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이 어려운 고비에서 전략 제품을 줄줄이 내놓으며, 나름 흥행을 하긴 했습니다. 전혀 생각 없이 시장에 대처하던 때와는 그나마 진지해진 모습이었죠. 그럼에도 팬택의 완전한 부활은 기대하기 힘든 모양입니다. 다시 커다란 고비를 맞이했습니다.
팬택, 살아나도 오래가기 힘들다
팬택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팬택의 경영을 정상화하려는 방안으로 4,800억 원 규모의 출자 전환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경영난이 심각한 상태로 아예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이 넘어가고 있어서 국내 3위 휴대폰 제조사라는 위치가 무색할 정도입니다.
산업은행은 SKT, KT, LG U+까지 통신사에 팬택 채권 1,800억 원을 전환해주길 요구했습니다. 4,800억 원으로 산정했으니 나머지 3,000억 원은 채권단이 출자 전환하는 것으로 통신사들이 제안만 받아들인다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만약 팬택이 더 어려워지면 통신사도 좋지 못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게 산업은행의 설명입니다. 통신사들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지만, 문제는 '과연 팬택이 사라진다고 해서 통신사들이 크게 타격 입을 부분이 있느냐'하는 것입니다. 애초에 통신사들이 팬택을 살릴 마음이 있었다면 정책 부분에서 도와줄 수도 있었겠지만, 전혀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통신사가 의무적으로 도와줄 필요도 없고, 도와준다고 해서 팬택의 상황이 좋아졌으리라 예상할 수도 없습니다. 단지 산업은행이 통신사에 요청한 것에 통신사들이 움직일만한 이유가 충분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것부터 팬택에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나 팬택이 현재 상황을 돌파하여 살아난다 하더라도 지금의 팬택으로는 오랫동안 경영을 유지하기 쉽지 않습니다. 되레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베가 아이언은 상당히 호평받은 제품입니다. 그리고 후속작으로 출시된 베가 아이언 2도 하루 평균 1,500여 대를 판매하면서 전작보다 40%나 증가한 판매량을 보였습니다. 분명 좋은 실적이고, 판매되는 만큼 반응도 이전 제품들보다 나은 편입니다.
그러나 이런 실적에도 경영을 정상적으로 돌리긴 역부족입니다. 베가 아이언 2의 목표 판매량을 70만 대로 삼성이나 LG의 주력 모델들의 초기 판매량 수준이며, 특히 LG는 최근에야 좋은 상황으로 돌아섰다는 점을 볼 때 팬택도 비슷한 판매량을 올릴 제품을 내놓지 못하면 아무리 괜찮은 실적을 쌓는다고 해도 전체적인 상황을 역전시키진 못할 것입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글로벌 시장에 여러모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데, 글로벌 시장에서 팬택의 입지도 좁아진 상태입니다. 국내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 팬택으로선 좁은 시장에서 달성해야 할 목표는 높게 잡아야 하는 겁니다. 고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가장 확실하게 살아나는 방법은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눈여겨 볼만한 대작을 만들어내는 아주 간단한 것이지만, 그럴만한 여력이 남아있으리라고 보기에는 현재 주력 제품인 베가 아이언 2의 힘이 부족하고, 기세를 몰아 차기작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어도 그것이 곧장 팬택을 나은 상태로 만들 수 없다는 건 통신사들이 팬택에 손을 내밀 가능성도 낮아지게 합니다.
최근 소니가 국내 시장에 다시 제품을 출시하면서 경쟁자도 늘어난 셈입니다. 팬택은 훨씬 가혹한 문턱을 넘어야 하고, 당장은 통신사의 마음을 돌릴만한 계획과 성장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을 우선시 해야 합니다.
현재 결정된 상황은 출자 전환 후 매각을 진행하는 방침이지만, 여지만 있다면 팬택을 정상화하는 것도 불가능하리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 여지를 팬택이 잡아낼 수 있을 것인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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