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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우분투 터치 앱, 청신호를 켜다


 지난해, 캐노니컬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3,200만 달러를 조달하여 '우분투 엣지(Ubuntu Edge)'라는 우분투 터치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계획은 무산되었고, 우분투 스마트폰은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캐노니컬은 다시 몇몇 제조사와 협력하여 올해 하반기에는 스마트폰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분투 터치 앱, 청신호를 켜다
 
 기약은 없습니다. 구체적인 개발 소식이 들리지 않으니 후발 주자로서 과연 시장에 등장할 수 있긴 한 것인지 궁금증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죠. 그나마 올해 초, 중국의 제조 업체인 BQ와 메이주를 통해 생산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그것만 기대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던 와중 캐노니컬이 우분투 터치에 대한 흥미로운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캐노니컬은 지난 6일, 우분투 터치용 앱이 10만 회 이상 설치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신규 다운로드와 업데이트를 포함한 수치이며, 개발자와 베타 테스터들이 참여한 결과입니다. iOS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 구글플레이의 다운로드 횟수를 보면 10만 회가 우스워 보일 수도 있는데, 중요한 점은 아직 우분투 터치를 탑재한 스마트폰은 출시되지도 않았다는 겁니다.
 
 시험 운영 중에 10만 회를 기록했다는 건 우분투 터치에 쏟아진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참여자 대다수가 개발자이고, 개발자 간 서로 시험하면서 운영된다는 점은 우분투 생태계가 좁지만, 탄탄하다는 걸 방증하기도 합니다.
 
 Ubergizmo는 '6월 이후 우분투 터치 플랫폼 사용자는 600명에 불과하다.'며, '업데이트 횟수를 포함한 만큼 부풀려진 면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10만 회를 부풀려 생각해서도 안 되겠지만, 어쨌든 우분투 터치는 아직 베타 상태라는 점과 이 결과는 캐노니컬이 기기를 준비하더라도 최소한 생태계 조성과 시장 진입은 가능하겠다는 청신호를 켭니다.
 
 캐노니컬의 스마트폰 시장 진출이 기초 생태계 조성에서 막힐 수 있다고 보는 견해가 많은 만큼 이런 작은 결과가 있는 것조차 우분투 스마트폰 출시에 힘을 더하는 것입니다.
 
 


 애초 캐노니컬은 우분투 터치로 iOS나 안드로이드를 넘어설 생각이 없습니다. 업계 3위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굳이 포지셔닝을 따져본다면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 파이어폭스의 위치에 있습니다. 높은 점유율은 아니지만, 전체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유지될 수 있는 위치 말입니다.
 
 당연하게도 이 청신호를 유지하려면 하반기 출시 예정인 탑재 스마트폰이 훌륭해야 합니다. 다만, 현재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윈도폰을 보면 하루 900만 건 이상 앱이 설치됩니다. 하루 900만 건과 전체 10만 건의 차이가 커 보이는 것처럼 캐노니컬이 목표하는 업계 3위도 멀어 보이기에 의미 없는 수치라고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출시할 기기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이 격차를 줄이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3위라는 목표를 둘째치고, 생태계 관점에서 보면 기기가 출시도 되지 않은 시점에 탄탄한 고객층을 확보했으며, 이후 느슨해지지 않도록 조여두는 것만으로도 생태계 유지에 큰 비용을 들이는 윈도폰보다 나을 수 있습니다. 윈도폰 앱을 개발한 개발사에 10만 달러를 주는 이벤트만 두 번이나 치렀으니 말이죠. 그런 것조차 없는 우분투 터치가 생태계 측면에서는 좀 더 자발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것은 이후 윈도폰과 3위 경쟁을 하게 되더라도 우분투 터치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밖에 다른 것에 투자할 여지를 늘려놓으니까요. 규모의 차이야 나겠지만, 셔틀워스는 '우분투 스마트폰이 출시되는 시점에 iOS와 안드로이드의 상위 50개 앱이 등록되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는데, 여기에 사용자들의 참여 수준이 더해질 수 있다면 우분투를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근거가 됩니다. 그 근거를 잡아내면, 투자 방향을 윈도폰과 다르게 잡아갈 수 있겠죠.
 
 오히려 3위가 되더라도 그렇게 3위가 되는 편이 이후 시장에서 사업을 유지하기에 나은 방법입니다.
 
 


 이는 우분투 스마트폰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도 희소식입니다. 우분투 생태계가 작지만, 충분히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소식 없는 우분투 스마트폰이 결국에는 출시될 것이라는 기대를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분투가 제시하는 모바일 전략과 PC와의 통합이 여타 플랫폼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므로 이 부분에서도 10만 회 설치의 성과가 이어질 수 있음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분투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우분투 데스크톱 환경과 걸맞은 앱 환경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하반기 출시 계획이라는 우분투 스마트폰이 이 성과를 이어받을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