. 당연하게도 시리를 활용한 제어에도 잠금장치가 포함되며, 터치 ID도 그중 하나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집 안 구석구석을 제어하는 일은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애플이 제시한 홈킷과 터치 ID는 그 방식을 바꿀 것입니다.
 
 애플이 홈킷을 발표했을 때, '직접 홈 제어 하드웨어를 내놓지 않았으니, 애플답지 않은 소극적인 대응이 아닌가'하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애플은 홈 제어를 위한 하드웨어를 이미 내놓았습니다. 아이폰이죠. 그것이 터치 ID로 생각할 수 있는 애플의 홈 제어, 나아가 사물인터넷에 대한 대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