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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 애퍼처를 대신할 '포토'


 지난해 하반기, 맥 사용자라면 솔깃한 제안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애플의 사진 편집 프로그램인 '애퍼처(Aperture)'의 트라이얼 버전을 설치하면 이후 정식 업데이트를 통해 무료로 정식 버전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2010년 이후 마이너 업데이트만 지속되었던 터라 새 버전을 기대하는 사용자도 많았고, 새 버전이 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라이얼 버전을 설치하는 사용자도 늘어났습니다.
 


애플, 애퍼처를 대신할 '포토'
 
 그런데 애플은 애퍼처를 트라이얼 버전을 통해 무료로 정식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냥 내버려뒀습니다. 이에 대한 해석은 '애플이 애퍼처의 새 버전을 드디어 내놓거나 완전히 단종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애플은 WWDC 2014에서 새로운 사진 편집 프로그램인 '포토(Photos)'를 선보였습니다.
 
 


 포토는 먼저 iOS용으로 등장했습니다. 기존 사진 앱의 설명으로만 생각했고, 아이클라우드와의 연동이 강화된 버전쯤으로 보일 수 있었지만, 곧 OS X용 포토도 등장했으며, 아이포토(iPhoto)의 개량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검색 기능을 개선하고, 편집한 사진을 곧 바로 다른 기기와 연동합니다. OS X에 추가된 포토는 직관적인 새 편집 기능도 생겼습니다. 애플이 설명한 건 이 정도입니다. WWDC에서는 iOS용 포토에 초점을 맞춘 터라 OS X용에 대해선 자세한 언급이 없었고, 출시가 내년 초라고 발표됨에 따라서 iOS용이 관심을 더 받았습니다.
 
 그런데 애플이 공식적으로 자사의 사진 편집 프로그램인 애퍼처의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테크크런치의 기사를 보면, 애플은 내년 초 출시할 OS X용 포토가 애퍼처와 아이포토를 대체할 예정입니다. 애퍼처와 아이포토의 결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두 제품의 다른 포지셔닝을 생각하면 포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애퍼처의 전문가를 위한 기능이 포함되어야 하지만, 아이포토 사용자를 흡수할 만큼 직관적이고, 간편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일부 직관성과 간편함을 해칠 수 있는 기능은 빠질 수 있고, 꼭 들어가야 하는 기능 탓에 아이포토처럼 완전히 초보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되지도 않을 겁니다.
 
 이미 파이널 컷 프로 X에서 크게 논란이 있었던 터라 애퍼처를 사용하는 사진 전문가들은 걱정에 휩싸였습니다. 포토가 파이널 컷과 마찬가지로 기능적인 부분에서 타협할 수 없을 때, 워크플로우를 새로 작성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깁니다. 라이브러리를 옮길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히긴 했으나 어쨌든 통합 과정을 거치면서 작업 환경의 수정은 불가피합니다. 여기에 기능적인 불만까지 터져 나오면 파이널 컷 X 논란이 다시 재연될 것입니다.
 
 그러자 어도비는 블로그를 통해 애퍼처의 개발 중단 소식에 '라이트룸으로 이전하라.'고 권했습니다.
 
 


 어도비의 권유는 일리가 있습니다. 포토의 성능은 기다려봐야겠지만, 아이포토와의 결합을 생각했을 때, 성능이 애퍼처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파이널 컷 X는 아이무비가 있는 상태에서 출시되어 사용자층을 구분했습니다. 포토는 두 가지를 결합해서 사용자층을 구분하지 않은 채 만족하게 해야 하므로 기존 애퍼처보다 가벼운 느낌이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애플의 포토는 주목할만한 새로운 포지셔닝을 향하고 있습니다. 설사 라이트룸보다 기능이 떨어지게 되더라도 그 밖의 사용자 경험에서 앞서겠다는 전략으로 준전문가 및 일반 사용자들도 흡수할 수 있는 중간층의 제품을 목표로 하는 것이죠.
 
 사실 기존 애퍼처도 중간층의 제품입니다. 포토샵이라는 상위 제품이 존재하고, 라이트룸도 포토샵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입문자가 주 고객층입니다. 포토샵이냐 라이트룸이냐, 혹은 포토샵+라이트룸이냐 하는 얘기는 여전히 돌고 있으며, 개인의 사용 차이에 따라 나뉘지만, 결국에는 정밀 편집에선 포토샵이 더 널리 사용됩니다. 포토샵에 익숙해진 사용자는 굳이 라이트룸을 써야 할 이유가 크게 없다 보니 라이트룸의 포지셔닝은 본래 어정쩡했던 겁니다.
 
 애플은 '애퍼처와 아이포토로 사용자층을 나누는 것보다 좀 가벼워졌지만, 차라리 중간 사용자층만 완벽히 공략할 수 있는 포지셔닝이 낫다.'는 결정을 한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기존 아이포토 사용자도 흡수하면서 더 나은 기능을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몇몇 사용자가 라이트룸으로 이동하더라도 이들이 iOS 사용자라면 아이클라우드의 사용성으로 편집 기능 외 부분으로 포토의 사용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어도비가 iOS용 라이트룸을 출시했지만, 제대로 된 모바일 전략이라고 보기 힘든 만큼 혹평받습니다. 가격은 무료지만, PC용 라이트룸을 사용하지 않으면 반쪽짜리면서 지원 기능도 거의 없고, 단순히 동기화 목적의 앱이라고 할 수 있는데, 포토는 OS X과 iOS와의 연계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편집은 사진에 따라서 OS X과 iOS의 사용을 나눌 수 있고, iOS 8부터는 포토킷(PhotoKit)을 지원하여 포토에서 서드파티 편집 앱으로 곧장 편집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에서의 활용성이 높아지고, 이를 OS X용 포토와 나누어 가지겠다는 겁니다.
 
 이미 애퍼처가 아이클라우드를 지원하고 있었기에 동기화 부분이 추가되었다기보단 동기화를 통한 활용 방안, 즉, 연계의 폭을 넓힌 것이고, 이는 분명 모바일용 라이트룸을 앞선 것입니다.
 
 가격도 주목할 수 있는데, 애플은 아이클라우드의 저장 공간을 무료로 5GB를 제공하고, 월 0.99달러에 20GB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3.99달러를 지급하면 200GB도 얻을 수 있는데, 어도비의 포토샵과 라이트룸을 동시에 제공하는 CC(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포토그래피는 월 9.99달러에 2GB를 제공합니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포토샵과 라이트룸의 사용성이 얽히는 상황에서 둘을 묶어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대신, 라이트룸과 비슷한 녀석을 무료로 5GB나 얻으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라이트룸보다 더 입문자 지향적이고, 중간층 제품이면서 일반 사용자도 부담 없는 포지셔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포토샵을 사용할 생각이라면 라이트룸이 포함된 플랜이 더 이득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소비자층이라면 포토가 파고들 여지는 상당히 넓어집니다.
 
 


 포토는 편집 위주의 기존 애퍼처와 달리 접근성과 직관적인 편집 기능을 통해 포지셔닝을 재조정한 제품입니다. 굳이 라이트룸으로 넘어가고자 하는 사용자를 잡을 생각을 없어 보이며, 양상을 볼 땐 파이널 컷 X 때와는 조금 다릅니다. 파이널 컷은 끝까지 전문가용 소프트웨어를 지향한 것과 달리 확실한 중간층 제품을 표방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해당 전략이 시장에서 먹혀들 수 있을지, 혹은 애플이 예상한 중간 소비자층이 포토를 완전히 외면하게 될지, OS X용 포토가 출시될 내년을 기대해봐야겠지만, 포지셔닝으로는 괜찮은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필자는 분석합니다.
 
 대신 맥의 전문가 시장에서의 평가는 다른 문제가 될 것입니다. 물론 이미 전문가 시장에서의 지위가 이전보다 축소되긴 했지만, 이런 소프트웨어 정책이 맥의 위치를 바꿔놓을 부분에 대해선 일반 사용자 시장과의 균형에 주목하여 지켜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