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애플 TV는 애플의 주요 사업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점유율의 고공 상승과 매출 증가로 이를 증명했는데, 단지 2012년 출시한 3세대 애플 TV 이후 신제품이 출시되곤 있지 않다는 겁니다. 그러나 올해 iOS 8을 업고 신제품 출시를 예상하면서 애플 TV의 경쟁력에 대한 의문을 던질 시점이 되었습니다.
애플 TV가 해결해야 할 과제
지난 2월, 주주총회에서 애플 CEO 팀 쿡은 '지난해 애플 TV 매출이 1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하드웨어와 콘텐츠 판매를 모두 합친 것이지만, 그동안 TV 세트에 대한 뜬소문이 돌았던 걸 가라앉히면서 셋톱박스의 경쟁력을 보여줬습니다. 다만, 이것이 온전히 애플 TV의 경쟁력이라고 보기에는 셋톱박스 시장이 과열 상태입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로쿠(Roku)'를 애플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습니다. 구글이 크롬캐스트로 저가 동글을 내세운 것처럼 로쿠는 '스트리밍 스틱(Streaming Stick)'이라는 신제품 동글을 지난 3월에 출시했습니다. 가격은 35달러, 크롬캐스트가 스마트폰으로 조작하도록 설계된 것과 달리 스트리밍 스틱은 리모컨을 제공하며, 기존 MHL 방식이 아닌 HDMI를 채용하면서 가격과 편의성, 성능까지 모두 잡았다는 평가입니다.
애플 TV에 크롬캐스트보다 비싼 스트리밍 스틱이 비교되는 이유는 리모컨의 존재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마트폰과 별개의 독립적인 존재로 셋톱박스 시장에 맞설 제품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비교했을 때 애플 TV의 경쟁력은 다소 떨어집니다. 제공하는 채널에 약간 차이가 있긴 하지만, 둘 다 주요 영상 채널은 지원하고 있고, 큰 덩치에 99달러의 가격인 애플 TV보다 35달러에 HDMI 단자에 꽂으면 그만인 스트리밍 스틱 중 어느 것이 더 시장에서 매력적인가는 정해진 답과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슷한 형태의 제품은 계속 등장할 것입니다. 영상 콘텐츠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 가격과 소형화, 접근성과 편리함이 주요 경쟁력이 될 것이고, 여기에 참여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애플이 선택해야 할 건 가격을 낮추는 것과 영상 콘텐츠 외 요소를 애플 TV에 더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선점하고 나선 건 애플이 아닌 아마존입니다.
아마존은 지난 4월, '파이어 TV(Fire TV)'라는 셋톱박스를 출시했습니다. 가격은 99달러로 애플 TV와 같지만, 아마존의 풍부한 영상 콘텐츠와 아마존 프라임과의 연계, 여기에 '게임'을 더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를 통해 직접 래퍼런스 게임을 제작한다는 것이고, 대표작인 '세브 제로(Sev Zero)'는 6.99달러에 출시되었습니다. 그 밖에 유비소프트, 게임로프트, EA, 등의 게임 개발사도 파이어 TV에 참여하면서 코어 이용자가 주 고객층이었던 콘솔 게임 시장에 좀 더 가볍게 접근하여 거실 게임 장악을 노리고 있습니다.
99달러라는 가격을 아마존 프라임과 게임으로 상쇄해버린 것입니다. 여기에 자사 스마트폰인 파이어폰을 구매시 아마존 프라임 1년 구독권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아마존 플랫폼으로 최적화할 수 있는 조건을 함께 제시했습니다.
애플이 애플 TV의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지, 이미 몇 가지 단서는 던져놓았습니다. 로쿠나 구글처럼 저가 전략보다는 아마존처럼 특유의 경쟁력을 더한 제품으로 승부를 본다는 겁니다.
WWDC 2014에서 공개한 홈킷(HomeKit)은 애플 TV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홈킷은 시리로 제어하는 방식을 제시합니다. 애플 TV가 홈킷 지원 기기가 된다면 iOS 기기를 이용해 애플 TV를 조작하거나 직접 애플 TV에 시리를 탑재하여 거실에서 홈 제어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가령 TV를 보다가 리모컨이든 본체 마이크든 아이폰이든 시리를 통해 종료시간을 설정하고, 전등을 끌 수 있겠죠. 혹은 손님이 왔다면 거실에서 잠금을 해제하고, 문으로 가서 맞이할 수도 있을 겁니다.
또한, 파이어 TV가 게임을 지원하듯 애플 TV도 미러링과 표준 컨트롤러를 이용한 게임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애플 TV에서 직접 지원할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앱스토어 탑재와 함께 애플 TV용 앱에 대한 유니버셜 정책이 반영되어야 하는데, 아직 명확한 단서는 없습니다. 그러나 iLounge는 지난 1월에 '애플 TV가 블루투스 컨트롤러를 지원할 것'이라고 신뢰할 수 있는 소스를 인용해 보도했고, 예상은 3월 적용이었지만, 이것이 미뤄졌다면 차세대 애플 TV와 함께 등장할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 있습니다.
애플이 앱스토어 탑재와 게임 유통을 본격적으로 한다면 걸맞은 사양을 포함해야 하고, 현재 뜬소문으로는 신형 A8 프로세서의 클럭속도가 2.0GHz에서 최대 2.6GHz이며, 64bit 지원은 확실시되면서 이를 애플 TV에 적용한 뒤 여기에 맞춰 게임 공급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요 콘텐츠 업체들이 4K를 지원함에 따라서 구형 애플 TV와 신형 애플 TV 간의 차이를 분명히 할 포지셔닝으로 다시 잡는다면 애플 TV만의 특징으로 경쟁력을 가지게 됩니다.
이에 대한 단서로 애플은 개발자들이 iOS용 게임 개발에 다양한 모드로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 폭을 늘리고 있으며, WWDC 2014에서 A7 프로세서의 성능을 끌어올릴 '메탈(Metal)'이라는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64bit 아키텍처에 메탈 API를 활용하여 CPU와 GPU 작동을 최적화하고, 그래픽 처리와 전체 품질을 개선해 게임의 성능을 끌어 올릴 수 있는데, 아예 '콘솔 게임 개발자를 위해 설계되었다.'고 소개하는 만큼 애플 TV의 게임 기능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게임을 포함한다면 자연스럽게 유통 채널인 앱스토어도 범위 안에 들게 됩니다.
이는 애플이 제시한 단서에 예상을 덧붙인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애플 TV의 경쟁력을 파이어 TV보다 끌어 올리고, 스트리밍 스틱을 뿌리치기 위해선 이보다 좋은 수단은 없습니다. 가격을 크게 낮추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애플대로라면 위에서 언급한 기능을 포함하고, 가격을 올리는 쪽이 더 어울리는 행보가 되겠죠.
홈 제어의 허브, 그리고 거실 콘텐츠의 중심으로 애플 TV를 포지셔닝한다면 그저 영상을 스트리밍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지 못할 소비자나 특히 이미 iOS 기기를 사용 중인 고객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 될 것입니다.
애플 TV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방법은 이미 제시되었고, 풀어야 할 몫이 애플에 있을 뿐입니다. 2년 동안 신제품 소식이 없던 애플 TV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수 있을지, 긴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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