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이 출시한 '갤럭시 S5'의 성적은 아쉬웠습니다. 부족한 스마트폰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특출한 제품이라고 볼 순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폰은 iOS라는 가장 설명하기 쉬운 차별성을 가지고 있으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차별성을 내세우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덧붙은 기능보다 안드로이드의 기본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는 것에 초점을 두면 경쟁이 가격으로 쏠리게 됩니다.
갤럭시 S6가 안드로이드에 끼칠 영향
삼성은 갤럭시 S5의 부진에 작년 하반기 금속 소재의 '갤럭시 알파'와 휘어진 측면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갤럭시 노트 엣지'로 구색을 좀 더 다각화하는 시도를 했습니다. 무엇보다 금속 소재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과시용이나 라인만 늘리는 방안이 아닌 실질적인 경쟁력으로 활용하려는 경계에 가까웠기에 이후 출시할 갤럭시 S6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via_Samsung
이달 초, 삼성은 2015 갤럭시 언팩 행사의 초대장을 배포했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하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5(MWC 2015)에 맞춰 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금속 소재 채용, 갤럭시 노트 엣지처럼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별도 모델 공개 등 뜬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애플의 아이폰과 제대로 견주고 있는 유일한 갤럭시 S 시리즈의 차세대 모델임으로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한 데, 갤럭시 S6는 2014년의 판단 실수를 만회할 2015년의 첫 단추가 될 것이므로 이전처럼 덤덤하게 기대하기보다는 삼성의 올해 역량을 가능할 실마리로서 기대감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우일 수도 있겠지만, 삼성의 포지셔닝을 생각하면 기우인 것만도 아니죠.
그러나 갤럭시 S6의 성적이 삼성에만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닙니다. 쉽게 생각하면 '갤럭시 S6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그만큼 다른 스마트폰이 판매된다는 얘기이므로 당연한 소리'라고 할 수 있지만, 판매량의 문제보다는 전체 안드로이드에 끼치는 영향이 막대한 것이 쟁점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ABI 리서치의 보고서를 인용한 표를 공개했습니다. 2013년 3분기부터 2013년도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샤오미의 평균 판매 가격 추이를 나타낸 것으로 2014년 4분기 아이폰의 평균 판매 가격은 687달러였지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254달러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샤오미의 평균 판매 가격이 220달러인 것으로 보아 전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판매 가격이 저가이지만, 아직 고가 모델이 가격을 견인하면서 저가 스마트폰을 내세우는 샤오미보다 높은 평균 가격을 유지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2013년부터 평균 가격 자체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며, 반대로 아이폰의 평균 가격은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건 그냥 아이폰이 비싸다는 방증인 것 아닌가?'
via_WSJ
틀린 말은 아니지만, 중요한 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고가 모델보다 저가 모델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며, 300~400달러의 중간 모델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애플은 그 비싼 아이폰으로 지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찍었고, 캐너코드 제뉴이티(Canaccord Genuity)의 보고서로는 애플이 지난해 4분기 전체 스마트폰 영업이익의 9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보다 비싼 건 둘째치고, 일단 무지막지하게 잘팔린다는 겁니다.
물론 삼성이 갤럭시 S6를 꼭 아이폰만큼 팔아야만 성공 딱지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건 아닙니다. 실제 그렇다면 당연히 성공했다고 치부하겠지만, 핵심은 현재 상황에서 갤럭시 S6의 성과가 좋지 않다면 중간 모델과 함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고가 모델 종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캐너코드 제뉴이티의 2012년 4분기 보고서로는 전체 스마트폰 영업이익의 72%를 애플이 차지했으나 삼성이 29%를 차지했었고, 2013년 1분기에는 57%와 43%로 애플은 하락하고, 삼성은 매우 증가했습니다. 신제품 출시 영향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어쨌든 삼성이 애플과 비슷한 영업이익을 내던 때가 분명히 있었다는 것인데, 지난 4분기의 애플이 93%를 차지할 때 삼성은 9%에 머물렀습니다.
그건 삼성의 실적이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삼성은 애플처럼 고가 모델만 고집한 것이 아니라 중저가 모델을 모두 소화하면서 덩치를 유지해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갤럭시 S5의 성적 부진과 함께 이후 갤럭시 알파, 갤럭시 노트 등으로도 실적을 견인하지 못했음을 드러냈습니다. 재고 정리를 위한 마케팅 비용 등을 고려하더라도 고가 모델에서 되돌아온 타격이 너무 컸던 겁니다.
다시 월스트리트저널의 표로 돌아가서 ABI 리서치의 분석가 닉 스펜서(Nick Spencer)는 '샤오미는 온라인 유통망으로 소량 판매하는 전략을 내세워 가격을 최대한 낮췄다.'고 설명했으며, 이는 전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평균보다 낮은 것이고, 아시아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애플이 아시아 시장에서 매출을 내고 있지 않은 것도 아니기에 삼성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죠. 고가 모델 투자를 줄이고 저렴하게 박리다매로 매출을 올릴 것인지, 아니면 기존 구색을 유지할 방안을 마련하든지 말입니다.
이는 달리 말해서 갤럭시 S6가 고가 시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저가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구글조차 안드로이드 원으로 단말기 가격을 낮추고 있으니 평균 가격이 내려갈 여지는 충분하고, 삼성이 고가 모델로 이익을 내지 못하는 지점에서 고가 시장에 뛰어들 제조사를 찾는 건 쉽지 않습니다. 고가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저가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이의 차별화가 줄어들고, 가격이 가장 나은 경쟁력임을 갤럭시 S6가 증명한 것이 돼버리니까요.
그만큼 안드로이드 안에서 차별화가 어렵고, 하드웨어 사양이 차별화의 핵심이 되지 못한다는 걸 방증하는 사례가 될 수는 있는 지점에 있습니다. 당연히 성공적인 판매를 보인다면 상관없는 일이 되겠지만, 그 점을 예측하여 단정할 수가 없고, 단지 그 정도로 중요한 지점에 갤럭시 S6가 있다는 걸 인지할 필요는 있다는 겁니다.
ABI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시장 운영체제별 출하량에서 순정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2억600만 대를 기록했으나 지난 분기보다 5% 감소한 것이었습니다. 대신 변종 안드로이드 기기의 출하량은 8,500만 대로 집계되었으며, 지난 분기보다 1% 감소한 것으로 점점 순정과 변종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변종 안드로이드가 주목을 받는 건 2가지 이유입니다. 하나는 안드로이드와의 차별성을 두어 독자적인 경쟁력을 가지는 것과 하나는 구글과 거리를 두어 휘둘리지 않기 위한 겁니다. 그리고 변종 안드로이드가 중국과 인도 등의 신흥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니 전체 스마트폰 가격도 낮아지면서 샤오미처럼 아예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도 늘고 있습니다.
삼성이 내세울 수 있는 건 하드웨어에 차별화를 둘 수 있는 기술력과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력, 그리고 범세계적인 유통망인데, 이 조건을 살려내지 못한다는 건 변종 안드로이드의 성장과 대비되는 것으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를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인지할 필요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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