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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amsung

갤럭시 S6, 디자인의 승리가 될 것


 필자는 '갤럭시 S6가 안드로이드에 끼칠 영향'이라는 글을 통해 '갤럭시 S6가 고가 시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저가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가 경쟁이 심화하는 안드로이드 상황에서 갤럭시 S 시리즈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고성능 제품이며, 갤럭시 5S에서 한 번 실망감을 안겨줬기 때문입니다.
 


갤럭시 S6, 디자인의 승리가 될 것
 
 갤럭시 S6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합니다. 애플의 아이폰과 견주어 낼 유일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고, 아이폰은 높은 판매를 기록하면서 4분기 전체 이익 점유율에서 88.7%를 기록했으니 말입니다. 갤럭시 A 시리즈나 갤럭시 노트 등 전초는 있었지만, 아이폰의 독주에 영향을 주지 못한 만큼 가장 최전선의 제품인 S 시리즈의 성과가 삼성의 평가를 극단적으로 나눌 예정이었기 때문이죠.
 


 삼성은 차세대 갤럭시 S인 '갤럭시 S6(Galaxy S6)'와 '갤럭시 S6 엣지(Galaxy S6 Edge)'를 공개했습니다.
 
 5.1인치 슈퍼 아몰레드 WQHD 디스플레이, 엑시노스 7420 프로세서, 3GB DDR4 메모리, UFS 2.0, 5MP 전면 카메라, 16MP 후면 카메라로 무장했으며, S6는 2,550mAh 배터리, 엣지는 2,600mAh 배터리를 탑재했습니다.
 
 내부 사양으로는 배터리 외 두 제품에 차이가 없으며, 단연 엣지의 양쪽 측면이 곡선형이라는 점입니다. 필자는 갤럭시 노트 엣지를 두고 '오른손에 최적화했으며, 한쪽만 곡면인 상태는 아쉬운 부분이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이번 갤럭시 S6 엣지는 양쪽 측면을 곡면으로 설계하여 균형 잡힌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두 제품의 특징이라면 기존 플라스틱 재질에서 케이스를 금속과 유리 소재로 변경했다는 점입니다. 이미 금속 소재의 제품을 몇 번 선보였지만, S 시리즈에 적용한 건 처음이고, 가장 큰 디자인 개선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숨구멍이 빠진 것도 크다고 할 수 있으나 재질 차이가 제품의 분위기를 크게 바꾸므로 S 시리즈 애호가라면 새로운 경험을 얻을 수 있는 강조점입니다.
 
 그리고 줄곧 밀었던 탈착 배터리 대신 일체형이 되었으며, 외장 메모리를 지원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32, 64, 128GB로 용량 옵션을 나누었죠. 이전에 일체형인 아이폰을 조롱하는 광고 등을 했다는 걸 생각하면 반대인 행보지만, 대신 10분 충전하는 것으로 4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고속 충전 기술을 탑재했고, 아이폰 충전 시간의 절반으로 완전히 충전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용량 부분도 드롭박스 대신 마이크로소프트와 계약하여 2년 동안 원드라이브를 115GB 제공하기에 사용자에 따라서는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부분이리라 봅니다.
 
 기존 S 시리즈보다 변경한 부분이 늘었다는 것에서 거부감이 들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필자는 거부감보다 S6와 엣지의 성공 여부에 디자인이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합니다.
 



 사실 스마트폰에 탑재한 기술이 스마트폰의 선택 조건이 되는 시장은 이미 물러난 지 오래입니다. 여전히 긱들이야 그들의 영역에서 스마트폰을 비교하겠지만, 비슷한 수준으로 평준화한 스마트폰 시장이라면 중요한 건 '가격'이죠. 하지만 대대로 어떤 카테고리든 시장에 고착화하는 단계에서 가격의 차이를 불러왔던 건 '디자인'입니다.
 
 이미 스마트폰은 고착화 단계에 있고, 필자가 말했듯이 갤럭시 S6가 고가 시장에서 실패한다면 나머지 경쟁이 모두 저가 스마트폰으로 몰릴 수 있었던 지점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삼성이 구글을 버리고 독자적인 플랫폼을 형성할 기회는 없어졌으며, 당장 해낼 수도 없는 탓에 남은 카드가 하드웨어와 디자인이었던 거죠.
 
 그런데 고속 충전이 된다고 해서 특정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일은 이제 없습니다. 스마트폰 배터리를 어떻게 조절해서 사용할지에 대해 이미 오랫동안 학습했기 때문입니다. 보조 배터리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거나 그냥 계속 충전해서 사용하는 사람이 있거나 방법은 많습니다. 장점이 될 수는 있겠지만, 제품 선택의 핵심은 아니라는 겁니다. 삼성은 새로운 S6 시리즈의 카메라를 강조했습니다. 역시나 카메라는 부가적인 요소이고, 좋은 카메라라면 좋겠으나 소비자가 원하는 건 스마트폰이지 카메라가 아닙니다. 결제 기능인 '삼성 페이(Samsung Pay)'도 공개했는데, 그조차 제품의 장점이지 결제를 위해서 스마트폰을 결정하진 않겠죠.
 
 S6와 엣지에 탑재한 기술이 허접하다는 게 아닙니다. 허접하지 않았던 건 갤럭시 S5도 마찬가지였으며, 그저 그런 점이 고착화한 시장에서 고가 제품을 선택해야 할 기준이 되진 못한다는 겁니다. 다만 S6와 엣지는 디자인에서 다른 저가 제품들과 차이를 둘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플래그쉽 모델인 만큼 성능은 당연히 보장된다는 점을 전제하면서 나은 디자인에 대한 소비를 끌어낼 수 있는 제품이죠.
 
 '하지만 디자인은 개인 취향이지 않은가?'
 
 S6와 엣지의 심미성은 뚜렷하게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두드러집니다. 먼저 색상이 시선을 끄는데, 화이트펄, 블랙 사파이어, 골드 플래티넘이 기본 색상이며, S6는 블루 토파즈, 엣지에는 그린 에메랄드가 추가됩니다. 이 색상들은 플라스틱 재질만으로 나올 수 없는 감각을 제공하는데, 특히 블루 토파즈와 그린 에메랄드는 유리의 차가운 느낌으로 파란색을 훨씬 시원하게 표현하거나 촌스러울 수 있는 초록색을 유리가 주는 농담 효과로 고급스럽게 잡고 있습니다. 재질과 색상을 절묘하게 조합한 결과로 차별화한 색상을 원하는 소비자에 강조할 수 있는 점입니다. 필자는 마치 카시오 메탈 제품들의 색상(녹색이 유달리...)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그냥 휑했던 전작의 뒷면과 다릅니다. 분명 S6와 엣지의 뒷면도 휑한 건 마찬가지입니다만, 흉측한 카메라가 균형 잡히지 않게 자리했거나 튀어나온 카메라를 오히려 숨기려 하면서 초점을 잡을 수 없었던 것과 달리 S6와 엣지의 카메라를 강조하여 시선을 우선 고정하도록 합니다. 거기다 여태 하단에 자리했던 스피커가 빠지면서 하단 여백에 걸리적거렸던 이물질 없이 시선을 아래쪽으로 깔끔하게 옮길 수 있습니다. 덕분에 휑하면서 부족한 느낌이 아닌 매끈하면서 균형 잡힌 느낌으로 시선을 이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S5에서는 전작들의 이런 문제를 구멍을 더해서 해결하려 한 것이었지만, S6와 엣지는 요소를 간결하게 맞추는 것으로 해결했습니다. 물론 재질의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겠지만, 매끈한 뒷면과 함께 전체 모습이 굉장히 날씬하게 보이죠.

 대신 S6는 측면이 유선형으로 깎여 유연하게 돌아나가면서 날씬하지만, 부드러운 느낌을 전달합니다. 반대로 엣지는 갤럭시 노트 엣지와 달리 양쪽 측면이 곡면이 되면서 균형 있는 모습이고, 디스플레이에 높낮이가 생기면서 시선에 따라서나 기기를 잡았을 때 베젤이 없는 듯한 날선 느낌을 전달하죠. 곡면이 기술 과시를 위한 것보다 디자인 요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서 비슷한 디자인에 정반대의 느낌을 표현했다는 건 여태 삼성이 보여준 디자인 관점을 돌이켜보면 놀라운 발전입니다.
 
 더욱 놀라운 건 이런 심미성이 상기한 재질부터 시작해서 색상과, 매끈한 뒷면, 그리고 두 제품의 측면이 주는 다른 느낌으로 이어져 디자인을 일체화했다는 점입니다. 장황하게 설명할 것 같으나 핵심은 디자인의 일체화로 심미적 안정감을 줬다는 것이며, 그 점이 취향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곡면 디스플레이를 기술 요소가 아닌 디자인 요소로 완벽히 이행하여 기술적 이점을 찾기보다는 심미적 선택에 집중하게 하면서 기술에 관심 없는 소비자도 디자인에서 곡면 디스플레이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게 갤럭시 노트 엣지보다 나은 전략이 되리라 봅니다. 적어도 '곡면이 무슨 장점이 있는데?'에 대해 기술이나 UX에서 이해하도록 하기보다 '그냥 예쁘니까.'라고 간단히 선택 이유를 결정할 수 있게 되었죠. 곡면이 마음에 들지 않는 소비자도 있겠지만, 마음에 드는 소비자의 선택 폭을 명확히 넓히도록 대중성을 포함했다는 게 중요합니다.
 
 


 삼성은 디자인이 S6와 엣지의 선택 요소가 될 수 있도록 부각했습니다. 그건 디자인이 부가적이고, 하드웨어가 핵심이며, 소프트웨어가 포장할 뿐인 기존의 갤럭시 시리즈와 명백히 다른 방향입니다. 덕분에 기술이나 제품 품질에서 삼성에 신뢰하지만, 디자인에서 등을 돌린 소비자가 선택하기에 최적의 제품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플랫폼 간 이동을 부추길 요소인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디자인만 두고 아이폰 사용자가 안드로이드를 덥석 선택하진 않을 테고, 단지 가격 경쟁에 집중했던 안드로이드 시장에 디자인으로 가격을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그건 특이한 센서 기술이나 높은 해상도도 아닌 디자인의 승리라고밖에 설명할 수가 없겠죠.
 
 필자의 심미안에 신뢰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여태 나온 갤럭시 중 가장 나은 디자인이라는 건 부정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폰과 견줄 거의 몇 남지 않은 고성능 안드로이드폰이라는 점에서 진취적이라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