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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amsung

삼성이 위기인 이유


 정확히 말하면 아직 삼성은 굉장합니다. 성적에 대한 우려가 나오긴 하지만, 다시 긍정적인 성적을 낼 저력이 없는 회사는 아니죠. 갤럭시 브랜드의 포지셔닝이 무너지지도 않았고, 애플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임도 변함없습니다. 단지 턱밑까지 따라온 업체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을 뿐입니다.
 


삼성이 위기인 이유
 
 삼성이 중국 업체들에게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전망은 1~2년 전부터 있었습니다. 애플이 문제가 아니라 스마트폰 시장에서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가장 큰 쟁점이 된 겁니다. 그리고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 S4와 갤럭시 노트 3는 그 쟁점을 무마하기에 충분한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갤럭시 S4는 6개월 만에 4,000만 대를 판매했고, 갤럭시 노트 3도 2개월 만에 1,000만 대를 팔아치웠습니다. 그렇게 갤럭시 S5는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갤럭시 S5의 첫 3개월 판매량은 1,200만 대이며, 이는 전작인 갤럭시 S4보다 400만 대보다 못한 성적.'이라면서 '삼성이 예측한 판매량을 40% 수준 밑도는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삼성 모바일 사업부는 갤럭시 S5의 성적을 매우 기대하여 생산량을 갤럭시 S4보다 20% 정도 늘렸고, 전작보다 낮은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남은 재고를 처리해야 하는 탓에 덩달아 늘린 마케팅 비용이 실적을 짓누른 것입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의 보고서를 보면, 지난 3분기 매출액 기준 스마트폰 점유율에서 삼성은 24.8%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1위는 32.3%의 애플이지만, 애플과의 격차보다 문제인 건 31.2%까지 증가했던 점유율이 한 분기 만에 6.4%포인트 하락했다는 겁니다. 또한, 떨어진 매출과 함께 순이익도 49%나 감소했습니다.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의 여파가 실적에 그대로 드러난 것인데, 단순히 덜 팔린 탓이 아니라 덜 팔리면서 발생한 복합적인 문제가 원인입니다. 어쨌든 실적을 회복하려면 스마트폰 판매량을 늘리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는 얘기죠.
 
 그런데 왜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한 것일까요? 아니, 판매량이 감소하긴 했으나 높은 판매량인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도 매출과 순이익이 큰 폭 감소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간단히 정리하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성장, 가격 경쟁력 약화, 갤럭시 S5의 경쟁력 부족 등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이 중 한 가지를 이유로 볼 수 없고, 복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갤럭시 S5 부진의 이유가 아니라 삼성이 위기에 빠진 이유니까요.
 
 


 중국 제조사의 스마트폰은 성장했고, 가격 경쟁력도 뛰어납니다. 다만, 이를 고가 스마트폰의 침체로 보긴 어렵습니다. 다시 SA의 보고서를 보면, 애플은 3분기 매출 기준 점유율이 2분기보다 4.5%포인트 상승한 32.3%를 기록했습니다. 신제품 출시 덕분이지만, 어쨌든 매출이 상승한 것입니다. 또한, 3위인 LG도 2분기에 4.8%이었던 점유율이 3분기에 5.4%로 상승했습니다. 중국 업체들이 성장했지만, 매출 부분에서 보면 애플과 LG가 떨어진 삼성의 점유율을 나눠 가졌다고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가 스마트폰의 침체보다 경쟁 업체들의 총체적인 약진이 삼성에 영향을 끼친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으로 더 치고 나오므로 기존 경쟁 업체와의 경쟁 및 중국 업체와 가격 경쟁까지 한 번에 치러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죠. 달리 말하면 그걸 해결하지 못했기에 갤럭시 S5가 부진을 겪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삼성이 플랫폼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고 여러 번 말했습니다. 분명 삼성은 굉장한 스마트폰 제조사이고, SA의 자료에서 보이듯 여전히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제품 제조뿐만 아니라 플랫폼 가치를 높여 기존 고객을 묶어두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갤럭시 S5는 심장 박동 센서, 지문인식, 방수/방진을 내세웠습니다. 타제품과 비교하여 갤럭시 S5를 선택해야 할 기능으로 이런 것들을 넣었지만, 정작 스마트폰을 고르는 기준은 저런 기능들이 아니죠. 애플이 아이폰 5s부터 지문인식을 탑재했지만, 지문인식 탓에 아이폰 5s가 잘 팔렸던 게 아니라 iOS라는 기반, 플랫폼의 확장이 수요를 이끈 겁니다. 그러니까 iOS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iOS가 플랫폼 확장을 이끌어 내어 사용자 경험을 유지하고 싶은 소비자는 스마트폰 교체 주기에 맞춰 아이폰을 다시 구매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소비자도 있겠지만, 삼성은 아예 그런 요소가 없습니다.
 
 본래 삼성의 스마트폰이 강세를 보인 이유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중 가장 안정적이고, 최고 사양을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기능들이 삼성 스마트폰을 고르게 한 일은 없고, 이는 모든 스마트폰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안정성과 사양을 삼성과 견줄 수 있다면 디자인과 가격으로 경쟁력이 이동하게 됩니다. 플랫폼 경쟁력은 삼성이 지닌 게 아니라 구글이 지녔으며, 결과적으로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사용자 경험을 유지하고 싶은 소비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전체에서 스마트폰 교체 주기에 맞춰 제품을 선택한다는 것이죠.
 
 사실 이런 이유는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누누히 말해서 지겨울 정도지만, 삼성은 이 지겨운 지적을 단 한 번도 접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혹은 접근은 했으나 방법에 문제가 있었거나 소비자가 찾을 수 없도록 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찌보면 삼성은 현재 위기를 맞은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위기 상황에 봉착할 수 있는 여지를 계속 가지고 온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결정적인 이유를 추려낼 수 있습니다. 삼성은 여태 기회가 많았습니다. 구글과 기 싸움을 했어야겠지만, 플랫폼을 확장하는 방안을 마련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경쟁사들은 가뭄을 겪고 있었고, 실상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거의 모든 파이를 삼성이 쥐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삼성은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습니다. 스마트폰이라는 기회를 살려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기보단 스마트폰에 잘 진입한 이후 그동안 가지지 못했던 플랫폼 경쟁력을 지닐 기회가 충분했음에도 이미 기회를 잡았고, 그걸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안일한 전략이 현재 발목을 붙든 것입니다.
 
 당연히 수치상 결정 내릴 수 있는 경쟁력이 아닌 개인의 취향, 소비자의 경제력 혹은 소비 가치 등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하는 지점에서는 한 가지 제품만으로 획일적인 전략을 구사할 순 없습니다. 제품 다양화는 삼성이 원래 잘하는 것이지만, 삼성 제품만 선택지가 아니라는 게 핵심이며, 여타 제조사와 별다르지 않아 보인다는 게 포지셔닝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스마트폰 대응에 신속했던 것처럼 웨어러블과 사물인터넷 진입도 어떤 경쟁 업체보다 빨랐다는 겁니다. 삼성이 웨어러블과 사물인터넷으로 노릴 수 있는 건 2가지입니다. 하나는 아직은 유지 중인 스마트폰 경쟁력에 웨어러블과 사물인터넷을 결합하여 하드웨어 플랫폼 경쟁력을 끌어 올리는 것이고, 하나는 웨어러블과 사물인터넷의 플랫폼 가치를 높여 스마트폰 판매로 이어지게 하는 것입니다.
 
 가령 삼성의 웨어러블 제품이 아주 뛰어나고, 안드로이드나 iOS 등 멀티플랫폼을 지원하면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면 웨어러블의 경쟁력을 스마트폰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현재 삼성은 타이젠 기반의 웨어러블에 주력하고 있고, 안드로이드나 iOS를 붙들 수 있는 생태계를 구성한다면 이후 삼성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하는 것으로 삼성 스마트폰의 경쟁력을 올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단지 아직 삼성은 웨어러블의 독자적인 경쟁력을 키우기보단 스마트폰을 중심에 둔 웨어러블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멀티플랫폼 지원은커녕 자사 스마트폰 경쟁력에 따라서 가치가 결정되도록 하는 심각한 악수를 두고 있습니다.
 
 만약 이것이 악수가 되지 않으려면 상기한 것처럼 스마트폰 경쟁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소프트웨어 플랫폼 경쟁력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하드웨어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여 현재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 중인 소비자가 삼성의 웨어러블 기기나 사물인터넷 기기를 구매하도록 하고, 함께 사용했을 때 발생하는 사용자 경험을 유지하고 싶도록 하여 다시 삼성 스마트폰을 구매하게 하는 전략을 내세워야 합니다.
 
 당연히 스마트폰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앞서 말한 웨어러블이나 사물인터넷의 자체 플랫폼을 강화하고, 거기에 스마트폰을 끼워 넣는 게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삼성은 현재 후자 쪽을 택했으며, 별다른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경쟁력이 더 악화한다면 전략의 구멍도 더 커지겠죠.
 
 웨어러블과 사물인터넷이 있기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것을 삼성이 흘려 듣지 않아야 하고, 가장 중요한 건 무작정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관점에서 어떻게 엮어낼 것인지 분명히 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